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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書’를 왜 다시 주목해야만 하는가?

[인터뷰]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부 수석큐레이터
  • (위) 김정희, 칠불설게 도득문지 등 선시문집 中,33.9×22.8㎝×49,첩(帖),19세기 <개인:예술의 전당> (아래왼쪽) 김종영,작품80-5,1980 <김종영미술관 소장> (오른쪽) 최규명,山,125.0×63.0㎝ 종이에 먹<우석재단 소장:예술의 전당>
지난 1월 18일 오픈한 ‘괴(怪)의 미학(美學)과 동아시아 서(書)의 현대성(現代性)’주제로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전시를 기획한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부 수석큐레이터를 인터뷰했다. 경학, 금석고증, 시문, 회화, 전각 등 다양한 분야에 정통했던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의 조형세계가 오늘의 한국현대미술과 어떤 맥(脈)으로 닿아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우리는 20세기 100년간 서구 잣대로 우리를 재어온 나머지 정작 내가 누구인지를 잘 모르는 우(愚)를 지금까지 범하고 있다. 서(書)는 제도교육에서 근 100년간 제외되었다. 서(書) 언어로 현대미술을 말하는 것은 자체가 난센스가 된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추사 사후 160년이 훨씬 넘도록 추사 학예성취의 크기와 깊이는 물론 그 가치와 성격을 특히 현대미술의 세계사적, 현대적 시각에서 제대로 가늠해 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추사체는 비첩혼융의 필획, 구축성과 건축성 그리고 허실의 공간경영으로 요약된다. 괴의 미학으로 귀결, 결정되는데 추사체 구조와 아름다움에서 동시대 서구의 큐비즘과 입체파는 물론 추상표현주의와 같은 20세기 미술의 전조를 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라고 말했다. 1840년 55세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로 유배, 학예일치는 물론 사상과 유희결정인 추사체(秋史體)를 창출해낸다. 이동국 수석큐레이터는 “추사는 ‘글씨를 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공졸(工拙)을 또 따지지 마라(非以書爲也。工拙又不計也.’라고 서사(書史)를 뒤집는 폭탄선언을 하는데 일종의 ‘서의 해방’을 선언한 셈이다”라고 전하면서 추사의 “괴(怪)는 서구현대미학의 대명사인 추(醜)와 궤를 같이 한다”고 주장했다.

  •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부 수석큐레이터.사진=권동철
추사의 정신성과 현대성

이동국 수석큐레이터에게 전시에 출품된 현대작품해설을 부탁했다. “전예와 해행초를 마구 뒤섞어 구사한 그래서 오히려 새로운 서(書)의 질서를 창출해내고 있는 김충현 ‘歸舟’ 또한 추사의 비첩혼융(碑帖混融)의 문을 통과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경지다. 최규명 ‘山’, 김광업 ‘入不二門’의 공간경영은 파천황적(破天荒的) 사유세계가 아니면 쉽게 나올 수 없다. 두 작가 모두 갑골문 종정문은 물론 한예와 행초서 그리고 칼을 붓 쓰듯 하는 전각세계가 혼융되어 일필휘지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흔히 우리는 예술의 기원이 인간의 유희본능이라고 말한다. 예술의 본령인 시·서·화를 일체로 융·복합으로 하나 되게 ‘유희삼매(遊?三昧)’로 살아간 추사의 정신성에서 드러나는 뚜렷한 현대성을 우리는 과거지사가 아니라 우리 서화미술의 오늘이자 내일로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書)와 무관하게 살아왔던 현대미술이라고 하더라도 김종영 추상조각, 윤형근 획면추상은 추사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우리가 21세기에 왜 서(書)를 버리면 안 되는가를 웅변해주고 있다”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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