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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유리 박살났는데 4만원을 벌었다

"깨진 액정 삽니다" 1만~12만원에 매입해 中 등지에 넘겨
매입한 액정은 짝퉁폰 제조에 사용… 삼성 액정 특히 인기
'휴대폰 파손 보험' 가입 땐 커버 글라스 깨지면 되레 이익
  • 한 휴대폰 판매 업체가 삼성전자 AS센터 바로 앞에서 '깨진 액정 삽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액정 매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4를 11개월째 사용하고 있는 A(40)씨. 그는 최근 화장실 바닥에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디스플레이(액정)는 멀쩡했지만 커버 글라스가 산산조각 났다. A씨는 AS센터를 찾았다. "액정과 커버 글라스가 붙어 있기 때문에 액정까지 교체해야 합니다." 수리비는 10만원이라고 했다. 수리비 70%를 보상하는 휴대폰 보험에 가입한 덕분에 견적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수리를 마친 수리기사는 A씨에게 액정을 두고 갈 거냐고 물었다. '가져가봐야 쓸 일도 없는데 뭐….' "두고 가겠다"고 하자 수리기사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뒤돌아 밖을 봐보세요." AS센터 창밖으로 '깨진 액정 매입'이란 글자가 눈에 띄었다. "이런 액정을 사는 사람도 있나요?" A씨는 AS센터를 나와 광고문구가 적힌 한 휴대폰 판매 매장을 찾았다. 유리가 깨진 액정을 내밀자 매입업자는 7만원을 즉석에서 내줬다. '보험 보상금으로 7만원, 액정 판매가가 7만원…. 4만원을 번 셈이네!' A씨는 기분 좋게 발길을 돌렸다.

삼성전자 AS센터 앞에 가보면 파손된 액정을 사기 위해 어슬렁거리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도 휴대폰 액정을 매입하겠다는 업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액정만 멀쩡하면 커버 글라스 상태에 상관없이 1만~12만원에 액정을 매입하고 있다.

전국에 다섯 군데의 지점을 둔 B업체의 관계자는 "파손된 액정을 매입하면 커버글라스와 디스플레이를 분리한 뒤 디스플레이만 중국에 내다판다"면서 "2만~3만원을 얹어 팔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액정은 제조사에 상관없이 모두 매입하는 걸까? 이 관계자는 "우리 업체는 갤럭시 시리즈만 취급하고 있다. 삼성 제품은 외국에서도 유명하기 때문에 잘 팔린다"고 했다. 그는 "휴대폰 파손 보험을 들어놨다면 돈을 더 벌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9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C업체의 관계자는 매입한 액정을 중국이나 동남아에 넘긴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다른 업체보다 값을 더 쳐준다"면서 "택배로 보내면 택배비까지 부담할 테니 깨진 액정이 있으면 우리에게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기자가 "갤럭시S5 액정은 얼마까지 받을 수 있냐"고 묻자 그는 "상태가 좋으면 10만원까지 쳐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갤럭시S5 광대역 LTE-A는 유리(커버 글라스)와 액정이 잘 분리되지 않아 취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 AS센터에 갤럭시S5 액정을 반납하면 수리비를 할인해주지만 우리에게 파는 게 훨씬 이익"이라면서 "센터에 반납하면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 스마트폰은 대부분 커버 글라스와 액정이 붙어 있다. 얇게 만들기 위해서다. 실수로 휴대폰을 떨어뜨려 커버 글라스가 깨지면 커버 글라스는 물론 액정까지 교체해야 한다. 커버 글라스만 깨져도 수리비가 10만원~16만원이나 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들로선 파손된 액정을 고가에 팔면 수리비를 크게 아낄 수 있다. A씨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휴대폰 파손 보험에 가입한 사용자들은 커버 글라스가 깨지면 되레 수 만원을 벌기도 한다.

문제는 중국이나 동남아에 내다판 액정이 일명 '짝퉁 삼성폰' 제조에 쓰인다는 점이다. 한국은 '휴대폰 강국'이다. 특히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은 애플 아이폰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마트폰인 만큼 중국 등지에서 짝퉁 삼성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삼성은 자사 아몰레드 액정을 이용해 만든 개조ㆍ변조ㆍ모조 스마트폰이 활개를 치자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부품 반납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파손된 액정을 넘기면 수리비를 할인하는 제도다. 하지만 갤럭시S5 제품에만 해당하는 제도인 탓에 액정 회수 효과가 미미하다. 수리비 할인가도 사설업체의 액정 매입가보다 낮다.

갤럭시S5 사용자 김모(25)씨는 "사용자가 깨진 액정을 사설업체에 판매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건 바로 삼성"이라고 했다. "얼마 전 휴대폰 유리가 깨져 AS센터에서 수리를 받았는데 16만4,000원을 달라고 했어요. 액정을 넘기면 10만2,000원으로 할인해주겠다고 하더군요. 6만2,000원을 깎아주는 셈인데 사설 업체 매입가는 8만원이에요. 당연히 8만원 받고 팔지 누가 AS센터에 넘기겠어요."

갤럭시S5에만 '부품 반납 할인 제도'를 적용하는 이유가 뭘까. 삼성 AS센터 관계자는 갤럭시S5가 다른 제품보다 비싸고 수리비도 많이 들기 때문이라면서 "다른 제품들은 파손된 액정을 넘겨도 수리비를 할인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 AS센터 관계자는 "사설 수리업체에서 (재활용 부품 등을 이용해) 수리를 받은 흔적이 있다면 공식 AS센터에서 수리해줄 수 없다"면서 "사설업체에 수리를 맡기거나 부품을 판매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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