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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현대서예가1세대들-⑨]일중 김충현‥국한문 서예의 통합적 탐구

한글과 한문서예 균형발전, 서예의 새로운 생명력 발견
  • 일중 김충현<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일중 김충현(一中 金忠顯, 1921-2006)의 집안은 조선왕조의 외척으로 대궐에서 보내온 한글서간이 많이 남아있어 연구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그중에는 순조(純祖)의 비 순원왕후를 비롯한 조선 후기의 왕후들이 김병주(순조대왕의 부마이자 김충현의 5대 조부)에게 보내 온 한글편지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는 궁체를 그대로 쓰지 않고 창조적으로 재구성하여 일중 특유의 궁체로 만들었다. 김충현의 한글은 궁체로 시작된다.

김충현은 동아일보에서 주최하는 제7회 전국조선남녀학생작품전(1938)에서 특상을 받은 후 서예에 전념하여 20대에 이미 이름을 알렸다. 1948년 문교부 예술위원으로 임명되어 손재형과 함께 제1회 국전을 준비했다. 194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하 국전)가 창설됐고,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폐지되었던 서예부가 국전을 통해 부활했다.

여기에는 문교부 미술 분과위원으로 제1회 국전을 준비하던 김충현과 소전 손재형(1903-1981)의 영향이 있었는데, 이들은 다른 위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예의 예술성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서예를 국전에 포함시켰다. 따라서 당시 활동하던 서예가들의 가장 큰 과제는 서예의 예술성을 작품으로 증명하는데 있었고, 그 중 김충현은 국한문서예를 통해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했다.

  • 이색-서대행, 종이에 먹166×39×(12)㎝, 종이에 먹, 1977<일중선생기념사업회 소장>
◇일중체

김충현의 서예가 작가적인 독창성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이 시기에는 ‘고체(古體)’라는 새로운 형식의 글씨가 김충현의 한글작품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어서 한글고체와 한문예서를 혼용한 작품이 등장한다. ‘고체’라는 이름은 김충현이 처음 명명한 것으로 그는 평생 고체연구에 힘을 쏟았다.

“김충현은 창의적인 서예를 함에 있어 그 근거를 국한문 서예의 통합적 탐구에서 찾고자 노력했다. 한글과 한문서예를 넘나들며 이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서예의 새로운 생명력을 발견하고자 했다. 이에 힘입어 독창적인 ‘일중체’가 탄생했다. 그가 남긴 작품 중에는 한글과 한문을 섞은 서예작품이 많으며, 말년에 이르기까지 한글과 한문서예를 넘나들며 창작활동을 했다.

그는 창의적인 서예를 하는 근거를 먼 곳에서 찾지 않고 국한문 서예의 통합적 탐구에서 찾으려고 했고, 이러한 일련의 작품 제작은 그를 한국서예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힘을 제공해주었다.”<김수천, 원광대학교 서예문화연구소 소장, ‘국한문 서예의 새 마당을 열다’ 中>

  • 조성신-도산가, 126×67×(2)㎝, 종이에 먹, 1963<개인소장>
작품 ‘이색(李穡)-서대행(犀帶行)’은 일중 예서의 대표작이다. 예서는 일중을 대표하는 서체로 알려져 있다. 김충현은 20대를 전후하여 ‘장천비’, ‘예기비’, ‘조전비’, ‘석문송’같은 법첩에 보이는 중국 한나라의 다양한 예서를 공부했다. 하지만 그는 법첩을 모방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독창적인 서풍으로 승화시켰다. 필획이 늠름하고 호연한 기상이 살아있어 작품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작품 ‘조성신(趙星臣)-도산가(陶山歌)’는 일중의 과감한 실험정신을 보여준 작품이다. 획수 변화가 적은 한글서예와 획수의 변화가 많은 한문서예를 혼용함으로써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서예작품을 탄생시켰다. 기존의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세워 설계한 작품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한글과 한문서예의 통합이 새로운 예술창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좋은 사례를 남겨주었다.

“일중은 ‘한국의 서예가는 중국과 달라 우리 고유의 문자가 있으니 중국 사람에 비해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한글과 한문서예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는 평생 동안 ‘국한문서예병진론’을 주장하고 실천했으며, 한글과 한문서예의 필의를 호환하면서 서예의 새로운 생명력을 발견해 나갔다. 그 결과 ‘일중체’로 불리는 한글 궁체, 한글 고체, 한문 예서가 탄생했다. 이것은 일중이 국한문서예를 통합적으로 균형 있게 연구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국립현대미술관 배원정 학예연구사>

한편 일중 김충현은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덕수궁관에서 4~7월 전시 중인 ‘미술관에 書:한국 근현대 서예전(The Modern and Contemporary Korean Writing)’의 두 번째 주제 ‘글씨가 그 사람이다(書如其人)-한국근현대서예가1세대들’ 12인 중 예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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