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alf(이분의 일)’사진전… 3월 18~24일, 갤러리 인사아트

4A Half_37 2019.

“전체 바다는 하나의 파도 속에 구현되지만 바다는 수축하지 않는다. 하나의 작은 파도가 큰 대양을 포용하지만 파도는 확장하지 않는다. 그 둘 사이에는 어떤 장애도 없다.”<두순(Tu-shun, 杜順), 화이트헤드와 화엄형이상학 中, 김진 지음, 울산대학교출판부>

어둠은 감정의 소리를 증폭시키고 꿈은 긴밀한 물음을 희미하게 그리다 사라지는가. 물방울의 보호막이 은밀하게 어두움과 교감하는, 물과 허공 그리고 대지를 잇는 대기의 미세한 결정들이 행성들과 긴밀한 작별의 인사를 나눈다. 화면은 가는 물결에 흔들리는 꽃잎하나가 생명의 노래를 입술에 머금은 저 고요의 운율에 유영하는 어떤 찰나를 포착해 내고 있다. 수면과 허공의 연속성을 통한 장중한 영상은 영속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럼으로써 세월의 틈을 초탈한 동시성(同時性)과 상상의 담론을 가득 품은 아득한 수평선을 아로새김으로써 오랫동안 잃어버린 ‘나’와 손을 잡는 재회를 맛보게 한다.

‘이분의 일’시리즈는 물과 공기와 흙의 심원한 기록의 융합을 머금은 생성과 소멸의 세계를 이룬다. 순수결정의 촉각성과 첼로의 세리오소(Serioso) 선율이 부드럽고도 깊은 감흥을 동반한 채 심상으로 스민다. 그때 비로소 정적의 노래 위에 한 점 티끌 같은 먼지로 허공을 비행하는 자유의 영혼이 희미하게 드러나 보일까. 하여 여명(黎明)의 햇살이 수면 위에 드리워지려는 일순간, 잘록한 물살을 튕기는 휘황찬란한 매혹의 광채 사이 충만한 꽃의 예찬을 듣게 될 것이리!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느낌 자체가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원시적인 모습이 아닌가 한다. 그 감정의 혼돈을 문명이 만든 기하학인 ‘이분의 일’과 동시에 담으려 애썼다. 작업경험들을 되돌아보면, 문명이 나에게 입힌 여러 두꺼운 옷들을 내려놓고 인간 자체로 바다 위에 서려고 했기 때문에 나의 무의식이 최소한의 여과장치를 통과한 후 표현되었다고 생각 된다.”

이현권 작가는 “내가 ‘A Half’를 찍기 시작한 것은 정신분석을 받기 시작한 이후다. 카우치에 누워 나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낯선 경험은 나를 향한 본격적인 관심의 시작이었다. 지금도 가늠할 수 없는 마음의 층(層) 위에서 나를 바라보곤 한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권동철

모호하며 때로는 해체되는 경계

이현권 작가는 ‘사진과 정신분석(2011)’, ‘무의식적 관점에서 본 세잔1, 한국정신분석학회지(2019)’ 등 다수논문을 발표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專門醫)이기도 하다. “내 작업은 한국의 바다이다. 내가 자라고 배웠던, 나의 작업이 ‘나’로 향하는 공간이기도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개별성의 깊이로 들어가면 인간 감정의 공통적인 부분까지 이르지 않을까 한다”라고 작업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내 작업의 경계는 구별되지 않고 모호하며 때로는 그것이 해체되기도 한다. 바다를 찍었지만 그것이 나의 내면세계 표상이라면 의식과 무의식의 접경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진작가 이현권 여섯 번째 개인전 ‘A Half(이분의 일)’사진전은 3월 18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갤러리 인사아트’ 지하1~지상1층에 걸쳐 총 22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이현권^이분의 일(A Half in HyunKwon Lee’s Works)’사진집 출판기념도 함께 갖는데 작가가 10년 동안 천착해온 ‘서울, 한강을 걷다’, ‘1년’연작도 수록됐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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