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값 내리는데 커피값은 올라생두·원두 등 원재료값 하락… 커피 한 잔 재료값 30원에 불과임대료 상승이 가장 큰 요인… 전국 커피값 동일엔 의문

국제 생두와 원두가격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커피전문점들이 커피 가격을 올리는 터무니없는 가격 정책으로 빈축으로 사고 있다. 사진=이규연 기자
명동 근처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 김현정(26)씨는 점심식사 후에 회사 근처 커피전문점에 들르는 것이 일상화됐다. 무더운 날씨에 쌉싸름한 커피는 식욕을 돋워주고 소화에도 도움이 되는 느낌이다. 그가 자주 찾는 곳은 일명 '별다방'이라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를 주문해 매장에서 동료들과 수다를 떨거나 회사로 돌아와 오후 업무를 처리하면서 커피를 마신다. 16일부터 3,900원이던 커피값이 4,100원으로 올랐지만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즐기는 여유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국내 커피 소비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만 20세 이상 성인 한 명이 마신 커피는 298잔. 2012년 288잔에 비해 3.8% 증가했다. '커피공화국'이라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다. 커피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시장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AC닐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7년 1조5,500억원대였던 커피시장 규모는 2012년도엔 4조1,300억원으로 성장했다. 불과 5년 사이에 2.6배나 성장한 것이다.

커피전문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시장규모는 2조8,000억원대로 추산되며 커피전문점은 전국적으로 1만5,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레드오션' 시장으로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있지만,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신(新)메뉴와 매장 리뉴얼 등 새로운 무기를 챙겨들고 '공격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생두와 원두 등 커피 원재료를 전량 수입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커피수입량도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5일 밝힌 '커피수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커피 수입량은 12만229톤으로 전년보다 5.0%가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1∼5개월) 동안에만 5만4,319톤을 수입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10.3% 증가했다. 이런 식의 수입 추세가 계속된다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밥 한 끼 값에 육박하는 커피 한 잔

국내 커피전문점 매출액 1위 스타벅스가 16일부터 아메리카노, 카페 라떼, 오늘의 커피, 커피 프라푸치노 등 전체 42개 중 23개 품목의 가격을 100∼200원, 평균 2.1% 인상했다. 톨 사이즈 기준으로 아메리카노는 3,900원에서 4,100원으로 5.1%, 카페 라떼는 4,400원에서 4,600원으로 4.5%, 커피 프라푸치노는 4,600원에서 4,800원으로 4.3% 올랐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우윳값과 임대료, 그리고 직영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제품 개발비용 등이 늘어나 불가피하게 커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유명 커피전문점의 가격은 대동소이하다. 롯데 엔제리너스의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가 3,999원,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 4,100원, 카페베네 3,800원. 아메리카노 한 잔에 3,000원대 후반에서 4,000원대 초반에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수입하는 국가와 맛이 비슷하다보니 어느 한 곳에서 가격을 인상하면 따라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커피 재료인 생두와 원두 등의 수입가격이 지난해부터 크게 떨어졌지만, 커피값은 내리지 않고 오히려 올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얘기다. 실제로 전체 수입의 90%를 차지하는 볶지 않은 상태의 커피콩(생두)의 ㎏당 수입단가는 2011년 4.54달러에서 지난 5월엔 2.87달러로 떨어졌다. 이 기간 동안 수입단가가 37%나 하락한 셈이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커피값은 2011년에서 지난 5월 사이 4% 이상 올랐다.

커피값은 원재료인 생두의 수입가격뿐만 아니라 인건비와 임대료 등에 의해 결정된다. 원재료값이 내리더라도 다른 요인들에 의해 오를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난 2012년 스타벅스,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엔제리너스 등 커피전문점들이 커피값을 줄줄이 올릴 때 원재료 가격 상승을 중요한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원재료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커피값을 내린다는 소식은 없다. 재료값이 오를 때에는 가격이 따라 오르지만, 재료값이 내릴 때는 가격이 그만큼 따라 내리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커피 가격을 포함하는 요소에는 원재료뿐만 아니라 임대료, 인건비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며 "원재료 가격 움직임에 커피 가격이 바로바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임대료와 인건비 등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커피가격 인하 한 번도 없어

커피전문점에서 흔히 마실 수 있는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의 원가는 얼마일까. 보통 볶은 콩(원두) 1㎏에서 커피가 100잔 정도 나온다. 생두 원산지나 질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 잔에 들어가는 생두 원가는 대략 30원 정도다. 로스팅 기계 가격이 비싸다고 해도 연간 커피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면 기계값은 잔당 69원 정도다. 임대료 등을 감안해도 1,000원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은 4,000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커피 재료인 생두나 원두 가격만 놓고 커피값을 책정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커피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생두와 원두의 수입가격보다 임대료와 인테리어, 로스팅 기계, 가게 투자비용, 매장관리 운영 및 유지비용 등이 가격결정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가게 임대료가 치솟고 있어 점주들이 손에 쥐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임대료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매장의 경우 1년 만에 임대료가 50%나 오른 곳이 있다"라며 "어떤 가맹점의 경우 점주가 임대료 상승에 견디지 못하겠다며 가격인상을 먼저 요청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기계 투자비용이나 메뉴 개발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커피 가격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임대료에 대해서도 이중적인 잣대는 있다. 땅값의 차이가 나는 서울과 지방, 상권이 발달한 지역과 비상권 지역, 유동인구가 많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등 장소를 막론하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커피 가격은 동일하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는 같은 브랜드로서 동일한 가격 책정을 갖고 있다"면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투자비가 많은 드는 반면에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임대료 등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손님의 많고 적음에 따라 임대료 등 투자비용의 상관관계가 연결될 뿐이지 커피 가격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 지역 커피전문점 대표는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 등이 비싼 커피값의 명분이지만, 밥값보다 더 높게 책정돼 있는 현재 커피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헌 기자 ldh14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