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극계 원로 업적 기리는 ‘제4회 늘푸른연극제’

늘푸른연극제 포스터
오는 12월 원로 연극인들의 예술혼이 담긴 ‘늘푸른연극제’가 막을 올린다. 늘푸른연극제는 대한민국 연극계에 기여한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리는 무대다. 2016년 제1회 원로연극제를 시작으로 올해로 4회를 맞이했다.

이번 늘푸른연극제는 ‘그 꽃, 피다.’라는 부제로 진행된다. ‘꽃’에 원로 연극인들의 예술혼과 연극계가 가야 할 새로운 지표, 그리고 뜨거운 예술혼이 지닌 젊음의 의미를 담았다.

개막작은 ‘하프라이프’다. 캐나다의 수학 박사이자 철학자인 존 미톤의 희곡으로, 노인 요양원에서 나이 든 노인들의 사랑과 그로 인한 자녀와의 갈등이 전개된다. 이를 중심으로 사랑, 나이듦, 망각, 가족, 신, 죽음 등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하프라이프는 연극, 뮤지컬을 비롯한 무대 예술은 물론 국가의 주요 대형 행사로까지 영향력을 뻗은 문화계의 살아있는 역사 표재순이 연출을 맡았다. 대한민국 문화 예술 기획의 거장 표재순은 88올림픽과 2002월드컵과 같은 국가의 주요 대형 행사까지 연출을 도맡아 한 대한민국 연출 역사의 산 증인이다.

주최측 관계자는 “하프라이프는 가족이 해체된 현시대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로 남을 부모와 자식의 관계, 늙음과 사랑 등의 메시지를 담았다”며 “노부부의 일상을 말랑말랑한 멜로드라마로 엮어 무대 위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선보일 작품은 ‘의자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황금 연못에 살다’, ‘이혼예찬!’, ‘노부인의 방문’까지 총 6편이다. 각각 현실적인 노인들의 삶을 진지하게 담아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의자들’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전위극 작가 외젠 이오네스코의 부조리를 담은 연극이다. 고립된 섬에서 단둘이 살아가는 노부부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지만, 외부세계와 단절된 삶에서 느끼는 짙은 고독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인간의 부재, 신의 부재, 물질의 부재, 현실세계 부재 등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12월 6일부터 8일까지 아트원 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는 프랑스 국민 작가 ‘안나 가발다’의 동명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지난 2018년 12월 ‘김동수컴퍼니’에 의해 2인극으로 다시 태어난 이 작품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온 마음을 다해 아파하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가슴 저릿한 뭉클함을 전할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는 12월 12일부터 15일까지 아트원 씨어터 3관에서 만날 수 있다.

‘황금 연못에 살다’는 황혼에 접어든 노부부와 그들의 딸 미나가 서로의 오해와 편견을 깨고 서서히 마음을 여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사회의 ‘가족’에 대한 문제와 의미를 비롯해 삶의 의미를 재고케 하는 휴먼드라마를 녹여낸 작품이다. 연극배우이자 극작가이며 연출가인 장두이가 미국의 어니스트 톰슨(Ernest Thompson)의 황금연못(On the Golden Pond)에 영감을 받아 한국적인 상황과 스토리로 새롭게 개작한 작품이다. 2006년 12월에 대학로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12월 12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된다.

‘이혼예찬!’은 노년에 접어든 부부의 갈등과 마침내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결혼 생활 뿐 아니라 삶 그 자체의 ‘의미 없음’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다. 극작가 윤대성의 원숙한 삶의 경지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대한민국 연극의 살아있는 역사, 민중극단의 정진수 예술감독을 필두로 박봉서, 차유경 등의 배우가 참여하는 이혼예찬!은 에피소드적 구조 속 매 장면 갈등을 겪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세계를 원숙한 연기로 표현했다.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 작품은 12월 18일부터 22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노부인의 방문’은 세계적인 희곡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작품이다. 큰 부자가 된 노부인이 30여 년 전 실연의 슬픔을 안고 떠났던 고향 도시를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살인 행위가 일어나는 상황을 통해 인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얼마나 쉽게 타락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12월 19일부터 22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제의 주최측 관계자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국내외 수작들로 꾸몄다”며 “대한민국 연극계를 이끈 원로 연극인들의 건재함을 확인하는 동시에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와 역사를 증명하는 무대로 연극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오는 연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