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노스 코라.
그리스의 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죽기 전에 에게해를 여행하는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복이 있다'고 썼다. 산토리니와 미코노스는 에게해에 뿌려진 400여개 섬 중 가장 선명하고 탐스럽다. 흰 담벽, 푸른 지붕의 섬 골목을 서성이는 것만으로도 짙은 로망에 빠지게 된다.

산토리니는 화산으로 생긴 절벽 위 집들이 가파르게 다가선다. 피라, 이아 등 산토리니를 대표하는 마을들은 해변절벽 위에 들어서 있다. 지붕과 마당이 아슬아슬하게 늘어선 골목과 가옥은 이 섬의 독특한 풍광이다.

미코노스 골목길.
화산 절벽을 간직한 섬, 산토리니

산토리니는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티라’로 불린다. 티라로 길을 물어야 답을 들을 수 있고, 페리 등의 승선표에도 산토리니 대신 티라라는 이름으로 적혀 있다. 산토리니의 어느 항구에 내리든 여행자들은 일단 중심가인 피라에 집결한다. 당나귀가 오르내리는 구항구를 시작으로 피라의 골목들은 복잡하게 늘어서 있다.

해질 녘이 되면 여행자들은 섬 북쪽의 이아로 모여든다. CF나 엽서를 통해 알려진 산토리니의 멋진 풍광은 대부분 이곳 이아마을에서 새겨진 것들이다. 화산이 터져 절벽이 된 가파른 땅에는 하얗게 채색된 수백 채의 집들이 붙어 있다. 이아에서는 아랫집 지붕은 윗집 테라스가 되고, 사람들은 테라스에 누워 에게해의 바람을 맞는다.

골목을 배회하며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이아의 석양이다. 바다 너머 작은 섬 위로 해가 지면 붉은 빛은 해변을 물들인 뒤 하얀 마을 위에 내린다. 그곳에 풍차가 있고, 교회당이 있고, 어깨를 기댄 연인들의 가녀린 입맞춤이 있다.

미코노스 어촌풍경.
밤과 낮이 다른 '두 얼굴의 미코노스'

산토리니에서 미코노스까지는 3시간 가량 푸른 뱃길이 이어진다. 미코노스에 대한 첫 인상은 단아하다. 여객선이 들어서는 포구옆으로는 아늑한 어촌이 있고, 마을 뒷편으로는 섬의 트레이드 마크인 풍차가 나란히 서 있다. 섬의 첫 느낌만 견줘도 산토리니와는 분명 이질적이다.

미코노스는 키를라데스 제도에서 가장 매혹적인 어촌마을을 간직한 섬이다. 잔잔한 수면 위로 고깃배가 드나들고 펠리칸이 자맥질하던 어촌은 이제는 어엿한 섬의 다운타운으로 변모했다. 그곳 중심가의 이름이 코라다.

코라의 뒷골목은 온통 길이 어지럽다. 산토리니의 번화가인 피라와는 미로의 격이 다르다. 바닥과 벽은 온통 하얗게 채색돼 착시현상마저 일으킨다. 골목에는 앙증맞은 카페와 가게들이 끝없이 도열해 있다. 밤이 이슥해지면 어촌마을 미코노스는 변장을 시작한다. 만토광장 인근을 기점으로 다운타운의 클럽과 바들은 밤새 문을 열고 새벽까지 흥청거린다.

미코노스는 다양한 해변들로 이목을 끄는 섬이기도 하다. 플라티 얄로스 비치, 파라다이스 비치 외에도 슈퍼 파라다이스 비치, 엘리아 비치 등의 누드 비치도 있다. 에게해의 탐스러운 섬은 계속되는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글 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산토리니 피라.
여행메모

교통=그리스 수도 아테네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테네에서 산토리니, 미코노스까지는 항공기와 고속 페리가 다닌다. 고속 페리는 4시간 소요. 산토리니와 미코노스간에도 페리가 오간다. 섬에서는 한여름에 새벽까지 버스가 운행된다.

음식=전망 좋은 카페는 산토리니는 구항구 언덕위 피라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미코노스는 코라의 어촌 포구 해변가에 늘어서 있다. 이곳 전통 레스토랑들은 '타르베나'로 불리며 오징어 튀김 칼라마리나 꼬치구이 수블라키 등을 맛볼 수 있다.

기타정보=산토리니에서는 분화구를 일주하는 투어에 참가하거나 페리사, 카마리 비치 등 해변을 찾을 수도 있다. 화산지형의 비옥한 땅에서 나는 산토리니 와인 역시 명물에 속한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tou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