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전통과 현대 잇는 필선과 운치

‘쌍벽(雙璧):남농과 월전의 세계’展,10월 2일~12월 8일, 이천시립월전미술관[월전 장우성②]
  • 야매, 60×71㎝ 종이에 수묵담채, 1996
“맑은 그림자여 맑은 그림자여. 달 밝고 인적 없는 야심한 밤에 淸影淸影月明人靜夜深”<月田張遇聖, ‘夜梅’ 題詩>

월전의 많은 작품들에는 사군자·화훼·초충·산수·인물화 등 다양한 주제가 있는데 한국적인 신문인화풍을 드러내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정희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초빙교수는 “산수화는 현실의 자연을 그린 것으로 달밤의 경치나 안개가 자욱한 경치를 운치가 넘치도록 표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백을 적극 활용하여 핵심적인 대상만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나머지는 간략하게 처리하여 문인화의 분위기를 배가시킨 것이다”라고 했다. 월전은 1970년대 극사실적인 묘사의 초상화를 다수 제작했는데 자신의 자화상은 캐리커처처럼 간략하게 묘사했다. 조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는 “80년대 이후 인물화는 ‘춤’ ‘오원대취도’ 등에서처럼 간결한 필선과 함축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때로는 물기가 많은 굵은 묵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는데 마치 서예의 필획을 긋는 것처럼 꾹꾹 눌러가면서 붓을 휘둘렀다. 단조로운 선과 장식적인 색채를 탈피하여 수묵화 본연의 서예적 필선과 담백한 먹색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라고 논했다. 이와 함께 월전은 원숭이 등을 통해 세태를 풍자하기도 했는데 한정희 교수는 이를 두고 “문인화가들이 일반적으로 거의 하지 않는 창작활동으로 파격적”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인간성의 타락과 자연파괴에 따른 공해 및 오염 같은 부조리 그리고 세태를 풍자하는 작품들은 일종의 촌철살인으로 문인화의 한계를 넘어서는 지점이기도 하다”라고 평했다. 월전은 공해로 고통받는 백로의 처절한 모습을 묘사한 ‘오염지대’와 관련, 글을 남겼다. “백로는 몸 전체가 순백이고 형태와 성격이 학과 비슷하여 이 새 역시 결벽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백로를 소재로 한 내 작품 가운데 ‘오염지대’라는 것이 있다. 이 그림의 내용은 농약에 오염된 고기를 잘못 먹고 죽어가는 백로의 모습을 그린 것인데, 현대문명의 비극을 백로의 죽음을 통해서 설명해 보려 했다.”

  • (왼쪽부터) 춤, 128×97㎝, 종이에 수묵담채, 1993/명추, 44×55㎝, 1985/오염지대, 종이에 수묵채색 68×60.5㎝, 1979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창의적 재해석의 현대화

작품 ‘명추’는 둥근 보름달빛이 눈부시게 부서지는데 길고 여린 풀잎에 몸을 맡긴 풀벌레의 청아하고 여운이 담긴 노래가 들려오는 듯하다. 조인수 교수는 “하찮은 미물에 불과할지라도 제 분수에 따라 자연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천지만물의 오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그림이다. 이런 면에서 월전은 전통적인 사의화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하여 현대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라고 호평했다. 동시에 “결국 월전이 그려낸 사의적 회화에서 필선은 그 자체로서 표현 수단이자 표현 대상이 된다. 이것은 전통시대 문인화가들이 끊임없이 강조했던 비재현적이며 자기완결적인 선묘이다. 그는 옛 화론의 정수를 따라 물상의 외형을 옮기는데 구애되지 않고 그림의 운치에 치중하여 보이는 형상 밖에 있는 그림의 요체를 구하려 노력했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쌍벽(雙璧):남농과 월전의 세계’전(展), 두 거목의 예술적 행보에는 유사점 또한 많다. 남농(南農) 허건(許楗)은 서예와 전각을 꾸준히 연마했고 전국 각지에서 모은 수석(壽石)을 아꼈다. 월전 장우성은 서예도 일가를 이루었다고 평가받는데 옛 인장(印章)을 모았다. 1991년에 서울시 팔판동에 월전미술관 한벽원을 건립하고 부설로 ‘동방예술연구회’를 만들어 전통회화의 교육과 보급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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