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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연 “실험적 작품에 계속 도전할 것” [②:1993~2019년]

‘이정연 회화40년’展,11월27~12월4일, 서울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실
  • 부드럽고 깔깔한 바람의 기운이 섞인 초겨울오후, 예술의전당에서 포즈를 취한 이정연 작가(ARTIST RHEE JEONG YOEN)
▶[①:1970~1992년]에 이어

-1993년 귀국하면서 작품 세계에 변화를 모색하게 됐나요.

저는 작품을 통해 외로움과 고통을 승화시키며 혼란을 질서로 이끌어가고자 부단히 노력했어요. 화면 속에 밝은 내일을 바라보는 긍정적이고 참신한 세계를 보여주려 했지요. 재료들 또한 장지, 한지 그리고 캔버스에 먹, 혼합 재료 등을 이용해 자유롭게 작품을 펼치게 된 것이죠.

  • 신창세기(Re-Genesis), 260×194㎝ 삼베 위 옻칠과 자연재료, 1999
-작가로서 옻이라는 재료를 만난 것을 '운명같다'고 표현하신 이유가 있나요.

1995년 원주에서 옻이라는 재료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야말로 운명같은 만남이었죠. 초기에는 장지 혹은 대바구니 위에 이용했으나 후에는 삼베 위에 고운 황토, 찹쌀 풀, 옻을 혼합한 건칠기법을 맨손으로 직접 작업했지요. 그 즈음 우리나라에서 최초·최대 칠화전(展)을 열게 되었는데 다양한 바탕에 여러 텍스처를 만들어가며 작업했습니다.

그러다 해외아트페어 참가 후, 자연재료인 구리나 철을 산화시켜 좀 더 이목을 집중시키는 밝은 컬러로 진화하고자 했지요. 계란 껍데기, 화산재, 칠가루, 자개 등을 사용하였고 이 작업을 계기로 뉴욕 킵스 갤러리(Kips gallery)개인전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전속작가로서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게 되었지요.

  • 131×162㎝ 삼베 위 옻칠과 자연재료, 2001
-이정연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대나무’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대나무는 나팔모양처럼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입니다. 나와 타인, 안과 바깥,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관계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비어있는 대나무 통은 교류의 은밀한 웜홀(wormhole)같은 것으로 이 관(管)은 시·공을 뛰어넘는 초월적 세계와 연결하여 줍니다. 욕망을 내려놓은 마음의 울림처럼 다채로운 모양의 나팔들은 다양한 해석의 관점으로 울려 퍼지죠. 그 공명엔 나와 너, 동·서양의 정신을 하나로 조화시키고자 하는 소통의 방식을 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 259×194㎝ 삼베 위 옻칠, 자개 및 자연재료, 2006
-옻칠기법을 회화적 기법으로 변형한 이유가 있나요.

실제로 동양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자각한 나에게 다가온 것은 재료에서부터 표현방법에 이르기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방식이었어요. 회화적인 표현방식과는 별다른 연관이 없는 전통적인 민속기물을 만드는 옻칠기법을 회화적인 기법으로 변형하는 일이 그것이었죠. 결과적으로 옻을 화면바탕에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은 저의 앞선 선택이었다고 자부합니다.

  • 259×194㎝ 삼베 위 옻칠, 자개 및 자연재료, 2006
-작품 운용의 물성이 자연에서 채집한 것들이라는 점이 돋보이네요.

매우 독특한 이런 재료들은 주로 대지의 여러 층위에서 생산된 것이거나 토양에 뿌리를 두고 오랜 시간 성장한 것들이죠. 자연에서 채집한 원료들이 갖고 있는 정제된 톤과 시간의 연륜이 묻어나는 깊은 동양적 느낌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지요. 대지에 물, 불, 바람, 공기와 시간이 녹아 ‘돌아가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죠. 선악과를 따 먹기 전,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주며 받아들이는 관계처럼 말입니다.

  • 50×50㎝ 옻칠과 자개, 2019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다면…

2014년 한국작가 최초로 도쿄 우에노 ‘모리미술관(森美術館)전관’개인전에서 ‘신창세기(Re-Genesis)’시리즈는 정말이지 현지의 폭발적인 호평을 받았습니다. 연이어 이탈리아 팔라조 타글리아페로 뮤지엄(Palazzo Tagliaferro Museum, Andora), 롱아일랜드대학미술관 슈타인버그 뮤지엄 오브 아트(Steinberg Museum of Art at Hillwood)에서 개인전을 가졌어요.

이러한 대형전시를 통해 저 역시 재료와 기법에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을 지속할 수 있었고 그 모티브에 비움과 소통의 의미를 부여하고, 고요하고 강한 힘을 내포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런 연장선이 최근의 건칠기법과 자개를 결합한 원(圓)작업에 스미어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 70×70㎝ 옻칠과 자개, 2019
-‘이정연 회화40년’展을 준비하면서 느낀 소회가 있다면….

이번 회화40년 전시(Art of Jeong-Yoen Rhee, 40year-Hangaram Art Museum at Seoul Arts Center Exhibition Room 1~2, - 27-Dec. 4)처럼 언젠가 한번은 그동안 그린 것을 총정리해보면 미래의 새로운 작품을 설계하는데 큰 전기(轉機)가 될 것이라는 소망이 있었어요. 앞으로 수묵 드로잉을 자유롭게 펼쳐보고 싶기도 한데 점점 나이 들면서 몸과 두뇌가 연약해지지만 조금 관조해가면서 한발씩 나아가려 합니다. 그러면 뭔가 나오겠지요.(웃음)

■화가 이정연(RHEE JEONG YOEN)

서울대학교 동양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수료했다. 미국뉴욕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대학원 졸업. 콜롬비아대(Columbia University)박사과정 수료. 삼성디자인학교 SADI(사디,Samsung Art & Design Institute)에서 부학장으로 재직, 2017년 정년퇴임했다. 현재 뉴욕소호에 위치한 ‘Mizuma, Kips & Wada Art’갤러리 전속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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