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 종이로 그린 그림’ 기획전…4월 7일~6월 28일, 대전 이응노미술관

국내·외 종이회화의 확장과 변주를 선보이는 전시가 주목받고 있다. 이응노, 권영우, 박철, 자오우키,장 뒤뷔페, 장 포트리에, 전광영, 한기주 등 종이작업에 천착해 온 8인의 거장이 총72점을 선보이고 있는 ‘2020 이응노미술관 기획전-이응노, 종이로 그린 그림’이 전시 중이다. 종이를 미술사, 재료, 기법적 특징으로 제1전시실은 앵포르멜과 종이 그리고 종이와 일상, 제2전시실은 종이의 느낌, 제3~4전시실은 종이의 형태 등으로 구성했다.
(위 왼쪽부터)이응노=구성, 48.5×48.5㎝ 종이 릴리프, 1978/자오우키=무제, 종이에 석판, 1988<부산시립미술관소장>/박철=Ensemble6-12, 한지에 천연염색, 2006<서울시립미술관소장>(아래 왼쪽)장 포트리에=무제, 38×61㎝ oil and pigment on paper laid down on canvas, 1955<가나문화재단>/장 뒤뷔페=Mire G79, acrylic on paper laid on canvas, 1983<가나문화재단소장>

▦이응노(1904∼1989)=추상이미지를 나무와 돌 등에 조각으로 새기고 그 판 위에 물감을 묻혀 종이에 찍어내거나, 종이를 눌러서 그 요철을 담아내 종이릴리프를 완성했다. 종이가 물과 맞닿은 뒤 건조 과정에서 형태가 굳어지는 성질을 이용해 판화원판의 형태를 종이에 떠내었는데 이때 다른 재료를 넣어 종이표면의 거친 재질감을 극대화시키기도 하였다. ▦자오우키(1920~2013)=이응노와 동시대 파리에서 활동한 중국작가다. 중국고대문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문자처럼 보이는 형태를 그리며 프랑스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자신이 어린 시절 중국에서 배웠던 종이와 먹에 다시 관심을 가지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박철(1950~)=잊혀 가는 한국고유의 물건들에 관심을 가졌고 이를 종이에 떠내는 릴리프작업이다. 와당, 멍석, 문살 등 전통사물부터 서양의 악기까지 대상의 폭을 확장하고 있다. 종이작가 박철 작품은 석고나 시멘트 틀에 사물을 찍어내어 캐스팅한 후 천연 염색된 종이를 여러 겹을 밀착시킨다. 이처럼 동서양을 아우르는 오브제는 화면 안에서 앙상블을 자아낸다. ▦장 뒤뷔페(1907~1985)=신문지 위에 물감을 뿌리거나, 낙서하였을 뿐만 아니라 물질을 탐구하기 위해 돌, 실 등 다양한 재료를 물감과 혼합했다. 물질이 강조된 장 뒤뷔페의 그림은 이후 앵포르멜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장 포트리에(1898~1964)=앵포르멜 미술을 이끈 선구자로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잔혹한 현실에서 느낀 고통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전통적인 회화개념을 탈피하고자 캔버스 위에 종이, 석고 등을 붙이고 물감을 얹어 알 수 없는 형상을 그려 내었다.

(위 왼쪽)전광영=agrregation001-AP035c, 혼합재료, 2001<부산시립미술관>/(오른쪽)권영우=무제, 화선지, 과슈, 1984<서울시립미술관>/(아래)한기주=작업87-예감, 합판에 종이, 1987<국립현대미술관>
▦전광영(1944~)=어린 시절 한의원에서 쓰이는 약봉지를 기억해내고 거기서 한국적 정서를 발견했다. 약봉지종이를 삼각형 조각에 감싸고 이 조각을 화면가득 채워 ‘집합’시리즈를 완성하였다. ▦권영우(1926~2013)=종이를 찢고, 긁고, 상처 내어 물감을 흡수시키며 종이가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한기주(1945~)=나무를 쪼개고, 긁고, 파편을 만들어 조형적인 형태를 조각한다. 그 위에 종이를 올리고 두들겨 나무가 가진 고유한 결을 각인시킨다. 거친 나무표면은 종이에서 보다 부드럽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회화적 화면으로 다가온다. 한편 이번 전시와 연계, ‘미술사적 시각에서 살펴본 종이의 물성’ 주제의 학술세미나가 6월 12일 열릴 예정이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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