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구본학 사장, 경영권 승계… 차남 구본진씨 현금 확보'꿩 먹고 알 먹고' 절묘한 한 수… 일감 밀어주기·고배당 논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쿠쿠전자 서울사무소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상장 이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국내 밥솥 생산업체 쿠쿠전자가 금융투자업계에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쿠쿠전자는 최근 상승세가 약간 둔화됐지만 지난 14일 20만8,000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107위에 이름을 올렸다. 액면가 주당 500원, 공모가 10만4,000원인 것을 감안하며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을 웃돌며 고평가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쿠쿠전자는 국내 밥솥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정수기 렌털 사업 진출, 중국시장 성장 등 모멘텀이 큰 편"이라며 "밥솥만 놓고 보면 주가가 비싸지만 다른 사업에서 안정성과 성장성을 겸비해 당분간 현재 주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쿠쿠전자 측은 이번 상장이 기업이미지 제고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확보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쿠쿠전자의 상장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오너 아들들이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회사를 밀어줘서 가치를 높인 다음에 합병한 후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상장'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는 설명이다.

세간에서는 이번 상장이 창업주인 구자신 회장의 장남 구본학 대표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이번 상장을 통해 쿠쿠전자가 조달한 자금은 47억원에 불과한 반면, 구 회장의 차남 구본진씨는 1,500여억원이라는 현금을 챙겼다. 이는 구본진씨가 상장 과정에서 보유 주식 절반을 판 때문이다. 구본진씨 입장에서는 회사경영은 장남인 구본학 대표이사 사장이 맡는 구도로 짜여 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확보라는 실속을 챙겼다는 지적이다.

증여세 한 푼 안 내고 회사 물려받아

이번에 상장된 주식은 전량 구주매출 방식으로 진행됐다. 상장을 통해 회사가 신규 확보하는 자금은 거의 없고, 지분을 내놓은 주주에게만 자금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구주매출 주식 보유 대상자 지분은 구본진씨가 보유한 지분 29.36% 가운데 15%, 오너일가가 보유한 관계회사 엔탑이 보유한 지분 9.54% 전량, 쿠쿠전자 자사주 0.46% 등 총 25%(245만840주)이다.

결국 상장 주식 60%가 구본진씨에게서 나온 셈이다. 이로 인해 쿠쿠전자에서 별다른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은 구본진씨는 1,529억원 현금을 받게 됐다. 구본진씨가 현금을 손에 넣은 대신, 구본학 사장은 지분 구조 개편으로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상장 후 구본진씨의 지분은 29.36%에서 14.36%로 감소한 반면, 지분을 전혀 내놓지 않은 구 사장은 33.1%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해 최대주주로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으로 쿠쿠전자가 계획해온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다는 게 중론이다. 구 회장의 두 아들은 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쿠쿠전자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구 회장은 비상장사인 쿠쿠홈시스를 내세워 두 아들에 대한 자산승계 작업에 들어갔다. 구본학 사장 형제를 대주주로 내세운 쿠쿠홈시스는 쿠쿠전자 제품의 유통을 맡아 덩치를 키우면서 지속적으로 쿠쿠전자 지분을 매입해 대주주 지위에 올라섰다.

실제로 쿠쿠홈시스는 쿠쿠전자의 전기 밥솥을 판매하며 사세를 키웠다. 쿠쿠전자와의 내부거래(90% 수준)에 힘입어 2006년 매출 2,767억원, 영업이익 173억원에서 2011년 매출 3,772억원, 영업이익 229억원으로 실적을 불렸다. 자산총계도 같은 기간 1,605억원에서 2,858억원으로 늘었다. 이와 동시에 쿠쿠홈시스는 쿠쿠전자의 지분율을 지난 2001년 27.09%에서 2002년 35.01%, 2005년 37.17%, 2008년 44.86%으로 증가시켰다.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줘 핵심 회사의 지분을 사거나 합병할 수 있는 실탄을 마련해 준 셈이다.

쿠쿠전자는 2012년 12월 쿠쿠홈시스를 흡수합병했다. 당시 쿠쿠홈시스 지분을 각각 53%와 47%씩 갖고 있던 구본학 사장과 본진씨는 합병을 통해 쿠쿠전자 주식을 각각 33.1%, 29.4%씩 갖게 됐다. 쿠쿠홈시스가 보유했던 쿠쿠전자 지분 16.48%는 자사주가 됐고, 동시에 구자신 회장의 지분율은 합병 전 24.8%에서 9.3%로 떨어졌다.

당시 시민단체에서는 "자회사 설립부터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성장, 합병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 치밀하게 짜인 시나리오에 따라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졌다"며 "전형적인 오너일가 배불리기"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쿠쿠전자의 대주주가 된 형제의 지분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자칫 형제 간 지분 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상장을 통해 이런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됐다. 실제로 본진씨는 상장 작업을 시작한 올 3월 쿠쿠전자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결국 이번 상장으로 장남은 별도의 증여세 부담없이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확고히 다졌고, 차남은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자신의 사업을 펼칠 기회를 잡은 셈이다.

매년 고배당으로 현금 챙겨

쿠쿠전자를 둘러싼 또 다른 잡음은 배당금 문제이다. 쿠쿠전자 배당의 최대 수혜자는 대주주 일가이다. 쿠쿠전자는 지난 2012년 73억6,000만원을 배당했는데 이는 당기순이익 231억원의 30% 규모였다. 2011년 55억원 배당은 당기순이익 118억원의 절반에 달했다. 지난해도 당기순이익 512억원에 92억1,233만원을 배당했다.

쿠쿠홈시스 역시 두 아들에게 지난 2000년 32억원으로 시작해 매년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80억원까지 고배당을 실시했다. 합병을 앞둔 2011년에는 자본금의 1,100%, 당기순이익의 70.1%에 달하는 220억원을 배당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내부거래로 논란이 됐던 계열사 엔탑도 고배당을 했다는 차가운 시선을 받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남은 회사 내 경영권을 공고히 다지고 차남은 돈방석에 앉은 전형적인 편법 경영승계"라며 "이번 상장은 각본에 의한 대물림 성격이 짙다. 쿠쿠전자는 조달되는 자금의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상장 전만 해도 오너와 그 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상태에서 매년 고배당으로 현금을 챙기는 가족회사 성격이 짙었다"고 밝혔다.

한편 쿠쿠전자는 국내 1위의 밥솥 기업이다. LG그룹 명예회장인 구자경 회장과 10촌 사이인 구자신 회장이 1978년 창업했다. 이후 금성사의 밥솥 사업을 인수해 1988년까지 LG전자에 OEM 제품을 납품했다. 1998년 자체 브랜드인 '쿠쿠'를 출시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현재 국내 밥솥 시장은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이 양분하고 있다. 특히 쿠쿠전자의 시장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2004년까지 업계 2·3위를 차지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밥솥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구축한 결과다. 지난해 매출액 5,088억원, 영업이익 692억원, 당기순이익 574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매출액 5,880억원, 영업이익 900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장원수기자 jang7445@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