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입찰가 두고 '숱한 뒷말'… 현정부-현대차 인수위부터 '밀월' ?예상가 크게 웃도는 입찰가… 비즈니스 파트너 한전-현대차부지매입 관련 사전 논의 의심현정부-한국전력-현대차 '정치적 교감' 관측도 무성초대형 프로젝트 본격화 전망

한국전력 본사 부지.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입하면서 이와 관련된 뒷말이 무성하다. 정·재계 주변에서는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한전과 현대차가 부지 매각입찰을 놓고 사전교감을 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컨소시엄은 부지 감정가 3조3,346억원의 3.2배인 10조5,500억원을 써내 삼성전자를 제치고 같은달 18일 한전 부지를 낙찰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인수금액의 10%인 1조550억원을 계약 보증금으로 낸다. 이중에는 9,999억9,999만9,999원의 입찰 보증금이 포함돼 있다. 계약 보증금을 뺀 나머지 대금은 내년 9월까지 3회 분납할 예정이다. 한전부지 면적이 7만9,342㎡인 점을 감안하면 3.3㎡(1평)당 4억3,879만원인 셈이다.

입찰가가 예상가를 훨씬 웃도는 천문학적인 가격이 제시되면서 그 배경에 여러 추측과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번 한전부지 매각 전에 여권과 한전 그리고 현대차가 사전에 정치적 교감을 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한전-현대차 비즈니스 파트너십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국내 재계 1ㆍ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나란히 한전부지 입찰에 참여해 경합을 벌였다는 점에서 이번 입찰은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였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초 삼성그룹에서는 한전부지에 관심을 두면서도 입찰을 위해 마지막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한때 호텔신라가 쇼핑몰 등을 세울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애초 한전부지 입찰 결과를 예측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한 반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 3개 계열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부지 입찰에 참여했다. 이것만 봐도 이미 현대차가 삼성보다 높은 가격을 베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차가 낙찰받자 적정가격을 제시한 삼성에 반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을 제시한 현대차에 의문 가득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한전부지가 그만한 가치가 있냐는 의문제기와 더불어 10조원에 이르는 매입가격 제시는 다소 의아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은 현대차그룹보다 적은 4조원대 초반의 입찰가를 써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감안하면 현대차로서는 큰 야심을 걸고 입찰에 응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향후 한전부지에 본사사옥을 옮겨 부족한 사무공간을 확보함과 동시에 이곳에 자동차 테마파크 등을 통해 브랜드를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부지 매입과 관련, 양재동 사옥을 뛰어넘는 글로벌기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됨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는 일정 비율로 땅값을 분담해 비용을 지급할 계획이다.

현대차 주변에서는 한전과 현대차가 향후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이번 부지매입을 사전에 논의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그 근거를 살펴보면 현대차와 한전은 수년 전부터 이미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고 미래자동차개발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대차와 한전은 지난 2009년 10월 중순경 전기차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전기자동차 개발을 위해 한국전력과 협력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사는 당시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전 본사에서 이현순 전 현대차 부회장,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기자동차 및 충전기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가졌다.

양해각서 체결로 현대차와 한전은 향후 ▦전기자동차 및 전기자동차용 충전기 개발 ▦전기자동차 충전 인터페이스 개발 및 표준화 ▦전기자동차 조기보급을 위한 협조 등 전기차의 개발 및 보급에 양사의 경쟁력을 공유하면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한전은 2010년을 목표로 전기차 충전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전기차의 보급 기반 확충을 위한 충전 인프라의 핵심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현대ㆍ기아차는 2010년 8월 전기차 시범보급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일반 고객에게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미 이때부터 한전과 현대차의 밀월은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지매입으로 현대차는 한전과의 초대형 협력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초대형 프로젝트 현실화되나

현대차 일각에서 나오는 말들을 종합해 보면 현대차가 한전 부지 매입을 위해 제시한 금액은 삼성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써낸 가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말하자면 한전 또는 드러나지 않은 '제3자'와 별도로 논의된 가격이라는 것이다.

재계의 한 인사는 "삼성이 4조원 정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재계에 파다했다. 부지는 기본적으로 시가라는 게 있기 때문에 입찰가에 대한 예상은 폭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현대차가 제시한 금액은 어느 정도 높게 제시된 게 아니다. 현대차 측에서 삼성이 제시할 금액을 전혀 예상 못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파격적인 가격이 제시된 것은 삼성 측과의 가격경쟁 결과가 아니라 이미 한전에 그만한 돈을 내 놓기로 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자동차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 현대차는 한전 측이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윤추구가 최우선인 기업이 그런 계산이 없다고 보는 것은 난센스"라고 이 인사는 덧붙였다.

현 정권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정부 당시 부지매각 등 자산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여러 추측이 생산된 사례가 있다. 바로 사옥매각 등 자산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KT가 해당 기업이다. KT는 MB정권 때 목동 사옥매각뿐만 아니라 계열사 정리와 더불어 구리선 매각 등을 추진해 상당한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전 부지 매각이 KT의 자산매각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 주변과 재계 일부에서는 한전 부지 매각에 현대차가 상당한 웃돈을 제시한 것을 두고 현 정권과 사전에 모종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부지를 매입한 현대차 측에서 부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어 "막대한 돈을 주고 일단 사고보자는 계산으로 부지를 매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부지 매입에 대한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소리다.

공교롭게도 현정부와 현대차가 상호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말이 꾸준히 나오는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한전부지매입을 의심스러운 눈길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현대차는 지난 MB정권 때 가장 수혜를 많이 입은 기업 중 하나였고,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기업사정이 본격화될 당시 현대차와 관련된 여러 소문이 돌았다"며 "하지만 현대차는 한화나 SK, STX 등과 달리 검찰의 사정범위에 들지 않았다. 이미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취임식에 현대차가 차량을 제공하자 '현대차는 현 정부의 철퇴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종의 밀월관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과도한 투자 현대차의 향후 해법

현대차가 한국전력 부지 인수에 10조5,500억원을 투자함에 따라 최근 당면한 문제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투자 등으로 상당한 자금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대규모 투자는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 소리다.

현대차는 올해 한전부지 인수 말고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가 계획돼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무리한 투자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멕시코와 중국에서 생산시설 확장을 꾀하고 있다. 두 나라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 멕시코에서는 연산 30만대 규모의 기아차 공장이 이달 말 착공한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부터 가동될 이 공장에 10억 달러(약 1조440억원)를 들인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두 개의 공장을 한꺼번에 지을 수도 있다. 현대차는 애초 서부 내륙의 중심지인 충칭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제4승용차 생산공장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허베이성 창저우에 공장 유치를 원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양측이 모두 만족하는 길은 두 곳에 공장을 짓는 것이다. 현대차는 최근 이 방안을 중국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면 공장 한 곳에 1조원씩 모두 2조원의 돈이 들어간다.

일단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은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 상품은 6월말 기준으로 29조4,856억원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외형적 투자 때문에 자동차 신기술 개발 등 정작 시급한 투자에는 소홀하게 되는 것

매년 파업이 되풀이되고 있는 노사 관계도 한전부지 인수를 계기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현대차그룹은 축구장 12개를 합친 면적(7만9,342㎡)의 한전 본사 터에 통합사옥과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등을 아우르는 복합 비즈니스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는 코엑스에서 한전 본사, 서울의료원, 옛 한국감정원, 잠실종합운동장에 이르는 72만㎡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개발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서울시는 구체적인 도시개발 방안에 대해 현대차와 협의할 계획이다.

한전은 본사 부지 매각대금이 모두 들어오면 부채 감축 목표를 1년 이상 앞당겨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3년부터 5년간 14조7,000억원의 부채를 줄여 2017년까지 부채비율을 중장기 재무계획상의 164%보다 낮은 143%를 달성한다는 것이 한전의 기존 계획이다.

이 같은 내용을 보면 한전-현대차-서울시가 상호 협력해 부지를 개발하는 모양새다. 일단 서울시 입장에서는 현대차가 서울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이벤트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한전부지 현대차 낙찰 감정가가 당초 예상보다 3배나 높은 10조5,500억원에 낙찰돼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