로코코 시대 귀부인들의 향연…5년 만에 돌아온 ‘마리 앙투아네트’

18세기 유럽에서 가장 화려했던 베르사유 궁전의 모습이 서울에서 재현된다. 영혼이 담긴 깊고 풍성한 음악 속에서 다채로운 로코코 의상이 수를 놓은 뮤지컬 무대다. 5년 만에 돌아온 세계적 걸작 ‘마리 앙투아네트’가 오는 11월 1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지난 2014년 한국 초연 당시 평균 객석 점유율 92%에 관객 수 14만명을 동원했던 이 공연은 대대적 수정을 거쳐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했다. 당대 유럽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궁전이었던 베르사유 궁전, 최빈민층의 삶의 무대인 파리 마레지구를 무대 위에 재현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다양한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민혁명으로 혼란했던 18세기. 프랑스에는 최상류층 여성 마리 앙투아네트와 최하위층 여성 마그리드가 있다. 또한 프랑스 편에 서서 미국의 혁명을 위해 싸우고 돌아온 페르젠도 있는데, 그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연인이다. 어느 날 페르젠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한 가지 경고를 한다. 마그리드 등 시민들이 중심이 돼 퍼져가고 있는 혁명에 대해서다.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의 관심은 그저 가면무도회와 최신 패션 등에만 그칠 뿐이다.

며칠 뒤 마리 앙투아네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목걸이를 보게 된다.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프랑스의 재정 상황 등을 염려한 그는 끝내 목걸이를 포기한다. 이는 왕의 요청이기도 했다. 그러나 목걸이 판매상 뵈머는 포기하지 않는다. 값비싼 목걸이를 살 사람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뿐임을 잘 아는 그는 당대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로앙 추기경 등을 통해 사기행각을 벌인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목걸이를 구입했다고 일을 꾸민 것이다.

뵈머의 작전은 성공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파탄 난 프랑스 재정 상황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향락만을 추구하는 왕비란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이에 마리 앙투아네트는 억울함에 고통을 호소하며 왕에게 로앙 추기경에 대한 체포를 요구한다. 하지만 법원은 로앙 추기경의 무죄를 선언, 마리 앙투아네트는 강력한 역풍을 맞고 급기야는 단두대에 서게 될 운명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마그리드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 그는 가난한 형편 속에서도 이웃들에 베풀 줄 아는 선한 사람이다. 다만 마리 앙투아네트 등 상류층 집단에 대해서는 커다란 반감을 갖고 있다. 게다가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각종 사기 행위의 중심에는 그 역시 포함돼 있다. 왕비를 끌어내리기 위해 숱하게 노력한 마그리드는 끝내 단두대로 향하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어떻게 바라볼까.

역사적으로 사치와 향락을 즐겼다고 알려진 마리 앙투아네트는 후대에 이르러서야 비극적 삶이 부각되며 일부 재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평범한 여성이었지만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대로 살아야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 정략결혼으로 인해 프랑스 왕실에 간 그녀는 오스트리아 출신이란 이유 등으로 갖은 오해를 낳았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이 대표적 사례다. 실제 마리 앙투아네트는 시민들에게 이같이 말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번 작품에서 관객들은 그런 마리 앙투아네트의 여러 면면을 볼 수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 역을 맡은 김소현은 “거짓 가득한 세상 속에 갇혔지만 투명한 눈빛을 가진 순수한 소녀”로 그를 묘사한다. 함께 배역을 맡은 김소향은 “사랑스럽고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같지만, 알고 보면 사회적 인식이 깨어있으며 깊은 사고를 가진 캐릭터”라고 부연했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앞서 ‘엘리자벳’, ‘레베카’, ‘모차르트!’ 등에 참여해 전 세계적 사랑을 받은 뮤지컬계 최강 콤비 미하엘 쿤체 작사가와 실베스터 르베이 작곡가가 탄생시킨 또 하나의 걸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뮤지컬 제작사 EMK의 여러 흥행작을 도맡아 메가폰을 잡아 온 로버트 요한슨이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지휘에 나섰다.

이와 함께 뮤지컬계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김문정 음악감독, ‘엑스칼리버’ 등에서 주목 받은 제이미 맥다니엘 안무가, 화려하고 빈틈없는 무대를 선보여 온 마이클 슈바이카트 무대디자이너 등 실력파 제작진들이 총집결했다. 전 가수 씨야의 메인 보컬리스트로서 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감정선으로 마음을 울리는 명품 보컬 김연지가 마그리드 역을 맡아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오른 점 역시 주요 관전 포인트다.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무대, 의상, 안무는 물론 대본과 음악까지도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게 대대적 수정을 거쳤다”며 “마리 앙투아네트가 적국의 공주라는 이유와 그녀를 둘러싼 사건들로 오해를 낳아 결국 프랑스 국민으로부터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삶을 보다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