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우리 회사도?" 직원들 '벌벌'

비대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돼
SK이노베이션 적정 인원 조사…포스코 계열사 임원 일괄 사표
"현상황 벗어날 대책 없으면 인력 구조조정 불가피, 시기만 남아"


초가을이 시작된 지금, 국내 기업들은 세계 경제 불황의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있다.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한기는 더하다. 가슴 시린 건 이들 기업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살을 에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재계 곳곳에서 인력 감축 조짐이 불고 있다. 당초 특정업계 중소형사에서 시작된 인력 구조조정의 불씨가 재계 전반, 대형사에까지도 옮겨 붙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삼성이나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업계 1위를 자랑하는 우량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재계 맏형 삼성 구조조정설

인력 구조조정 바람은 세계 경제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증권·건설·철강·조선 등 일부업계 중소형사들에서 시작됐다. 물론 대형사들도 사정이 좋았던 건 아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그럼에도 해당 업계 회사들의 적자는 쌓여만 갔다.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설이 만연하자 대형사들은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고 입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이런 해명과 무관하게 최근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대형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업계 1위 기업들마저 인력 감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먼저 국내 재계 맏형인 삼성그룹 안팎에서도 구조조정설이 나돌고 있다. 그룹의 핵심이자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조직과 인력 개편을 포함한 대대적인 쇄신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분기에도 ‘어닝 쇼크’가 확실시 된데 따른 조치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위기의식이 가장 높은 부서는 휴대폰 제조를 담당하는 무선사업부다. 삼성전자 내 실적 둔화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어서다. 2009년 이후 단기간에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의사 통합 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무선사업부가 너무 ‘잘나갔다’는 점이다. 한때 무선사업부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 수준을 책임져왔다. 그 결과 무선사업부는 최근 수년간 타 사업부에 비해 승진자를 유독 많이 배출하면서 조직이 비이상적으로 팽창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 건설계열사들 직원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양사 모두 대규모 손실로 인한 구조조정설이 지속적으로 거론돼 온 터라 우려는 더욱 크다.

삼성물산도 술렁이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다음 개편 작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회사 내부에선 결국 개편 작업을 피하긴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따라서 인력 개편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최근 직원들의 최대의 관심사라는 전언이다.

1위 석유·철강기업 감원설

SK그룹 계열사 곳곳에서도 인력 감축설이 나돌며 삭막한 분위기가 만연하다. 특히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최대 석유화학기업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 흉흉한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올해 2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내부적으로 부서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은 현재 회사가 인력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 회사가 사업부 적정 인원 조사를 시작했는데, 이 작업이 구조조정을 위한 물밑작업이라는 게 직원들의 판단이다.

조선업계 ‘큰형’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2분기에 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대폭적인 실적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때문이다. 체제의 핵심은 강도 높은 원가절감과 조직과 인력의 효율적 개편이다.

이미 그룹 기획실 산하에는 ‘경영분석TF팀’이 꾸려졌다. TF팀은 하루 빨리 명확한 경영진단을 내리고 대대적인 혁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혁신안에 따라 인사 태풍이 불어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이미 인력 구조조정

철강업계 1위인 포스코에선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하고 계열사들이 소유한 국내외의 백화점도 정리했다.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기조에 따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일부 계열사들은 이미 인력 감축이 단행되고 있다. 포스코엠텍은 최근 임원들로부터 일괄사표를 받았다. 이 회사는 사업 적자에 올해 상반기 세무조사 추징세액 391억원이 더해지면서 총 572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낸 바 있다.

플랜트 부문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도 마찬가지다. 지난달부터 1,2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1개월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일부 인력은 계열사로 파견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6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 상반기에도 4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재계에선 이들 기업을 둘러싼 구조조정설이 단지 소문에 그치지 않으리란 견해가 많다. 이들 회사가 최근 받아든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보면 이런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경기가 좋을 때 대거 채용한 인력을 마냥 끌어안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해당업체들의 계속되는 실적 악화를 고려하면 인력 구조조정 추진은 시기상의 문제일 뿐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며 “현상황을 벗어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원은 사실상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