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국경제 한 축을 짊어지다에너지ㆍ화학ㆍ수산물 가공 등 다양… 부침 속에서도 살아남은 강자들외길 50년 때론 변화의 중심으로… 미래 50년을 내다보는 경영 중요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시설 전경.
<주간한국>이 창간된 1964년 이후에도 숱한 기업들이 설립됐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한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회사도 있다. 회사가 만들어진 지 50년이 됐다는 것은 장수기업이냐 아니냐를 판별하는 시금석이다. 기업에 맞는 경영 이념을 계승하고 인재양성 및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만 50년 역사를 면면히 이어올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1964년에 설립된 회사는 학교법인을 제외하면 95사. 많은 회사들이 성장과 침체, 조화와 갈등을 겪으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기업의 체질을 바꾸면서 적응해 이 자리에 섰다. 앞으로 50년을 더 내다보는 64년생 대표 기업들을 살펴봤다.

'창립 50돌' 한국 경제의 일꾼으로

1964년도에 창립된 회사 중에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기업은 현대오일뱅크(주), 삼성정밀화학(주), 남양유업(주), ㈜사조대림, 한일전기(주), ㈜삼양제넥스, 인천제철(주), 등을 꼽을 수 있다.

1964년 극동정유에서 출발한 현대오일뱅크는 1993년 현대그룹이 인수하면서 현대정유가 됐고, 2001년엔 아부다비 국제석유투자회사(IPIC)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후 2010년 현대중공업이 대주주가 되면서 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정유 4사 중 공장규모와 주유소 숫자가 가장 적은 데도 3년 연속 영업이익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1분기 석유정제업에서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낸 곳은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다. 더욱이 알뜰주유소 공급업체로 3년 연속 선정되면서 국내시장 점유율 2위까지 넘보고 있다.

남양유업의 나주커피전용공장 전경.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7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회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원유정제 사업구조를 탈피해 글로벌 종합에너지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윤활기유와 유류저장 사업, 롯데와의 MX합작사업 외에 프로필렌 유도체 사업, 카본블랙 사업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성장잠재력이 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해외 에너지사업 투자를 적극 추진해 오는 2020년 매출 5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64년 8월 '한국비료공업주식회사'로 출범한 삼성정밀화학은 한국 화학 역사와 함께 하면서 경제발전에 이바지했다. 1973년 멜라민공장을 비롯한 ECH공장 등을 준공하며 개발·연구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계속해서 공장을 증설하며 다양한 산업 분야의 중간원료와 기초화학제품, 고부가 정밀화학, 첨단 전자재료, 친환경·신재생 소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발전시켜 왔다.

1964년 3월 설립한 남양유업은 50년간 식품제조 외길만을 고집해왔다. 이듬해 천안에 첫 유가공 전문 공장을 설립하고 1967년 우리나라의 첫 조제분유인 '남양분유'를 생산했다. 1991년 농후 발효유인 '불가리스'를 출시해 국내 발효유 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어 1994년 세계 유일의 천연 DHA우유인 '아인슈타인', 1996년 어린이 전용 요구르트 'E-5', 1998년 '프렌치카페'를 출시하는 등 식품제조 사업에만 집중하며 많은 장수 히트 제품들을 탄생시켰다.

창립 이후 50년간 오로지 유가공업에만 집중해온 남양유업은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커피사업을 선정해 지난해 2,000억 규모의 대형 커피전용공장을 완공했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커피믹스 물량은 1년에 50억개 가량. 국내시장의 50% 이상을 커버할 수 있는 양으로 이 물량을 이용해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는 한편 해외 인스턴트커피 시장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대림 선(鮮)어묵'으로 유명한 사조대림의 모태는 1945년 서대양주식회사로 1964년 대림수산으로 변경됐다가 2006년 사조그룹에 편입됐다. 국내 수산업을 대표하는 회사인 사조대림은 어묵·맛살 및 햄, 소시지 등 수산물과 육가공 식품시장에 진출해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사조대림 관계자는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인 어묵과 맛살의 선두권 유지 및 육가공 사업의 활성화, 사조오양의 물류 인프라 구축을 통해서 매출 확대 및 사업수익구조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라며 "신사업품목의 안정적인 시장정착과 성장을 통해 선도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64년 창립한 한일전기는 펌프산업을 시작으로 선풍기, 가습기, 믹서기 등 다양한 생활가전 제품분야에서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원주와 부천, 세종에 공장이 있다.

1964년에 설립된 삼양제넥스는 삼양그룹의 계열사로 설탕을 대체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전분당, 올리고당 등을 생산하는 전문기업이다. 주요 제품으로는 포도당, 물엿, 과당, 일반전분, 변성전분, 옥분, 솔비톨, 말티톨, 올리고당 등이 있으며 그동안 식품업계를 비롯해 제약·제지·섬유·화장품 업계 등에 공급해 왔다.

1964년 설립된 인천제철은 1970년 인천중공업을 인수한 뒤 1978년 현대그룹에 편입됐다. 2000년 강원산업을 흡수합병한 뒤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재출범했고 사명을 다시 INI스틸로 변경됐다. 이후 2004년 한보철강 당진공장을 인수하면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으며 2006년 회사 이름을 현대제철로 바뀐 뒤 그해 일관제철소를 기공했다.

■ 1964년생 잘 나가는 CEO 누구?

1964년생(용띠) 기업인들은 아직 미완성 상태다. 하지만 이들이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기업의 중요 결정사항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잠룡(潛龍)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최신원 SKC 회장의 친동생이자,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2006년부터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현재 LPG 수입업체인 SK가스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와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1994년 선경 경영기획실을 시작으로 SK에 발을 들였다. 이후 선경인더스트리, SK케미칼, SK글로벌, 워커힐과 SK건설 등 주요 계열사에서 기획과 재무 업무를 담당해왔다.

구자은 LS산전 사장은 고(故) 구두회 L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LG전자, LG상사, GS칼텍스, LS니코동제련 등에서 다양한 업종을 거치며 전문성을 쌓았다. 2004년 LS전선에 합류, 2012년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이어 2013년 대표이사가 됐다. 구본진 LG패션 부사장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구본걸 LG패션 회장의 막내 동생이다.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애경백화점 대표이사를 거쳐 2006년부터 애경그룹 유통, 부동산개발부문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정몽열 KCC건설 사장은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의 삼남으로 2002년부터 KCC건설을 이끌고 있다.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은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의 사남으로 중앙대를 졸업한 후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25년간 동아제약을 지켜왔다. 2006년 계열사인 동아오츠카 사장을 거쳐 2007년 동아제약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됐다.

지용석 한국알콜산업 사장은 의사 출신으로 아버지 지창수 한국알콜산업 회장의 뒤를 이어 한국알콜과 계열사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대표를 맡아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다. 어진 안국약품 대표이사도 아버지이자 창업자인 어준선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는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연세대와 미국 미네소타대 경영학 석사(MBA)를 마치고,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재무통으로 일했다. 2009년 6월 재경본부장(전무)으로 매일유업에 입사해 10개월 만에 부사장에 오른 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외에도 64년생으로 경제계에서 주목하는 기업인으로는 이종기 귀뚜라미보일러 대표이사, 휴넷 조영탁 대표이사,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이의범 SG그룹 회장, 최우식 국일제지 대표이사, 최규남 제주항공 대표이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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