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뻥튀기' 2,323억 빚 부담사업타당성 검토 없이 장밋빛만 좇아… 해외자원개발 속빈 강정속초 아연 광산 투자 실패…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지경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자원공사)가 멕시코 자원 개발 사업의 수익률을 부풀려 2,300여억원가량의 빚 부담을 떠안게 됐다. 감사원이 지난 3일 공개한 ‘에너지공기업 투자 특수목적법인 운영관리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는 2012년 ‘멕시코 볼레오 복합광(동, 코발트) 개발사업’에 투자금 2억5,000만달러(약 2,525억원)의 증액을 추진하면서 예상 수익률을 크게 부풀려 증액한 사실이 드러났다.

광물자원공사는 수익률이 5.36%에 불과한데도 내부 산정 수익률을 8%로 올려 이사회 의결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해외사업 추진이 가능한 기준수익률을 애초 10%에서 8%로 낮추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그뿐만 아니라 투자비 증액을 추진하면서 민간 주주사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주주들과 투자비 분담에 대한 합의도 없이 임의로 분담금을 설정해 이사회에 상정하고 의결을 받았다. 결국 주주사들이 애초 약속한 금액만 투자하기로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해 광물자원공사는 증액한 투자비 80%를 부담하게 되면서 총 2억3,000만 달러(약 2,323억원)의 빚 부담을 안게 됐다.

멕시코 복합광사업, 사상누각 전락 위기

‘묻지마식 에너지 자원개발 외교’가 한창이던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에너지공기업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에너지 자원개발 외교성과를 알리기에 바빴다. 대한광업진흥공사에서 이름을 바꾼 광물자원공사 역시 자원외교와 지분투자를 통해 외형적, 양적 성장을 꾀했기 때문에 이 대열에서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무리한 자원 확보와 현지 사정에 맞지 않는 정책 등으로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실제로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6년간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무려 3조2,0735억원의 돈을 투자했지만 벌어들인 수익은 고작 2,275억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사업별로 살펴보면 전체 46개 해외사업 중 19개(41.3%)가 적자 상태이고, 8개 사업은 손익실적이 아예 없고 5개 사업은 투자를 하고도 조기에 사업을 접거나 진척이 전혀 없는 상태로 파악됐다.

최근 감사원이 지적한 멕시코 볼레오 복합광 개발사업 투자도 2008년 이 때 벌어졌다. 당시 광물자원공사는 LS니꼬동제련, SK네트웍스, 현대하이스코, 일진머티리얼즈 등 4개 민간기업과 특수목적법인(SPC) ‘코리아 볼레오 코퍼레이션(KBC)’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캐나다 ‘바하마이닝’사(社)가 볼레오 개발 사업을 위해 멕시코에 세운 자회사인 ‘미네라 이 메탈루지카 델 볼레오(MMB)’에 대한 지분 인수에 나섰다.

그 결과 KBC는 2008년 5월 MMB의 지분 30%를 확보했고, 이후에도 계속 투자액을 늘려 2012년 12월에는 90% 지분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내부 산정 수익률 조작뿐만 아니라 동과 코발트 수익률 단가를 각각 파운드당 2.5∼3달러와 12달러에서 2.75달러와 18.5달러로 조정해 투자 증액 심의를 의사회에 요청하는 꼼수를 보였다.

감사원은 광물자원공사에게 “멕시코 볼레오 복합광 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통보하는 한편 광물자원공사가 민간 주주사들과 투자비 분담을 합의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납입하도록 개발사업의 경제성 분석을 부당하게 실시한 점을 들어 팀장급 직원 4명에 대해 각각 정직 등의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볼레오 복합광 개발사업에 뛰어든 민간기업의 한 관계자는 “2008년 광물자원공사가 복합광 개발사업에 뛰어들 때는 장밋빛이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에서 모든 원자재를 빨아들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잘 될 것이라던 해외자원개발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고 결국 엄청난 투자 손실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 주주사들은 2012년 볼레오 사업 증액투자비 납입이 불가하다고 광물자원공사에 통보했지만 이사회 의결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KBC 운영비만을 납입했다”면서 “결국 이때의 선택이 옳았지만 수익성이 없는 이 사업에 광물자원공사뿐만 아니라 민간회사들도 손해를 입었다”라고 덧붙였다.

사전조사 없는 황당한 광산 투자 실패

광물자원공사는 2008년 강원도 속초시에 연·아연광인 가곡공산 개발을 위해 민간사와 함께 총 66억2,840만원(공사 지분 30%, 민간회사 지분 70%)을 투자하기로 하고 SPC 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아연가격은 2007년까지 1,742달러/톤이었고, 2008년 1,302달러/톤으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던 상태로 투자수익률을 분석하더라도 투자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광물자원공사는 과거 아연가격이 가장 높았던 2006년의 평균가격 3,339달러/톤의 75%인 2,500달러/톤을 적용하여 내부수익률이 15.8%가 되는 것으로 산출했다.

그 결과 최소투자 수익률 10%도 되지 않아 추진이 불가능한 사업이 이사회에서는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15억6,390만원 투자가 결정됐다. 민간업체들은 가곡광산 개발사업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SPC에 출자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광물자원공사 홀로 의사회에서 의결된 투자금액 중 공사 몫 5억6,00만원을 출자, 납입했다.

더 가관인 것은 광물자원공사는 지자체로부터 채굴인가 등을 받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강원도에 위 사업 인허가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고 진행하는 미숙함을 보였다. 그 결과 2013년 강원도로부터 광물의 채굴예정지가 천연기념물 산양의 서식지이고, 상태자연 1등급 지역으로 채굴 불허가 처분을 받았다. 더욱이 광물 존재량을 알 수 있게 탐사시추조사를 해야 하는데 산림유전자원 보전 및 생물다양성 증진 법률에 의해 시추공조차 뚫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광물자원공사가 이 사업에 쏟아 부은 돈은 자그마치 21억6,260만원이다.

감사원은 광물자원공사 사장에게 “가곡광산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이사회 심의, 의결도 없이 단독 출자하고, 경제성 분석을 부실하게 실시하여 추가 출자까지 하도록 한 공사 직원 3명에 대해 징계처분을 하라”고 문책할 것을 주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곡광산은 1986년경에 생산이 중단된 광산으로 제대로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투자를 진행했다. 결국 시추조차 못한 채 사업이 좌초됐다”라며 “공공기관의 투자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서 당시 관련 공사 직원과 SPC 회사와의 연계, 밀약 의혹이 나돌았다”라고 밝혔다.

이자비용 579억, 공공기관 평가 낙제 면해

광물자원공사의 2012년 부채는 2조3,766억원으로 2008년 5,234억원에 비해 5년간 5배가량 늘어났다. 국내 에너지 공기업 중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한수원) 다음으로 부채가 가장 많이 늘었다. 하지만 한전과 한수원이 각각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이라는 부채 경감 요소가 있는 반면에 광물자원공사의 부채 해결은 오롯이 해외 자원개발과 국민세금으로만 해결해야 한다. 영업이익 역시 2008년 121억원 흑자에서 2012년 317억원 적자로 돌아섰으며, 매년 이자비용만 579억원을 내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객관적이고 투명한 투자사업 의사결정절차 정립과 재무구조 안전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채권을 발행해 민간 기업의 운영 자금 지원을 하지 않도록 하고, 투자자산 매각 계획의 중기 재무계획 반영은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 발표된 ‘2012년 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 판정을 받는 등 자원 개발 부실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최악의 성과를 기록했다. 다행히 올해 발표한 ‘201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는 성과급 지급대상인 C등급을 받았지만 성과급의 50%만 지급받게 됐다.



이동헌기자 idh14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