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변승훈 ‘手作禪’ 개인전… 3월 18~29일, 통인화랑

통인화랑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분청사기(粉靑沙器)는 16세기 조선전기에 걸쳐 약 150년간 만들어지던 그릇으로 시기와 기법이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중간에 있는, 삼강청자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변승훈 작가의 분청은 투박하고 뭉툭한 형태와 자유분방하고도 질박한 선들의 예술성이 도드라진다. 전통적인 분청기법뿐만 아니라 태토(胎土)에 화장토(化粧土)를 칠하는 과정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지는 조형세계는 현대적인 형상들로 승화된다. 신석기시대부터의 토기, 청자, 분청, 백자를 거슬러 오면서 실로 오랜 시간 치열하게 우리 도예를 배우고 탐구했었다. 35년 전, 우리문화 중 제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도자기를 내 피에 녹여서 언젠가 다시 서양미술과 접목해서 현대미술을 하고 싶었다. 그 목마름의 긴 세월을 집념의 투혼으로 이어왔다. 이제 도예가의 길에 들어섰던 두려움과 벅찬 열정의 소용돌이를 지나 내가 꿈꿔왔던 본론에 들어섰다고 자부한다. 현대적 작품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왼쪽)안성 소재 작업실에서 변승훈 작가.<권동철> (오른쪽)분청 달항아리. <통인화랑>

새로운 스타일의 復古

변승훈 작가는 홍익대 공예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준비하다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끝에 80년대 초, 조선백자가마터인 경기도 광주분원에 내려가 본격적으로 흙일을 배웠다. 수년 동안 백자, 분청사기, 청자, 옹기, 토기가마 등을 전전하며 자신의 몸에 잠자고 있던 흙의 본능을 일깨운다. 1988년 첫 번째 개인전을 연 후, 조상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안성소재 산자락에 작업장을 마련하여 그 터의 흙으로 작업을 시작하였다. “놀라운 일은 선산(先山)의 땅이라서 온 곳에서 오백년 전 이 흙으로 만든 분청사기 파편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그후 1989년부터 10년 동안 분청그릇에 전념하며 전통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90년대 후반부터 미술관, 성당, 교회, 절(寺) 등에 분청사기기법을 현대화한 부조도자벽화작업을 하였고 나아가 벽화에서 터득한 여러 기법을 이용한 설치작품을 전시회를 통해 발표해 오고 있다.

“작년에 모처럼 작품 창고를 정리하다 전에 만든 작품들이 매우 낯설어 보였는데 불현듯 새로운 스타일의 복고(復古)를 의미하는 ‘New-tro’라는 말이 떠올라 가슴 뭉클한 적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모국어가 있듯이 분청사기는 나의 어머니다. 그 활기에 찬 소박함을 나는 사랑한다.” 이번 도예가 변승훈 서른두 번째 개인전 ‘手作禪(수작선)’은 첫 전시부터 현재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분청 항아리, 달항아리(Moon Jar) 등의 작품들을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통인화랑에서 선보이고 있다. 인터뷰 말미, 변승훈(邊承勳)작가에게 ‘도예가의 길’에 대한 소회를 물어보았다. “흙 작업은 불질이 없이는 의미가 없다. 나는 불을 때면 땔수록 힘이 난다, 나는 흙이므로, 물과 바람을 좋아한다. 흙은 물 없이는 반죽이 안 되고 바람 없이는 마르지 않으므로!”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