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매출 하락… 주력제품 부진 등 수익성 악화

‘중외학술복지재단’ 행보 구설수… 재단→JW홀딩스 통한 그룹 지배

JW중외제약이 실적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정부의 약값 인하정책과 주력제품의 특허 만료, 그리고 제네릭(복제약) 공세에 따른 매출 공백을 만회할만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의 올 상반기 매출은 1,90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7%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2009년 이후 하락세를 보인 매출이 좀처럼 회복될 기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12억4,500만원에서 올해는 43억7,700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12일 우리투자증권은 JW중외제약에 대해 “기초수액(링거) 가격 인상과 일반수액 호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매출 버팀목을 했던 트루패스, 페린젝트, 피나스타 등 ETC(전문의약품) 부진이 매출 하락의 요인이 됐다”며 “시화공장 개보수로 인한 가동 중단, 통상임금 7억원 반영으로 매출 원가율이 상승하고 영업인력 60명 채용으로 인건비 20억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와 통풍치료제 등의 연구개발(R&D) 비용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매출과 더불어 영업이익 등 수익률이 줄었다”라며 “630억원 규모의 화성 공장 1단지 추가 매각 계약과 일본 프리즘 파마 대상 Wnt 신약 기술 특허 기술 수출이 본격적으로 되면 사정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 먹거리 발굴 실패

JW중외제약은 제약업계에서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실제로 올 상반기 182.8%의 부채비율로 제약업계 상위 30개 기업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조사됐다. 당진공장 건설에 따른 대규모 투자 등이 작용했다 하더라도 재무구조 취약성은 JW중외제약의 해묵은 개선과제이다. 최근 JW중외제약은 실적부진과 높은 부채비율에 225억원 규모의 화성 공장 2단지 매각을 추진하는 등 본격적인 군살빼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JW중외제약은 올 1분기에 매출 930억원, 영업이익 77억4,000만원, 당기순이익 15억원을 기록하며 위축된 제약업계내에서 ‘잘 나가는 제약사’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듯했다. 리바로, 트루패스, 프리미엄 필러 엘란쎄 등 주력제품의 성장과 함께 엔화 약세에 따른 원가 하락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3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장미빛 청사진’은 ‘잿빛’으로 변했다.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한 979억원, 당기순손실 48억원, 영업손실 21억원을 보이며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JW중외제약의 부진 원인을 매출을 이끌 신성장동력의 부재로 꼽고 있다. 종근당, 한미약품 등 경쟁사들이 개량신약, 수입신약, 제네릭(복제약)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며 불황의 돌파구를 모색한 것과는 달리 너무 안일한 대응을 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그동안 JW중외제약의 버팀목을 했던 대표 품목들의 부진에서 확연하게 엿볼 수 있다. 지난 2011년 내 놓은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는 지난해 무더기로 등장한 값싼 ‘비아그라’ 제네릭에 밀려 올 상반기 3억원대의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또 줄기세포치료제(하티셀그램), 조루치료제(줄리안) 등을 외부 수혈했지만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수액제도 제자리걸음이다. 2009년 884억원대의 수액제 매출이 지난해 819억원을 기록하며 오히려 7.4% 감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간판 품목 위장약 ‘가나톤’의 추락까지 이어졌다. 가나톤은 연간 400억원대의 매출로 오랫동안 JW중외제약의 대표 제품이었지만 지난해 매출이 5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특허만료 이후 44개 제네릭이 일거에 시장에 쏟아지면서 파상 공세를 견디지 못한 탓이다.

재무 개선작업도 더딘 편이다. JW중외제약은 2008년부터 당진 수액제 준공을 위해 1,000억원 가량을 차입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경기도 화성 공장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더디게 진행되면서 부채비율은 현재 200%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토지 일부를 225억원에 매각했고 600억원대 규모의 나머지 부지도 매각 가능성이 보이는 점이 다소 위안이다.

수출 역시 다른 제약사에 비해 미미한 실적이다. JW중외제약은 JW홀딩스를 통해 제품을 수출하는데 JW홀딩스는 해외 파트너사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수출한다. 이런 방식은 제약사가 직접 해외법인을 설립해 수출에 필요한 제품등록, 인허가, 마케팅 등을 챙기는 방식에 비해 해외시장을 주도적으로 개척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2010년 초 비슷한 시기에 해외진출을 시도한 다른 제약사들이 전자의 방식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녹십자의 경우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의 21%에 달하는 924억원을 해외수출로 벌어들였다. 해외수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60% 늘어나며 올해 수출 목표액인 2억달러 달성이 유력한 상태다. 업계 1위 유한양행 역시 지난해 613억원에서 올해 746억원으로 수출이 20% 이상 늘어나며 성장을 견인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약가인하 및 주력제품의 특허만료 등의 악재로 부진을 겪고 있지만 하반기에 10여개의 신제품을 발매하고 올해 초 내놓은 수액제 신제품도 빠른 속도로 안착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실적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속 승계의 마지막 밑그림?

JW중외제약은 창업주부터 3대를 이어 오며 70년의 오랜 기업 역사를 자랑한다. 창업주인 고(故) 이기석 사장은 1945년 조선중외제약소(현 JW중외제약)를 창업한 뒤 1959년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수액제를 국산화하는 등 국내 치료의약품산업의 초석을 다지는 데 평생을 바친 제약인이다. 창업주의 아들인 이종호 회장(82)은 중외제약을 지금의 반열로 올려놓은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이 회장은 성균관대 약대 출신에 MBA를 취득, 86년 중외제약에 입사했으며, 美 MSD, 일본 쥬가이제약에 근무했다. 91년부터 국제과장, 구매과장, 인천사업소장, PM실장 등을 거쳐 97년 전무이사, 99년 부사장, 2001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이 회장이 경영 전반을 맡던 이 시절에 중외제약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중외제약을 수액 전문회사로 키우면서 이윤은 적지만 기본 의약품 공급이라는 사명감을 강조했다. 덕분에 회사는 ‘고급 신약’ 전문회사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현재 JW중외제약은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장남 이경하 부회장(51)이 사실상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11년 사재 200억원을 출연해 보건의료분야 학술 연구와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비영리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최근 이 ‘중외학술복지재단’에 대한 구설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설립 초기만 해도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로 문화·복지사업, 장애인 지원사업, 학술·장학사업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영위했다.

하지만 재단 설립 약 3년여가 흐른 최근 들어 ‘중외학술복지재단’의 설립 목적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JW홀딩스의 주식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했으며, 그 후에도 꾸준히 본인 소유의 JW홀딩스 주식을 재단에 증여했다. 그 결과 재단은 수차례에 걸쳐 이 회장으로부터 JW홀딩스 주식을 증여받아 지난 6월 말 기준 지분율 8.01%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반대로 재단설립 직전인 지난 2010년 말 11.16%를 나타냈던 이 회장의 JW홀딩스 지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2.60%에 불과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재단 설립 목적이 경영권 승계 마무리 작업이라는 이야기가 업계에 파다하다”라며 “이 회장이 재단에 주식을 증여함으로써 주식 증여에 따른 세금 등의 일부 비용을 재단에서 납부하게 되고, 이 회장은 재단이 가진 지분율로 자연스럽게 JW홀딩스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 회장은 상속세 한 푼도 납부하지 않고 아들에게 주식을 상속할 수 있는 길을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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