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류철하 관장. 배경작품=장포트리에-무제, 24×32㎝ 캔버스에 놓인 종이 위 유채와 안료, 1937<가나문화재단 소장><사진=권동철>

“한국미술의 새로운 실험과 도전의 기초 제시”
류철하 대전이응노미술관 관장‥‘이응노, 종이로 그린 그림’ 전시 리뷰


지난 4월 7일 오픈하여 6월 28일까지 3개월에 걸친 긴 노정을 마무리한 ‘이응노, 종이로 그린 그림’ 전시는 한국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탁월한 기획으로 평가된 전시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코로나19’라는 전혀 새로운 환경에 봉착, 관람자의 발길이 줄을 잇던 이전의 전시장 풍경에 비해 아쉬움을 남겼다.

대전이응노미술관은 고암 이응노(1904~1989)의 삶과 예술세계의 기품으로 여름의 맑고 투명한 햇살 아래 인근 숲과 어우러지며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미술관 비전에 구체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국제화의 기초로 삼기 위한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류철하 이응노미술관 관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전시는 1959년 독일로 건너가 ‘카셀도큐멘타’에서 현대미술의 형식실험을 본 고암 이응노가 이후 파리에서 전개한 종이 콜라주를 통해 새로운 물질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미술적 의미에 주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을 조명하는 데 있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고암은 종이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로 이어지는 연결 작업을 통해 서구미술에 대한 자신의 정체성과 근원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고 그 과정에서 문자추상과 군상 등 걸작이 탄생했습니다. 고암의 노력이 권영우 화백 등의 추상조형작업에 영감을 주었고 현재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전광영, 한기주, 박철 작가 등 한국미술의 새로운 실험과 도전에 기초가 되었습니다.”

(위)이응노 ‘구성(Composition)’전시장면<가나문화재단 소장>, (아래)대전이응노미술관 전경

한지의 새로운 방향성 모색
‘코로나19’가 미술전시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끼친 상황에 류 관장의 생각이 궁금했다. “비대면, 비접촉이라는 전시환경의 변화는 광범위한 매체와 홍보에 의존하는 전시형태와 철학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소규모 개인까지 다양한 참여의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새로운 매체를 통한 전시기법개발을 연구하고 대응해 나가야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지(Korean paper)라는 소재의 물성에 대한 지평을 확인하고 새로운 확장의 모멘텀(Momentum)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국미술의 방향성을 모색하는데 매우 의미심장한 전시였다고 평가된다.

“이응노미술관 목표는 분명합니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쉽고도 깊이 있는 전시와 학술적 내용을 갖춘 전문가가 평가하는 전시를 갖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중성과 전문성을 인정받는 세계적 작가미술관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류 관장은 “그러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술관의 핵심인 학예실이 자율과 책임, 자기주도성이 있는 조직으로 성장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시와 교육, 국제학술세미나 등에서 학예사의 역량이 발휘되도록 특별히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