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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현대서예가1세대들-③]소암 현중화‥호흡처럼 움직이는 서예의 묘

한글서예 소암체‥한문의 필법과 조형원리융합
  • 소암 현중화<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소암 현중화(素菴 玄中和,1907-1997)는 제주에서 태어났다. 1924년 18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 대학 정경학부를 마치고 31세 때 일본의 서예가 마츠모토 호스이(松本芳翠,1893-1971)와 츠지모토 시유(?本史邑, 1895-1957)로부터 북위서풍(北魏書風)과 역대 비첩 등 지도를 받았다.

49세가 되던 1954년에 제주로 돌아 소암은 91세에 세상을 뜨기까지 일상을 서예와 함께했다. 소암은 평생 쌓아온 예술 흔적을 제주도에 기증했고, 제주도는 소암기념관을 세워 그의 예술혼을 후대에 전하고 있다.

  • (왼쪽)성삼문-절개가, 189.1×58.3㎝ 종이에 먹, 1970<개인소장> (오른쪽)이순신-단장가, 190.7×64.7㎝ 종이에 먹, 1971<개인소장>
소암은 일본에서 가나서(假名書), 전위서 등 서예의 현대화 작업을 봤다. 기존 궁체에서 보여주는 초성과 중성, 종성의 정형화된 형식을 깼다. 자법(字法)과 장법(章法)의 대소(大小), 장단(長短), 긴밀(緊密), 조응(照應)을 극대화한 소암풍의 한글이 탄생했다. 그는 한문 필법과 조형 형식을 적용하여 한글서예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 고민했는데 그 결과 소암체(素菴體)라는 한글서예 작품이 나오게 된 것이다.

“소암의 한글서예는 한문의 필법과 조형 원리를 융합, 소암체의 원형성을 보여준다. 소암은 끊임없이 자연 속에서 서예의 본질을 찾고 자연을 닮은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소암의 서예는 단지 외형의 닮음에 있지 않다. 문자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그의 내면에 들어와 녹여져 다시 서예작품이라는 형식으로 드러나고 있다.”<김찬호 미술평론가, ‘자연에서 서예의 묘(妙)를 찾다’ 중,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 방회=67×134㎝ 종이에 먹, 1970 <소암기념관>
◇자연스러운 리듬

소암 현중화는 한국 근대와 현대가 교차되는 길목에서 변혁의 한 획을 그은 서예가다. 소암의 서예는 자연을 바라보는 예리한 관찰력과 시대와 예술을 읽어내는 통찰(洞察)력으로 시간과 공간 안에 자연스러운 리듬을 통해 작품에 개념을 담아내고 있다. △작품 ‘방회(放懷)’는 어린아이와 같은 천연성과 고졸(古拙)함에서 서격(書格)을 넘어 그 안에 골기를 품고 있다.

  • 운수심=31.9×129.2㎝ 종이에 먹<개인소장>
△‘취시선(醉是僊)’은 글자 속에 한 마리 학이 춤을 추는 듯 가늘고 긴 것 같으면서도 그 강인한 힘이 마치 전통무예 택견을 보는 듯하다. 택견은 언뜻 보기에는 춤을 주는 듯 유연해 보이나 순간의 절도와 타격을 가하면서도 결코 중심을 잃지 않는다.

1976년 어느 날, 서귀포에 있는 음식점 국일관에 들른 소암이 새로 도배된 벽을 보고 여기에 글씨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취흥에 지인들에게 먹을 갈게 하고 벽에 ‘醉是僊’을 썼는데 후에 작품이 망가질 것을 염려해 변성근이 가게 주인과 협의해 도배지를 떼어내 배접했고, 변성근이 가지고 있다가 현재는 소암기념관에 소장되어 있다.

정내교(鄭來僑,1681-1757)가 ‘김명국전(金明國傳)’에서 말한 ‘욕취미지간(慾醉未醉之間)’의 경계를 보여준다. “술이 너무 취하면 그릴 수 없고, 또 술을 마시지 않으면 그리지 않는다”는 것으로 취하지 않는 적절한 상태에서 명작이 나온다. 김명국을 두고 한 말이지만 소암에게도 들어맞는 말이다.

  • 취시선, 194×430㎝ 종이에 먹, 1976 <소암기념관소장>
△‘운수심(雲水心)’은 서예에서는 드물게 담묵(淡墨)뿐으로 쓰면서도 결코 필(筆)의 골격(骨格)을 놓치지 않고 있다. 붓에 담묵과 농묵(濃墨)을 찍어 구름과 물의 형상이 드러나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수묵화와 같은 표현기법을 활용하여 서예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은 소암 서예의 현대성을 엿볼 수 있다.

“소암의 일필휘지 글씨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연습지가 앞뒤로 새까매지도록 거듭 쓰고, 천장에 닿을 때까지 쌓아두었다가 연습지가 천장에 미치면 제주도 앞바다에서 태워버리는 게 연중 행사였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소암의 연습지를 볼 수 있다. 소암의 글씨는 신선하다. 그가 살았던 제주도의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듯하다. 대자연에서 서예의 묘(妙)를 터득하려 했던 그의 예술관을 반영한 것이었다.”<국립현대미술관 배원정 학예연구사(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Curator Bae Wonjung,裵原正,미술사학 박사)>

한편 소암 현중화는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덕수궁관에서 4~7월 전시 중인 ‘미술관에 書:한국 근현대 서예전(The Modern and Contemporary Korean Writing)’의 두 번째 주제 ‘글씨가 그 사람이다(書如其人)-한국근현대서예가1세대들’ 12인 중 예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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