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성 특별전 ‘화가의 고향, 대구’... 11월 5일~내년 1월 12일, 대구미술관

사과나무, 91×116.5㎝, 캔버스에 유채, 1942 대구미술관소장

“인성은 팔공산을 좋아했고, 그것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중략)겨울에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말라붙어 있는 바삭바삭 소리를 낼 듯한 굳은 잎들이, 그것도 색의 변화도 없는 옐로오카 일면의 풍경이 무엇인가 그의 인생철학을 보여준 듯한 느낌으로서 지금도 그 감명이 식어지지 않고 그 작품의 행방이 궁금하다.” <고(故) 정점식 화백, 영남대학교학보(1972), 이인성특별전도록>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은 2020년 ‘이인성미술상 20주년’을 앞두고 이인성 특별전 ‘화가의 고향, 대구’를 지난 11월5일 오픈하여 내년 1월12일까지 성황리 전시 중이다. 화가 이인성(李仁星,1912~1950)의 1930년대 초~40년대 말까지 수채화, 유화, 수묵담채 등 풍경, 인물, 정물화 원작20점과 아카이브10점 및 다큐멘터리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 ‘사과나무’는 과수원의 높고 낮은 지형에 따른 색감과 그림자가 세심하게 묘사되어 있다.

바닥과 가까이 그려진 사과덩이는 수확이 임박한 찰나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이진명 대구미술관학예연구실장은 “부인을 잃고서 대구 인근 장인소유 과수원에 방문했던 것 같다. 사과 숫자는 56개이다. 사과열매가 너무도 탐스럽게 익어서 가지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면을 향해 휘어있다. 오른쪽에는 암수 한 쌍의 닭이 호젓하게 나무그늘을 즐기고 있다. 풍요로운 가을날의 사과를 그려 슬프기 그지없는 불운을, 고독을, 원망을 모두 덮으려 한 것 같다.”라고 해설했다. 이와 함께 이인성 작가에게 대구의 진산(鎭山) 팔공산(八公山)은 지역의 풍토를 현장에서 체감하는 동시에 계절의 변화와 색감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사생 장소였다. 작품 ‘팔공산’은 짙은 하늘색과 붉은색이 흘러가는 듯하다. 옅으면서 농후한, 저 멀리 빛의 잔영이 산봉우리와 어울리며 미묘한 기운의 아우라가 퍼진다. 변화무쌍한 시(時)의 찰나를 포착한 색감은 이인성 화백의 섬세한 감각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백미다.

(위)팔공산, 24.3×33.5㎝ 나무에 유채, 1930년대 중반<개인소장>/(아래)1931~34년 일본 오오사마 내 화실.<대구미술관제공>

‘이인성 특별전 도록’은 “이러한 특징은 시간대별로 변화하는 빛으로부터 발현되는 자연의 색감을 그대로 옮기는 독자적 화풍이다. 또한 사방으로 흩날리는 붓 터치들은 팔공산이 지닌 산세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라고 기록했다. 한편 이인성 화백은 재능을 인정하고 격려해주었던 경북여자고등학교 교장이었던 시라가 주치키(白神壽吉)의 지원으로 스무 살이 되던 1931년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일본에서 정착을 도와주었던 오오사마상회는 미술재료와 전문서적을 취급하던 곳으로 이인성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화실을 내어주고 자신만의 개성 있는 화풍을 심도 있게 탐구하도록 배려해주었다. 이번 도록은 “이인성은 유학시기에도 방학이 되면 대구를 찾았고 일본의 화우들과 우리의 풍토를 그리거나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할 작품을 연구하는 등 대구와 일본을 오가며 조국과 서양화에 대한 남다른 의식을 형성하였다. 일제강점기시대상황에도 예술적 향토애를 심화시킨 작품 ‘여름 실내에서’, ‘가을 어느 날’, ‘경주의 산곡에서’, ‘카이유’가 탄생 되었다.”라고 전했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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