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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누가 더 빨래王인가" 놓고 선전포고

[기획-가전 전쟁 ① 세탁기 편]
삼성세탁기 파손 공방 이전투구… 두 업체 국내외 시장 양분
경쟁업체 기술 베끼기 심해… 세탁력, 고객편의성 등 제품 개발에 승부수 띄워야
  • 드럼세탁기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막강한 전자업체들이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 자존심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민형 기자 urbanity@hankooki.com
*편집자 주= "가전 제품 전쟁이다." 최근 세탁기 파손 논란을 둘러싸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거칠게 진실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이같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두 회사를 비롯한 주요 가전제품 제조사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여온 게 사실입니다. 가전제품 경쟁이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싸움처럼 격한 대결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한국일보가 발간하는 데일리한국은 '가전(家電) 전쟁'이란 제목으로 기획 기사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세탁기를 시작으로 에어컨, 냉장고, TV, 밥솥, 청소기, 가·제습기, 정수기 등 주요 가전제품 별로 라이벌 회사들의 치열한 경쟁을 순차적으로 살펴 보려고 합니다.

[장원수 기자] 지난 9월 3일, 독일 베를린의 유럽 최대 양판점인 자툰사의 슈티글리츠 매장에 전시되어 있던 삼성전자의 신형 드럼세탁기 3대의 문이 파손된 채 발견됐다. 같은 날 베를린 시내의 번화가 유로파센터의 한 가전양판점에서도 같은 세탁기 1대의 문이 망가진 채 발견됐다.

삼성전자는 LG전자 임직원들이 매장을 방문해 고의적으로 파손시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LG전자 측은 “고객의 입장에서 테스트를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세계 가전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두 업체는 세탁기 파손에 대해 ‘서로 네 탓’이라고 공방을 벌이며 날 선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다.

세계의 가전제품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분야는 세탁기다. 한 업체에서 새로운 세탁기술을 접목한 신제품을 출시하면 경쟁업체가 해당 세탁기를 구입 후 완전 분해해 카피(복사)한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연구소에서 보통 분기별로 경쟁사 세탁기 2대를 구입해서 해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귀띔했다.



  •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생활가전동 프리미엄 하우스에서 모델이 영국 IT 전문 잡지 '엑스퍼트 리뷰' 평가에서 별점 5개 만점을 받고 '추천' 제품으로 선정되는 등 큰 호평을 받은 삼성 프리미엄 세탁기 'WW9000'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 세탁기, 혁신 기술로 시장점유율 LG 턱밑까지 추격

부산 양산에 사는 김모(45)씨는 세탁기를 구입하기 위해 가전업체 매장을 찾았다. 방문 전에 인터넷으로 ‘세탁기는 LG전자 트롬이 좋다’는 글을 보고 내심 마음을 굳혔지만 럭셔리한 디자인과 버블샷, 무세제 통세척, 소음 저감 시스템 기능이 뛰어난 삼성전자의 드럼세탁기를 선택했다.

삼성전자 세탁기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맞춤형 기능과 차별화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항간에 삼성전자 세탁기술을 LG전자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년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가장 최신 모델인 클리스탈 블루드럼 세탁기 ‘WW9000’은 이중사출 공법을 적용한 크리스탈 블루도어를 채용해 도어 전면에 절개선이 없는 심플한 디자인을 구현해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다.

이 제품은 기존 제품과 대비해 도어의 위치를 25㎜ 올리고 직경은 40㎜ 늘린 360㎜ 크기의 도어와 170도까지 도어가 활짝 열리는 메탈 더블 힌지(본체와 도어를 연결하는 부분)를 채용해 사용자가 세탁물을 편하게 넣고 뺄 수 있다. 또 기존 드럼세탁기의 3시 방향으로 위치한 도어 손잡이를 45도 정도 위쪽 방향으로 이동시켜 사용자가 쉽게 도어를 열고 닫을 수 있다. 특히 조작부에 전원과 동작·일시정지 2개의 버튼만을 채용해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며, 곡선으로 기울어진 5인치 풀터치 스크린을 통해 사용자가 세탁물의 상태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세탁 코스와 세부 옵션 등을 쉽게 선택하고 조작할 수 있다.

세탁기를 직접 조작하지 않고도 집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동작시킬 수 있는 ‘스마터 컨트롤’ 기능이 있어서 세탁 장소와 시간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 밖에도 제품 이상 발생시 스스로 상태를 진단하고 조치 사항을 알려주는 ‘자가 진단’ 기능을 탑재해 사용편의성을 극대화시켰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 제품은 독일에서 LG전자 임직원이 도어에 힘을 가해 본체와 도어를 연결하는 힌지를 고의로 파손시킨 세탁기라고 소개되면서 고객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모델이 건조기능을 강화한 트롬 드럼세탁기 신제품 2종(세탁용량 17㎏ 제품(왼쪽)과 세탁용량 22㎏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차별화된 혁신 기술은 해외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실례로 미국에서 잘 나가는 에코버블 드럼세탁기는 세탁할 때 발생하는 진동을 줄이기 위해 진동 저감 시스템을 독자 개발해 채용했다. 목조 건물이 많은 미국 주택의 특성상 세탁기는 진동이 심해 지하실에 놓을 수밖에 없다. 세탁할 때마다 주부들은 무거운 세탁물을 지하실에서 지상으로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개발한 획기적인 진동 저감 시스템 덕분에 세탁기는 미국 주택의 지하실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당당히 가구로 대접받고 있다.

이런 연유로 최근 삼성전자 세탁기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의 드럼세탁기 시장점유율은 2011년 기준(출처·스티븐슨컴퍼니) LG전자가 20.7%, 삼성전자가 17.4%로 수위를 다투고 있다. 2008년만 하더라도 이 시장에서 LG전자는 25%, 삼성전자는 5% 점유율에 불과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드럼세탁기 ‘WW9000’은 영국의 저명한 IT 전문 잡지 ‘엑스퍼트 리뷰’ 평가에서 별 5개를 받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이 외에도 프랑스, 미국, 중국에서도 최고의 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우수한 성능과 디자인을 인정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혁신적인 기능과 디자인으로 고객을 세심하게 배려한 세탁기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세탁기는 LG전자 제품에 비해 소음도 적고 빨래 후 옷도 뽀송뽀송하다”며 “하지만 세척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극복해야 될 과제다. 전력소비량을 줄인 ‘버블샷’, 물 없이 건조하는 ‘무수 건조’ 등 혁신 기술 외에도 기본인 세탁력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객 최종 선택은 LG 세탁기인 경우 많아… 세탁력 호평

가전제품 양판점에서 삼성전자 계약직 파견사원으로 일하는 양모(40)씨는 고객이 세탁기를 사러 올 때마다 좌불안석이다. 아무리 삼성전자의 세탁기가 좋다고 설명해도 고객의 마지막 선택은 LG전자 세탁기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을 다른 매장에 보낼 수 없어서 양씨는 LG세탁기를 판매한다. 대신 자신처럼 계약직으로 파견된 LG전자 직원이 냉장고나 TV를 살려는 고객을 자신에게 밀어준다.

LG전자 세탁기는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외에서 부동의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의 호평과 점유율이 눈에 띈다. 지난해 미국 가전 전문 매체인 ‘트와이스’가 실시한 제품 평가에서 LG전자 세탁기는 2년 연속 최고 제품으로 선정됐다.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를 기반으로 한 ‘터보워시’ 기능을 탑재해 세탁 시간(59분)을 20분 정도 줄였으며 제품 상단 뒤에 있던 조작부를 앞쪽으로 옮겨 사용편의성을 높인 점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 7월에는 호주의 월간 소비자 정보자인 ‘초이스’의 드럼세탁기 성능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유일 ‘6모션’ 기능의 꼼꼼한 손빨래 효과와 ‘다이렉트 드라이’ 기술을 적용해 세탁, 헹굼, 섬유 손상, 회전 효율, 물 사용 효율 등 모든 평가 항목에서 최고득점을 받았다.

최근 LG전자 세탁기는 스마트 진단 기능도 탑재해 제품 오작동 시 원인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는 세탁기에서 스마트 진단 기능을 작동시키고 제품에 인쇄된 스마트진단 마크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원인을 진단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없는 경우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사의 안내를 따르면 유선 전화로도 이용할 수 있다.

LG전자의 끝없는 창조 기술력은 드럼세탁기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6모션 세탁기 판매가 본궤도에 오른 이후 LG전자의 글로벌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세다. 시장조사업체인 GFK, 스티븐슨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LG전자 글로벌 세탁기 점유율(금액기준)은 2011년 9.5%에서 2012년 10.0%로 상승했고 지난해 3분기에는 11.7%까지 올랐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 세탁기가 내수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연이어 인정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장 선도형 제품들을 출시해 독보적인 지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국내 드럼세탁기의 시장점유율도 LG전자가 삼성전자에 비해 높다. 하루 10대가 판매된다고 하면 6대가 LG전자 제품이다”며 “결국 세탁력의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의 연계, 진동 저감 시스템 개발 등 신기술에서는 앞서 나가지만 세탁기에서 가장 중요한 모터의 힘, 즉 세탁력에서 LG전자에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강(兩强) 외에는 시장점유율 미약… 하이얼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단연 1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한 다른 가전업체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실정이다. 그나마 선전하는 곳은 동부대우전자의 클라쎄인데 국내보다는 일본, 페루, 동남아, 아프리카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10㎏미만 글로벌 소형세탁기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최근 드럼세탁기의 기능을 보강한 2014년형 클라쎄 전자동세탁기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비대칭 날개 구조 세탁판과 육각형 모양의 스타드럼을 채용했다. 750만개의 공기방울이 발생하는 ‘신 공기방울 기능’에 강력한 모터를 이용해 세탁조 상단에서 떨어지는 물의 낙차의 원리를 이용한 입체 물살 기능을 더해 세탁력과 헹굼력을 30% 이상 향상시켰다. 또한 고성능 저소음 모터를 사용해 기존 제품에 비해 10데시벨(db) 정도 소음을 낮춰 58데시벨(db)의 세탁소음을 구현했다.

외국산 가전제품으로는 독일제품 밀레가 손꼽힌다. 고장률이 없고, 튼튼하며 명품이라는 인식이 고객에게 각인돼 백화점 등에서 쏠쏠하게 팔리고 있다. 드럼세탁기 10㎏ 가격이 400만원 가량인데도 전년 대비 매출이 36% 증가했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투박한 디자인,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세탁 기능을 추가하지 않은 점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중국의 하이얼은 세계 가전업계에서는 탄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제 시장조사 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하이얼은 지난해 세탁기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19%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중국 내수시장의 우위에 따른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값싸고 조잡하다는 인식 때문에 한계가 있어서 주로 인터넷으로만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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