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에너지 트이는 한지 부조의 형상성

서양화가 박동윤 초대전…11월 11~28일, 온유갤러리
  • Affectionate Things, 20×25㎝ 캔버스 위 한지, 2020
햇살이 한지를 투과하며 부드럽게 스민다. 등을 어루만져 주던 할머니의 버선코처럼 유연하게 휘어지진 서로를 잇는 겹의 선(線)이다. 빛살은 정제된 물의 번짐처럼 곡선으로 환치되듯 그런 경계선과 조우한다. 선조들이 정육면체에 담았다는 우주별자리, 가문의 자긍심이 응축된 견고한 유산의 기억처럼 가지런히 정돈된 입방체에 스민 절제된 색채에선 따스한 모성애가 아련히 전해온다. 그러한 순리의 흐름처럼 천연하게 도드라진 선은 우리 고유의 한지 특성인 반투명성과 어우러지며 부조(浮彫) 작품으로 승화되고 있다.

박동윤 작가는 1987년 ‘그로리치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당시 ‘Matter+Matter’는 캔버스에다 흑연을 두껍게 바르고 나무막대기, 아니면 철판을 곁들이거나 가로와 세로의 캔버스 프레임과 동어반복의 구획들을 설정함으로써, 평면의 자립성과 물질성을 강화하는 방향(김복영 미술평론)”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리고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Affectionate Things(애정이 깃든 사물들)’ 시리즈는 98년 판화작품에서 본격 등장한다. 그러나 실재로는 이전의 ‘View the Moon’ 등 작품의 연장선으로 봐야 하는데, 25년여 이 테마에 천착하고 있다.

  • 진행하고 있는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동윤 작가. 사진=권동철
세워진 ‘날’, 서예적 필획

2000년대는 작업방식에 큰 변화를 맞게 되는데 바로 회화로의 회귀이다. 추상적 이미지로 환원시켜 한지콜라주화를 통한 예술성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2007년 화면에 솟아오른 ‘날’작업은 ‘박동윤 종이회화의 독자성’으로 화단의 큰 주목을 받았다. 작품제작 초기단계에 어느 정도 완성작을 머릿속에 그려두고 진행하지만 도중에 반드시 재구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처럼 한지를 차근차근 얹혀 쌓아나가는 구축적인 방식으로 진행한다.

고양시 탄현동, 한지작가 박동윤 작업실에서 인터뷰 중 이번 전시준비 작업에 대해 물어보았다. “추사 김정희가 쓴 ‘유희삼매(游戱三昧)’가 있지 않은가. 즐기면서 작업을 할 때 몰입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작업을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운을 뗐다. “나는 추사체의 ‘기괴고졸(奇怪古拙)’ 속엔 추상성을 강하게 내포한 에너지 넘치는 형상성을 품고 있다고 본다. 부연하면, 현대추상미술의 추(抽)의 아름다움이 추사 서법(書法)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마음과 같이 투명한 즐거움의 행위 속에서 태어난 미술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박동윤 화백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미술학 박사) 졸업했다. 미국 Beaver college 대학원 회화전공 수학(필라델피아)했다.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예맥 화랑, 갤러리 상, 가나아트스페이스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이번 스물여덟 번째 초대전은 안양시 동안구 평촌 소재, ‘온유갤러리’에서 11월 11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한편 그에게 ‘화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1976년 미술대학에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입학했으니 어언 44년이 되었다. 많은 세월 속에서 깨달은 것은 재능은 어느 정도 있어야 되겠지만 예술가의 천성이랄까 그것은 본능적으로 타고나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로서는 조용한 성격이지만 내적으로는 모닥불은 있는 것 같은데 자만심에 빠지지 않는 것을 늘 마음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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