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삼성-LG '세계 가전 1위' 목표로 냉장고 놓고 혈투

[기획- 가전 전쟁③ 냉장고 편]
프리미엄 시장 공략한 LG·삼성 점유율 엎치락뒤치락
냉장고 핵심 기술 '컴프레셔' 개발로 승부수 띄워
업계 "메탈 디자인 인기 사그라질 것" 전망
  • LG 디오스 시리즈가 백화점에 전시되어 있는 모습. 사진=이민형 기자 urbanity@hankoooki.com
[동효정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시장을 넘어 2015년 '세계 가전 분야 1위'라는 목표를 세웠다. 서로 목표가 같은데다 삼성전자 가전을 책임지는 윤부근 사장과 LG전자 가전을 맡은 조성진 사장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경쟁이어서 어느 한쪽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형 가전 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시장 성장률이 1~2%대에 불과하다. 냉장고 사업은 규모도 크고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이익을 올리기 쉬운 분야이다. 삼성과 LG 양사는 냉장고 분야의 선전을 토대로 가전 1위를 차지하기 위해 냉장고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가 제품군 판매를 늘리기 위해 앞다퉈 900리터 이상의 냉장고를 출시하며 용량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냉장고 용량을 놓고 소송전을 펼쳤다. 삼성측이 냉장고 광고 동영상을 통해 "삼성 대용량 냉장고의 용량이 더 크다"고 주장하자 LG는 즉각 "사실과 다르다"면서 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최근 두 회사는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면서 여러 기능이 혼합된 융복합 냉장고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냉장고는 700리터 이상의 고용량에 400만원을 넘는 고가의 제품들로 삼성과 LG 각각의 최신 기술력이 결집된 제품이다.

삼성은 기존 프리미엄 제품보다 한 단계 진화한 슈퍼프리미엄 명품 냉장고 '셰프 컬렉션'으로 LG의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LG는 소비자들의 잇단 호평 속에 LG만의 신개념 수납 공간 '매직 스페이스'로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삼성과 LG의 냉장고 전쟁은 치열하다. LG전자가 '디오스 정수기 냉장고'의 라인업을 확대해 나가며 시장에서 활기를 되찾자 삼성전자에서는 탄산수를 제조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놨다. 삼성은 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합친 융복합 제품을 내놓으면서 김치냉장고 기능을 탑재한 '셰프컬렉션' 냉장고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100일 만에 5,000대 판매를 돌파했다. 이에 맞서는 LG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LG전자도 냉장고 중간 서랍 부분에 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디오스 김치톡톡 프리스타일' 냉장고를 출시해 월평균 1,000대 이상 팔릴 정도로 꾸준히 신혼부부들의 혼수 제품 품목에 오르고 있다. LG와 삼성의 치열한 경쟁은 냉장고의 '심장'인 컴프레서 기술부터 시작된다.

"모터 달린 제품은 LG?" "전자 제품은 무조건 삼성?"

"모터 달린 제품은 무조건 LG라고 생각하는 고객이나, 전자 제품은 무조건 삼성이라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이런 고정관념 때문에 아예 마음에 두고 있는 제품 이외에 전혀 설명을 듣지 않으려는 손님들도 많죠" 경기도 수원시에서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유씨의 말이다. "실제 시장점유율은 분기마다 엎치락뒤치락 비슷한데 냉장고는 LG제품이 으뜸이라고 생각하는 고객이 조금 더 많습니다. 실제로 삼성이나 위니아만도 등 다른 업체들은 냉장고의 가장 기본인 컴프레서 기술력은 비슷한 수준인 인버터 컴프레서를 사용하는데 LG는 한단계 더 나아간 기술을 적용한 리니어 컴프레서를 사용합니다."

  • 1000리터급 대형 냉장고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셰프컬렉션'이 실제로 사용 가능한 공간이 가장 크고 성능도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이민형 기자 urbanity@hankoooki.com
컴프레서는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방 상태에 따라 내부 압축모터를 돌리는 속도를 조절해주는 제품으로 차의 엔진 같은 역할을 한다. 냉기가 필요할 때마다 빠르게 냉기를 공급해 냉장고의 가장 중요한 '정온 유지'를 담당하는 기술이다. LG와 삼성은 올해 초 가전 시장의 판도 변화로 TV수요가 부진하고 에어컨, 냉장고 시장이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컴프레서 개발 경쟁으로 에어컨, 냉장고 시장 주도권 싸움의 서막을 열었다. 삼성은 크기를 4분의 1로 줄여 콜라캔만한 크기의 '미니 로터리 컴프레서'를 개발했다. 소음도 도서관 내부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이는 혁신을 이끌어냈다. 삼성과 같은 시기에 LG는 '고효율 컴프레서'로 맞불 작전을 펼쳤다. LG의 리니어 컴프레서는 기존 회전운동을 하는 인버터 컴프레서와 달리 효율적인 직선 운동으로 최소한의 소비 전력으로 항상 일정한 냉장고 온도를 유지한다. 효율성이 높아지고 절전 기능을 강화하자 소비자들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LG의 기술에 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LG는 업계 최초로 '냉장고 안 미니 냉장고’로 불리는 신개념 수납 공간을 개발해 인기몰이 중이다. 음료수나 물병 정도만 넣을 수 있는 '홈바’와는 다르다. 홈바로는 냉장고 문 여는 횟수를 줄일 수 없고, 기능에 한계가 있었다. LG전자는 홈바 라인을 없애고 기존 냉장고 문과 일치하도록 새로운 문을 만들었다. 소비자가 자주 꺼내 먹는 식료품을 '매직스페이스' 공간에 넣어두면 냉장고 문 전체를 열어야 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실제 매직스페이스 냉장고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경우 냉장실 사용 횟수가 50%로 줄고,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냉기 손실을 약 46%까지 낮춰 전기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해외에서는 '도어 인 도어'(DID:Door in Door)로 명명해 LG전자 프리미엄 냉장고의 대표 기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LG전자 HA사업본부 냉장고사업부 박영일 부사장은 "매직스페이스는 쉽고 편리한 수납 공간을 제공해 소비자들이 냉장고 문을 열고 닫는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스마트한 냉장고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LG전자는 앞으로도 차별화된 혁신 기능을 지속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삶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디자인 면에서 압도했다. 셰프컬렉션 냉장고는 메탈 소재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세월을 초월한 프리미엄 디자인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냉장고와 달리 실제 소재 적용과 스타 디스플레이 개발 구현으로 저가의 플라스틱 느낌을 최대한 배제한 것이 주효했다. 블루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까지 더했다. 여기에 삼성 '셰프컬렉션 냉장고'는 '스페이스 맥스 프로' 기술을 적용하여 'T9000 냉장고'와 외관 사이즈는 같으면서 용량을 기존 대비 100리터나 늘리는 공간의 혁신을 이뤄 세계 최대 1000리터 초대용량을 달성했다.

  • LG디오스 얼음 정수기 냉장고. 사진=LG전자 제공
삼성과 LG 두 제조사의 치열한 양강 구도는 계속해서 기술 혁신을 이끌어내 해외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10일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냉장고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13.3%로 5년 연속 1위 수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삼성이 보쉬를 0.4%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처음 1위에 올라선 이후 2위와의 격차도 크게 벌리고 있다. 특히 올해 삼성 냉장고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유럽 8개국의 현지 기관과 비영리 소비자 정보지 제품평가에서 1위 자리를 싹쓸이했다.

LG의 해외시장 위상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발표한 '2014 주방기기 만족도 조사'에서 LG 냉장고가 프렌치도어 냉장고, 일반 냉장고 부문에서 1위를 석권했다. 양문형 냉장고에서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은 3위를 차지했다. 호주에서도 강세다. 현지 소비자 매체 '초이스(Choice)'지는 5월호에서 양문형 냉장고 부문 1위에 LG전자 냉장고를 선정했다.

메탈 소재 냉장고 인기 시들해지나

인천 광역시에 사는 50대 주부 이모씨는 내년 초 결혼을 앞둔 딸의 혼수용품을 준비하면서 딸과 함께 전자제품 판매장으로 가기로 했다. 이씨는 15년 가까이 쓴 자신의 냉장고도 교체 시기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씨는 딸과 함께 인터넷에서 미리 정보 검색을 하던 중 청소하기가 쉬워 위생적이라는 '메탈' 소재의 냉장고를 발견했다. 디자인도 깔끔하게 하고, 실용성에 초점을 두고 냉장실을 인케이스와 쇼케이스로 나눴다는 홍보 문구를 보고 삼성 지펠 푸드쇼케이스를 염두에 두고 나섰다. 매장에 가보니 LG, 삼성 할 것 없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 상품 역시 메탈 소재 냉장고였다. 딸과 냉장고 내부를 꼼꼼히 살핀 후 판매상담사에게 가격을 묻자 "이 제품을 원하시는 가격까지 맞춰 드릴 순 있으나 제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다른 제품"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상담사는 "메탈이 최근 각광받고 있으나 기존 소재에 비해 내구성이 약하고 흠집이 잘 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냉장고의 80%가 메탈 소재로 출시됐다. 2012년에는 전체 92개 냉장고 모델 중 24모델(26%)이 메탈이었으나, 지난해에는 87개 모델 중 68개가 메탈 라인으로 출시됐다. 삼성전자가 메탈 소재를 사용한 이유는 국내 가전시장이 프리미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냉장고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1% 늘어났지만 프리미엄 모델(T9000, FS, 스파클링 냉장고)은 21%나 성장했다. 프리미엄 모델에는 모두 첨단 기능과 함께 메탈 소재가 사용됐다.

  • 삼성 지펠 푸드쇼케이스 냉장고. 사진=삼성전자 제공
LG전자가 올해 주력 상품으로 내놓은 '더블 매직스페이스 냉장고'도 세계 최초로 스테인리스 재질에 금속을 증발시킨 증기로 색상을 입힌 증착공법과 미세유리를 메탈 전면에 코팅한 나노세라믹 코팅 기법을 적용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메탈 디자인을 적용한 가전이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적용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단순 메탈 디자인 중에서도 적용 공법을 지속 개발하는 등 가전업계가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의견은 달랐다. 실제 메탈 소재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는 주부 김씨(42)는 "청소기를 밀다가 실수로 부딪히게 되면 금방 흡집이 나서 속상하다"면서 "A/S를 부를 정도로 큰 문제는 아니지만 디자인이 예뻐 큰 맘 먹고 구입한 제품인데 기존의 제품들보다 약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인 양씨 또한 "아이들이 손으로 냉장고를 만지거나 요리하다가 기름이나 양념이 묻은 손으로 만지게 되는 경우 눈에 띄는 얼룩이 많이 생긴다"면서 "디자인 측면에서 메탈이 압도적이긴 하나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은 피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의식해 라인업을 재구성하고 있는 추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메탈 소재는 인터넷만 검색해 봐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단점이 부각되어 있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출시된 제품이 강화유리 라인인데 같은 용량과 기능을 가진 제품들의 원재료비가 상승해서 고객이 원하는 가격대를 맞출 수 없게 돼서 단종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메탈은 실제 집에 가져다 놓으면 판매점과 달리 조명이 어두워서 업소용 냉장고 느낌이 나서 고객들이 생각만큼 만족을 못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메탈이나 강화유리 소재는 40대 이상 여유로운 주부들의 세컨 가전이나 프리미엄 시장 위주로 형성되고 다시 기존의 소재로 회귀할 전망"이라고 귀띔했다.

3위의 반란, 위니아만도의 총공세

900리터 이상 초대용량 냉장고 시장에서는 3위의 약진이 눈에 띈다. 위니아만도 초대용량 냉장고 ‘프라우드’는 모델 소지섭을 내세워 출시 1년 만에 ‘900리터 이상 냉장고’ 부문의 시장점유율 20%를 달성했다.

국내 900리터급 냉장고를 출시하는 가전 회사는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만도 등 3개 회사다. 동부대우전자는 875리터 제품까지 있고, 900리터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삼성과 LG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대용량 냉장고 시장에 위니아만도가 930리터와 940리터 제품을 연달아 내놓으며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위니아만도는 프라우드 냉장고에 딤채의 기술을 집약시켰다. 딤채 김치냉장고와 같이 저장실 자체를 냉각하는 직접냉각 방식을 적용해 김치 전용 공간, 채소 전용 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룸별 독립 냉각과 맞춤 제어가 가능해 각각의 저장실 별로 맞춤 온도 설정이 가능하다. 가격경쟁력도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셰프컬렉션이 610만원, LG전자 디오스 V9500이 630만원인데 비해 위니아만도 프라우드 940리터 모델은 475만원으로 약 150만원 정도 저렴하다.

이란 위니아만도 마케팅 담당은 “프라우드가 단기간에 기존 경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제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기존 냉장고가 문을 여닫을 때마다 전력 소모가 크고 냄새가 섞인다는 단점을 보완했을 뿐 아니라 편의에 맞게 공간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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