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 의혹 vs 사실무근, 자진납세

오투스페이스가 운영하는 떡볶이 프랜차이즈 '아딸' 가맹점 전경.
하청업체와 소송과정서 비자금·탈세 문제 불거져
종교단체 통해 '가욋돈' 만들었다는 주장 나와
당기순이익 2.7배 교회 헌납… 헌금 20억원 빼내
아딸 측 "헌금 등 개인 착복한 일 없다"
"세무당국 자진신고… 횡령·배임 혐의 인정 안돼"

떡볶이 프렌차이즈 '아딸'을 운영하는 오투스페이스가 곤궁에 처했다.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이 제기된 때문이다. 아딸에 식재료를 납품해온 한 물류사의 수익금 일부를 종교단체 등 제3자를 통해 송금받거나 직접 현금을 건네받았다는 게 골자다.

오투스페이스 측은 비자금이나 탈세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종교단체에 송금한 자금을 개인이나 회사 차원에서 착복하지 않았으며, 현금으로 건네받은 돈 역시 세무당국에 자진신고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청업체와 소송과정서 의혹 제기

떡볶이 프렌차이즈 '아딸'로 유명한 오투스페이스는 2008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됐다. 이경수 오투스페이스 대표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오투스페이스는 창업한지 불과 수년만에 1,000여 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대형회사로 성장했다.

고작 '떡볶이집'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투스페이스가 지난해 벌어들인 총매출은 139억5,803만원에 달한다. 가파른 성장세도 눈에 띈다. 오투스페이스의 매출액은 2010년 92억2,654만원에서 2011년 116억787만원, 2012년 130억4,209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아딸은 2011년 중국 베이징에 첫 매장을 열고 해외 사업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오투스페이스는 직영점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경우 중국 현지 가맹 사업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아딸에 암운이 드리웠다. 서울과 경기지역 아딸 가맹점에 식재료를 공급해온 A사가 최근 오투스페이스와 이 대표를 상대로 '부당하게 미지급한 대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과 탈세 의혹이 제기된 때문이다.

26개월간 종교에 39억원 송금

의혹의 골자는 A사가 무자료 거래를 통해 조성한 자금을 종교단체에 송금하는 방식으로 가욋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종교는 사정기관의 사각지대인데다, 자금 흐름 추적이 쉽지 않아 비자금 조성과 탈세 창구로 이용된 전례가 적지 않다.

<주간한국>이 단독 입수한 송금 내역과 확인서에 따르면 A사 대표는 2008년 8월부터 2010년 9월까지 총 26개월간 한 교회에 38억9,186만원 상당을 송금했다. 이는 오투스페이스의 2010년 한해 당기순이익인 14억7,060만원의 270%에 달하는 규모다.

세부적인 자금거래 내역을 들여다보면 A사 대표는 2008년 8월 8,000만원을 시작으로 ▦10월 9,700만원 ▦11월 1억3,339만원 ▦ 12월 2억4,133만원 등 모두 4억3,167만원을 교회 계좌에 차명으로 송금했다.

2009년엔 1월 7,700만원에 이어 ▦3월 1억3,705만원 ▦5월 1억7,300만원 ▦6월 2억5,210만원 ▦7월 1억4,000만원 ▦8월 2억5,350만원 ▦9월 1억800만원 ▦10월 2억8,670만원 ▦11월 1억8,100만원 ▦12월 1억9,300만원 등 18억135만원을 보냈다.

2010년에도 ▦1월 7,900만원 ▦2월 3억8,701만원 ▦5월 3억1,480만원 ▦6월 1억5,850만원 ▦7월 1억3,050만원 ▦8월 3억7,497만원 ▦9월 9,400만원 등 15억3,878만원이 해당 교회에 입금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A사는 오투스페이스 측이 교회에 송금을 지시한 자금이 비자금화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A사는 소장을 통해 "교회가 일종의 비자금조성을 위한 자금세탁경로가 된 것"이라며 "이를 위한 증거를 추후 제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오투스페이스는 교회에 흘러간 자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교회로 전달된 자금은 해당 교회에서 정상적으로 사용됐다"며 "특히 전체 송금액 가운데 절반 가량은 A사 대표에게 돌아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A사가 2010년 9월 세무조사를 당해 30억원대 세금폭탄을 맞게 되자 오투스페이스 측은 해당 교회에 양해를 구하고 A사 대표 계좌로 20억원 가량을 송금하게 했다. 해당 교회에 대한 송금이 중단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그러나 A사 측은 자사에 막대한 규모의 추징금 철퇴가 내려진 건 오투스페이스의 책임이 상당하다고 항변했다. A사 대표는 "오투스페이스에 송금할 가욋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탈세를 모두 끌어안는 통에 추징금 규모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현금 쌓아놨다 자진신고

A사 측은 이후에도 오투스페이스와의 '은밀한 거래'가 끊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사 대표는 2010년 9월 이후부터는 경기도에 위치한 식당에서 정기적으로 이 대표를 만나 수십억원 상당의 현금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A사 측은 교회에 송금을 시작한 2008년 8월 이전에도 이 대표에게 현금을 전달하거나 친인척 명의의 계좌로 송금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전달된 자금이 80억원 규모에 달한다는 게 A사 대표의 전언이다.

오투스페이스는 A사가 건넨 현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주장 일부에 대해 "2010년 회사 경영상 위기를 겪고 난 뒤 현금의 필요성을 느끼고 A사로부터 자금을 받아 8억원 가량을 회사 금고에 쌓아뒀지만 비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오투스페이스는 개인적인 착복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수익금 일부를 현찰로 받아오다 부담을 느끼고 지난해 세무당국에 자진 신고했다"며 "세무조사 결과 횡령이나 배임 등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법인세만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자신납세'에 대해 A사 대표는 "오투스페이스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미지급 마진 지급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지 1주일 뒤 자신신고를 했다"며 '순수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