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롯데월드, 지하수 이상·지반 침하 심각 …무리수 되나

녹색자전거봉사단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잇달아 발생한 이 지역 싱크홀 문제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연합뉴스
지하수 흐름 지반ㆍ건물에 불규칙한 압력 '부동침하' 일으킬 수도
지반침하ㆍ싱크홀 모두 지하수와 관련, 어떤 일 터질지 알 수 없어
"심각한 문제 발생하면 개장 불가능해 조기개장하려는 것 아닌가"
롯데 측 "안전에 만전 기한 후 개장, 무리한 강행 안 한다"

작년 12월 고관절 수술을 받아 몸이 불편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최근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을 두 차례 방문하며 조기개장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싱크홀 등 각종 위험이 경고된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제2 롯데월드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며 "신 총괄회장이 현장을 둘러본 뒤 직원들에게 '안전에 만전을 기해 시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했다"고 지난 27일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부상으로 인한 고관절 수술 후 외부 활동을 자제해왔으나, 건강이 회복되자 공사 현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는 신 총괄회장이 1987년부터 추진해온 숙원(宿願) 사업이다. 신 총괄회장은 공사가 시작된 2011년 10월부터 작년 말 다치기 전까지는 주말마다 수시로 현장을 찾아왔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그러나 이 같은 신 총괄회장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제2 롯데월드 조기개장을 둘러싼 반대 여론이 뜨겁다. 일부에서는 "최근 지적되고 있는 위험성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시점에 개장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개장을 강행하자 재계와 롯데그룹 주변에서는 조기개장을 둘러싼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이 여러 문제점을 떠안고 제2 롯데월드를 개장할 경우 차후 문제 발생시 각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도 개장을 서두르는 것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그룹 조기개장에 사활 왜?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을 앞두고 롯데그룹 내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신 총괄회장에 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여름휴가를 반납한 채 서울시가 임시 사용승인을 내주는 즉시 개장이 가능하도록 수시로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늦어도 신 총괄회장의 생일(음력10월4일) 이전에 개장할 수 있도록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30년에 걸쳐 추진해온 제2롯데월드는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1987년 부지를 매입한 뒤 23년이 지난 2010년 최종 건축 허가를 받아 공사에 들어갔고 이미 지난 5월 에비뉴엘동, 쇼핑몰동, 엔터동 등 저층부부터 완공한 뒤 서울시에 임시사용승인 신청을 한 상태다.

신 회장은 제2롯데월드의 안전문제가 불거지고 여론이 악화되자 이달초 정책본부내 대외협력단을 신설하며 소진세 총괄사장에게 단장을 맡겼다. 현재 서울시는 롯데그룹이 제출한 교통 및 안전 보안대에 대한 검토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임시사용 승인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롯데그룹이 임시개장의 최대 난제였던 올림픽대로 하부도로 전 구간 지하화를 수용한 것도 신 회장의 결단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올림픽대로 지하화 문제가 해법을 찾으면서 추석 전 임시사용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도 서울시의 임시사용 승인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협력업체에 추석 전 개장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롯데그룹 측에 따르면 서울시는 조만간 임시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롯데 오너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제2 롯데월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소방당국이 제2 롯데월드와 관련 재난 대비 매뉴얼까지 마련해 불안감이 더 구체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에는 제2롯데월드 저층부 3개 층의 임시사용 승인 여부와 안전대책 등에 대한 지역 주민의 의견을 묻는 공청회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강동송파환경운동연합과 송파시민연대, 참여연대는 이날 저녁 송파구 불광교육원에서 '제2롯데월드 안전대책 수립을 위한 시민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반적으로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 송파구 일대 제 2롯데월드가 위치한 석촌호수 주변에서 발생한 여러 개의 싱크홀 때문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이들은 교통문제와 더불어 싱크홀 등 안전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싱크홀은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어 생긴 움푹 파인 웅덩이를 말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반침하나 싱크홀은 모두 지하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말하자면 지하수 흐름이나 수위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연쇄작용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대형사고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외국의 경우 직경 50m에 이르는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건물 20층 깊이의 구멍이 지면에 생겼고 이로 인해 건물 하나가 통째로 사라졌다.

또 제2 롯데월드 공사 후 공사장 주변의 지하수 수심에서 심상치 않은 이상 징후가 발견돼, 건물의 안전성에 치명적인 '부동(不同) 침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롯데 측은 2009년 서울시에 제출한 '환경 영향 평가서'에 제2 롯데월드 공사 이후, 주변 물이 공사장으로 흘러들면서 지하수위가 최대 0.7m 낮아지지만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위험에 대한 섬뜩한 경고

그러나 최근 서울 송파구청의 측정 자료에 따르면 제2 롯데월드 인근 고등학교의 경우 지하수 수위가 3m나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위 변화가 롯데그룹측이 조사한 내용과 달라 더 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2 롯데월드 공사가 시작된 뒤 위험을 알리는 여러 전조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수위가 상승한 곳도 있어 정밀조사가 요구된다. 제2 롯데월드에서 직선거리로 800m 떨어진 지하수위 관측정의 지하수위는 터파기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1년 이후 6m가 높아졌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제2 롯데월드 반경 1km 이내 지하수위 관측소 6곳 중 2곳은 수심이 높아졌고 2곳은 정상, 2곳은 최고 3m까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지하수위의 변화는 지반 침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동(不同) 침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 회의자료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료에는 "지하수가 대량 유출되면서 구조물에 불균등하게 수압이 작용할 수 있고, 유출량이 처리 가능 범위를 넘어서면 기초저면 균열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한서대 토목공학과 박인준 교수는 "지하수의 불균등한 수압 작용은 건물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8곳의 지하수위를 자체 측정한 결과, 1곳이 1m가량 낮아졌을 뿐, 나머지는 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2롯데월드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지하수 흐름이 급변하며 제2롯데월드 건물 일부에만 높은 압력이 가해진다면, 지반이나 건물이 기울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며 "송파구청은 공사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일일 지하수 유출량 모니터 결과를 즉각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송파구청에 관련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제2롯데월드 타워 지반의 침하 정도가 설계기준(35㎜) 안에 머문다면 문제가 크지 않다고 본다. 건물 무게만 75만t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내려앉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그 지반 밑에서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급격히 유출되는 지하수다.

2009년 11월 완성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지하수 유출이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겠지만 차수벽 시공이 끝나면 지하수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지하수 유출량은 하루 평균 239t에서 터파기 완료 후 105t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지하수 유출 차단 효과가 큰 철근콘크리트 벽체를 공사부지 외곽에 쌓았다.

그러나 유출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1년 6월만 해도 83t에 불과하던 하루평균 지하수 유출량은 올해 450t으로 늘어났다. 예상치의 4배가 넘는다. 가장 효과적인 지하수 유출 방지책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차수벽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전문가들은 차수벽이 손상됐을 가능성, 차수벽 아래의 깨진 기반암을 통해 물길이 형성돼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더라도 배수용량(하루 1350t)을 넘어서는 지하수가 계속 유출될 경우 역시 건물 균열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는 이런 지하수 흐름이 제2롯데월드 지반과 건물 자체에 불규칙한 압력을 가해 부동침하를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제2 롯데월드와 싱크홀의 관계를 단기간에 증명하기는 어려워 개장허가를 미루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건축기획과 관계자는 "제2 롯데월드와 석촌호수 수위 감소는 용역을 맡겨 조사 중"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데 1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이번에 이를 검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각종 위기를 롯데가 감지하고도 조기개장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개장을 나중으로 미룰 경우 여러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한 이후에는 개장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작은 문제들이 드러날 때 조기개장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정ㆍ재 주변에서는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을 추진하는 배경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온다. 롯데가 조기개장을 강행하는 것과 관련, "초고층 빌딩 건설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조기개장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적지 않다.

그러나 롯데가 제2 롯데월드 임시개장에 필요한 법리적 준비를 마쳤다면 서울시가 이를 막을 명분이 없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