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물교환으로 골목상권 살린다"

그간 서민경제의 뿌리이자 내수경제 활성화의 핵심인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 왔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했던 게 사실. 이런 가운데 김영걸 한국물물교환결제시스템 회장이 '물물교환'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물물교환은 인류 최초의 거래형태다. 경제 고도화에 따라 결제수단이 화폐를 넘어 카드와 가상화폐 등으로 다양화 된 지금, 물물교환의 부활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과연 김 회장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지난 6일 김 회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해법을 들어봤다.

"옷값을 꽃으로 결제한다"

한국물물교환결제시스템은 2012년 11월에 설립, 골목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획기적인 결제시스템인 '익스트레이드카드시스템(EXTRADE Card System)'을 개발해 지난해 발명특허를 획득했다. 이어 지난 4월엔 원시 물물교환 업종으로 벤처기업에 지정됐다.

해당 시스템은 익스(EX)라는 포인트가 입력된 익스트레이드 카드를 사용해 소상공인끼리 물물교환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국내엔 최초로 소개되는 개념인 만큼 생소한 게 사실.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 회장이 부연 설명했다.

"예컨대, 꽃가게를 하는 가맹점이 옷가게를 하는 가맹점으로부터 익스트레이드 카드로 필요한 옷 20만원 어치 구매했다면 또 다른 가맹점들이 꽃가게 꽃 20만원 어치를 익스트레이드 카드로 구매해주면 거래가 성사됩니다. 결국 옷값을 꽃으로 결제하는 셈이죠."

꽃가게는 자신이 판매하는 꽃으로 옷값을 갚았기 때문에 결국 꽃의 매입원가로 결제를 한 셈이 된다. 꽃의 원가 비율이 50%라고 가정하면 10만원에 20만원 어치의 옷을 구매한 격이다. 여기에 현금 결제가 아니기 때문에 20만원 수준의 현금 유동성도 확보하게 된다.

"국내 창업자 10명 중 7곳은 망한다는 통계를 봤습니다. 막대한 투자금을 들여 창업을 하면서도 무너지는 건 결국 수개월 치 임대료 때문이에요. 현금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물물교환 시스템이 정착될 수만 있다면 소상공인들의 자생력은 크게 올라갈 겁니다."

소상공인 자구 경쟁력 강화

그렇다면 김 회장이 이런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뭘까. 이는 미국에 머무를 당시 꽃가게를 운영하던 교포가 교통사고로 치아를 다쳐 수천만원의 수술비 때문에 고민하다 유태인 커뮤니티에서 운영되던 물물교환 시스템 도움으로 무사히 치료받는 사례를 보면서다.

"해당 교포가 물물교환 형태의 거래방식을 소개받아 회원에 가입한 뒤 회원사인 치과를 찾아 수술을 받았어요. 수술비는 이후 다른 회원들에게 꽃으로 갚았습니다. 여기에 회원사들에게 자연스레 홍보가 되면서 상당수의 고정고객까지 확보하게 됐습니다."

이후 김 회장은 물물교환 시스템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유태인들이 해당 시스템을 통해 미국 내 극심한 경기 불황 속에서도 자신들의 상권을 굳건히 지켜내는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물물교환 시스템의 국내 도입 필요성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물물교환 시스템이 잘 정착된다면 소상공인들은 자구 경쟁력 강화는 물론 소상공인들과 연계돼 사업을 펼치는 생산 제조 물류업계 등도 활기를 띠면서 내수경제가 활성화될 겁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큰 이득이 생기는 셈이지요."

그러나 해당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할 순 없었다. 매장에서 구매승인서를 작성해 본사로 전달한 뒤 승인번호를 받아 이를 다시 매장으로 돌려받는 식으로 거래가 진행돼 절차가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다. 이런 방식은 성질 급한 한국인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김 회장은 현대기술을 접목시키기로 했다. 신용카드 단말기를 이용해서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처럼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국물물교환결제시스템은 단말기를 관리하는 국내 13개 밴사 가운데 8개사와 업무협약을 맺어놓은 상태다.

시스템 정착 관건은 가맹점 확보

현재 김 회장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바로 가맹점 확보다. 물물교환시스템 정착의 관건이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가맹점 수가 많아야 접근성이 좋아짐은 물론 다양한 물품을 거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한국물물교환결제시스템은 현재 20개 본부와 60여개의 지사, 200개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안으로 서울 경기지역의 대리점을 1,2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해 10만에서 15만개의 가맹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어느 정도 가맹점이 확보되면 노동력 제공의 대가로 포인트를 지불하는 '타임카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지급받은 포인트로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노동력과 물건을 교환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김 회장은 상당 규모의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이 그리는 '그림'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국내에서의 성공 모델을 가지고 물물교환 시스템을 전세계에 전파하는 최종 목표다. 그 교두보는 미국이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내 성업 중인 소매상이 3만개에 달해 승산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물질만능주의 확산에 따라 사람들 간의 관계가 삭막해지고 있습니다. 물물교환거래 방식을 통해 우리 사회에 한국 전통의 나눔과 품앗이 문화를 다시 자리잡게 하는 게 한국물물교환결제시스템의 보다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