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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내전 사태에 신음하는 국내 기업들

최악의 경우 천문학적 손실 우려
이라크 내전에 진출 기업 충격… 정부 철수할 정도 아니다 판단
만일의 사태 대비해 각종 대책
최악의 경우 공기지연이나 사업 전면 중단 등으로 막대한 손실
이라크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충격에 잠겼다. 내전 위기가 불거지면서다. 물론 아직까지 가시화된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 정부 역시 현재 상황이 당장 철수를 논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라크에 진출한 기업들의 걱정은 여전하다. 최악의 경우 공기지연이나 프로젝트 전면 중단 등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까닭에서다.

건설사 사업중단 공기지연 우려

알카에다에서 퇴출당한 무장단체인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지난 10일 이라크 제2 도시인 인구 200만의 모술을 차지했다. 다음날인 11일에는 살라헤딘주의 티크리트까지 장악했다. 티크리트는 북부 모술과 수도 바그다드의 중간 지점이다.

ISIL 장악 지역이 남쪽으로 빠르게 확대되면서 이라크 정부 관할 지역의 30%가 이들 손에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이라크에 진출한 국내 회사들은 충격에 잠겼다. 내전 위기로 치닫는 이라크 상황이 사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당장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최악의 경우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건 한화건설이다. 한화건설은 사업비 80억달러의 국내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주택 10만호 건설사업을 수주하고 지난 4월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대우건설도 울상을 짓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이라크 주바르 일대에서 5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기존 석유플랜트 업그레이드 공사도 맡았다. 특히 이라크에서 원유생산량 증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어 추가공사 수주가 기대되고 있었다.

이뿐만 아니다. 대우건설은 앞서 지난해 8월 이라크 서북부 안바르주에서 7억862만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중앙처리시설 건설공사를, 같은해 11월에는 6억9,000만달러 수준의 알포우 항만공사 2단계를 수주한 바 있다.

지난 2월 60억4,000만달러 규모의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GS건설·SK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4개 건설사도 사색이 됐다. 이외에 이라크에 진출한 삼성엔지니어링, 쌍용건설, 포스코건설 등 20개 건설사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 국내 건설사들이 이라크에서 진행 중인 건설사업은 모두 252억달러에 달한다. 건설업계에선 사태가 이라크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공기 지연이나 프로젝트 전면 중단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건설업계는 현재 이라크 상황이 당장 철수를 논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부분 건설현장이 내전 지역과 거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대부분 건설사들이 이라크 현장에서 자체적인 안전 대책을 강화하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원개발사업 차질 불가피

이라크에 진출한 에너지기업의 개발사업 차질도 불가피하다. 당장 아카스·만수리아·쥬바이르·바드라 등 4곳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가스공사가 그렇다.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가스공사의 아카스 가스전이 반군세력에 완전히 장악당한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사업을 벌이는 하울러·바지안·상가우사우스 중 하울러 광구 데미드락 구조에서 지난 4월 단일구조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억5,800만배럴의 원유 매장량이 발견돼 축배를 들고 있었다. 정부는 해당 사업에 대해 시설보호 조치를 요청한 상태다.

경공격기 FA50 24대를 수출해 국내 방산 수출 역사상 최고액인 21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상황도 안갯속이다. KAI는 당초 2015년 10월까지 첫 생산분을 납품하고 2016년 10월까지 인도를 끝낼 예정이었다.

정부는 국내 기업과 현지 한국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있는 프로젝트는 법적 보호장치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또 위험지역 내 기업인들을 안전지역으로 이동하도록 권유하는 한편, 만일의 상태를 대비한 현지 직원들의 안전대책과 철수 계획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항공·정유·조선 유탄 가능성

이라크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이라크 내전 사태의 유탄을 맞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항공업계가 대표적이다. 국제유가의 상승에 따라 유류비용이 증가할 수 있어서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지난 13일 각각 1.58%와 0.62% 하락했다.

정유업계에선 원유 수급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라크에서 하루 평균 2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GS칼텍스가 그렇다. 전체 원유 수입량의 20% 규모다. 자칫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현물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석유를 사와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선업계도 침체에 빠진 조선사업에 다시 한 번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염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선박 유지비 등의 이유로 물동량이 줄어들게 되고 선박 수주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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