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 의혹 중에도 직원 연수?어린이, 신발장에 깔려서 사망… 엘리베이터선 균형체인 떨어져사고 잇따르자 입주민 불안 커… 사과와 설명 부족해 불만 가중직원해외연수 계획 알려져 눈총

부산 기장군 정관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한임대 아파트 현관 신발장. 천장이나 벽에 고정하지 않은데다가 천장과의 간격이 벌어져 최근 붕괴 사고로 어린이 1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최근 LH가 지은 아파트에서 어린이가 신발장에 깔려 숨지는 사고를 비롯해 각종 부실공사로 입주민의 원성이 자자하더니 이번에는 직원들의 해외연수 검토 방안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눈초리가 따갑다.

신발장에 깔려 어린이 숨져

최근 LH 아파트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부산 기장군의 LH아파트에서 초등학생 A(9)군이 현관 신발장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2월15일에서도 같은 아파트에서 유사 사고가 발생했다. 신발장이 앞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어린이 2명이 다쳤는데, 이 바람에 1명은 두개골이 함몰돼 몸 한쪽이 마비됐다.

신발장에 깔려서 숨지는 황당한 일이 왜 벌어지게 된 걸까. 경찰은 사고 원인을 '부실시공'으로 판단했다. 이 신발장은 천장이나 벽에 고정하지 않은데다가 천장과의 간격이 벌어져 있었다. 시공도면의 표준상세도에는 신발장을 석고보드로 천장에 고정한 뒤 도배지로 마감하게 돼 있었지만 감독관의 '허술한 감독'으로 그냥 지나친 것이다.

경찰은 시행사인 LH의 이모(37)감독관 등 3명과 시공·보수업체 현장소장 윤모(47)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2월과 5월에 같은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LH 측이 주민들에게 해당 사고 관련 내용을 자세히 알리지 않아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부실시공' 빙산의 일각?

LH의 부실공사로 불안에 떨고 있는 소비자들은 더 많았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불만제로UP'은 LH아파트의 각종 부실공사 의혹을 다뤄 충격을 줬다. 방송에 따르면 수원 광교 신도시의 한 LH아파트는 입주한지 반년도 되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 사고가 5개월간 460건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한 여성 주민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균형체인'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균형체인은 엘리베이터 천장의 유리를 뚫고 떨어져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김승룡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팀장은 "균형추와 균형 체인을 연결해주는 브라켓이 파손돼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체인이 떨어진 것"이라며 "균형체인은 절대 끊어져서는 안 되는 부분인데 정상적인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설명했다. 방송에서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LH 측으로부터 사과와 설명을 듣지 못해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파주에 있는 한 아파트 최상층에서는 입주 초기부터 결로와 누수가 발생하고 있었다. 누수의 원인은 옥상 지붕의 부실한 방수 처리 때문이었다. 비가 오기만 하면 물이 줄줄 흐르고 누전이 걱정돼 차단기를 내려놓고 지내야 하는 주민도 있었다.

LH의 또 다른 아파트에서는 지하주차장 누수와 샘솟는 지하수 때문에 펌프로 물을 퍼내고 있었다. 지하주차장을 살펴본 임병훈 우송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지하수가 이렇게 대량으로 발생하게 다며 결국 건물에 지하수가 부력으로 적용하게 되면서 더 심한 경우에는 건물에서 부동산침하(기초침하)가 일어나고 마치 피사의 사탑처럼 건물이 서서히 조금씩 기울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와중에 직원 해외 연수?

각종 부실공사로 인해 입주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LH가 직원들의 해외연수를 계획한 일이 알려져 세간의 시선은 더 따가워졌다. 지난 3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은 LH가 지난 해 9월 작성한 '판매목표관리제 추진방안' 자료에서 인센티브 방안으로 포상금 지급, 해외단기 연수기회 부여를 명시했다고 밝혔다. 판매목표관리제란 LH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본부별로 미매각 자산 판매 목표를 정하고 목표 달성을 독려하는 내용의 자구 노력 방안의 하나다.

강 의원은 지난 2월 부채감축을 위한 비상경영체제하에서는 이 같은 인센티브 방안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LH는 '2014년 판매목표관리제 시행방안'에서 인센티브 항목을 삭제했지만 여전히 해외 단기 연수 방안은 폐지하지 않은 채 '미정' 상태로 명시하고 있었다. 이는 개선의지가 있는지 합리적인 의심을 들게 한다. 강 의원은 "자산 총력매각 대책을 마련하면서 해외연수를 포상으로 내거는 것은 국민감정과 맞지 않다"며 "LH는 방만경영해소와 부채감축을 위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강 의원의 지적처럼 LH는 대표적인 부실 공기업으로 지적받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LH의 금융부채는 102조 1,000억원에 육박한다. LH의 부채규모는 2003년 20조 원 내외였다가 2013년 142조 원으로 늘어났다. LH는 부채를 줄이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했다. LH는 공사가 보유한 토지나 주택 판매로 금융부채를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방만경영에 대한 책임을 나누기 위해 향후 3년 동안 매년 부채를 감축하지 못하면 2급 이상 간부사원들의 임금인상분을 반납하겠다고 노사가 합의했다.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김윤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3일 "LH는 2017년까지 부채 감축 계획을 수립하면서 불과 두 달 만에 부채 감축액을 3조원 이상 증액하는 등 그 대책이 주먹구구식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LH가 민간자본유치를 통해 공공·민간공동개발과 대형개발 등의 사업방식 다각화를 통해 총 8조8,000억원의 부채 감축을 계획한 것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