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쿠쿠-쿠첸 '프리미엄 밥솥 왕' 자리 놓고 전쟁

[기획-가전 전쟁 ⑤ 밥솥 편]
밥솥시장 점유율 놓고 쿠쿠 "70%", 쿠첸 "40%" 주장
쿠쿠 '초고압', 쿠첸 'IT기술' 주력… 밥맛과 편의성 놓고 열전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프리미엄 라인으로 인기
  •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이 프리미엄 밥솥 시장에서 진검 승부를 펼치고 있다. 사진=이민형 기자 urbanity@hankoooki.com
[신수지 기자] "쿠쿠랑 쿠첸, 둘 중에 뭐가 더 나을까요?"

주부들이 자주 찾는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법 심각한 고민이 올라왔다. 밥솥을 6년 만에 교체하려고 하는데, 쿠쿠전자와 리홈쿠첸 중 어느 회사의 제품을 구매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의견은 분분했다. "밥솥은 역시 쿠쿠"라는 댓글이 조금 더 많기는 했지만, "쿠첸 제품을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답글도 거의 비슷한 양으로 게재됐다. 쿠쿠와 쿠첸 제품을 모두 사용해 봤다는 한 주부는 "예전 같으면 당연히 쿠쿠를 추천했겠지만, 요새는 쿠첸 제품도 많이 뜨고 있어 어느 하나를 꼽기 어렵다"는 댓글을 달았다.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해 국내 가정용 전기밥솥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양강 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던 납품업체에서 성장해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쿠쿠전자의 전신은 1978년 문을 연 성광전자로 LG전자, 대우전자 등 대기업에 밥솥을 납품하던 업체다. 성광전자는 대기업들이 안전사고 문제 등으로 부진했던 밥솥 시장에서 손을 떼자 1998년 자체 브랜드 '쿠쿠(CUKCOO)'를 내놨다. 이후 당시 생소했던 홈쇼핑·하이마트 등 종합가전유통채널 등을 활용해 단기간에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며 회사를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리홈쿠첸은 1976년 삼신공업사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삼신공업사 역시 대기업 납품에 주력하다가 쿠쿠전자보다 1년 늦은 1999년 리빙테크라는 자체 브랜드를 내놨다. 이후 2004년 LG전자에서 밥솥 폭발 사건이 벌어진 뒤 LG전자 밥솥 사업부를 인수하고, 2006년 브랜드명을 리홈으로 바꿨다. 그러다 2009년 웅진쿠첸의 생활가전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지금의 체제를 만든 뒤 쿠쿠전자와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 쿠쿠전자의 '풀스테인리스 2.0 에코 커브드'. 사진=쿠쿠전자 제공
쿠쿠-쿠첸, 갈수록 뜨거워지는 양강 경쟁 구도

치열한 두 업체 싸움의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벌어진 특허권 논쟁이다. 쿠쿠전자는 지난해 6월 “쿠첸이 증기 배출 안전장치와 분리형 커버 감지장치(내솥 뚜껑이 분리된 상태에서는 밥솥이 동작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 등 밥솥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리홈쿠첸은 이에 맞서 “1990년대부터 공개된 범용기술”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양측이 주장을 굽히지 않던 이 싸움은 리홈쿠첸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법원은 “증기배출장치는 특허무효심결이 있어 특허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분리형 커버 감지장치 역시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시장 점유율과 광고 모델 경쟁도 뜨겁다. 쿠쿠전자 측이 “밥솥 시장에서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리홈쿠첸은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이 40% 수준”이라고 단언한다. 업체마다 유통채널별 근거 자료가 달라 이를 정확히 검증하기는 어렵다. 다만 업계에서는 점유율 측면에서 항상 쿠쿠전자에 뒤지던 리홈쿠첸이 합병 후 시장에서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는 것은 맞다고 본다. 두 업체는 모두 톱스타를 기용해 광고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쿠쿠는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은 가수 겸 배우 이승기, 쿠첸은 신뢰감 있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배우 장동건을 내세운 마케팅으로 제품 판매율을 높이고 있다.

제품 경쟁도 당연히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양사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밥솥 내솥과 가열방식, 분리형 커버 등으로 경쟁을 벌이다가 최근에는 밥솥에 LCD, NFC 등 첨단 IT 기능을 접목해 제품 기능을 한층 넓혔다. 덕분에 제품 가격도 그만큼 높아졌지만, 사용하기 쉽고 더 좋은 밥맛을 내는 밥솥을 원했던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밥은 쿠쿠가 해야"… 주력 상품은 2기압 압력밥솥

  • 리홈쿠첸의 스마트 컬러 LCD 밥솥 트로이. 사진=리홈쿠첸 제공
서울시 목동에 최근 신혼살림을 차린 김 모(28) 씨는 “밥은 쿠쿠가 해야 한다”는 친정어머니의 말에 처음부터 쿠쿠전자의 밥솥을 염두에 두고 판매 매장을 찾았다. 친구들 사이에 요새는 쿠첸 밥솥도 성능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긴 했지만, 실제로 제품을 보니 튼튼해 보이는 외관이 마음에 들었다. “밥솥에 2기압 압력이 적용돼 밥맛이 좋고, 분리형 커버 안쪽까지 모두 스테인리스여서 위생적”이라는 판매원의 말도 한몫했다.

쿠쿠전자는 지난해 한국 산업 고객만족도 조사(KCSI)에서 전기밥솥 분야 13년 연속 1위, 국가브랜드만족도(NBCI)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여러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분리형커버와 내솥, 케이스 등 증기가 닿는 부분을 모두 스테인리스로 만들어 위생적이라는 '풀스테인리스 2.0 에코' 밥솥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올해에는 이 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풀스테인리스 2.0 에코 커브드’로 밥솥의 압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세계 최초로 최대 압력인 2기압과 새로운 형태의 내솥을 적용한 것이다. 쿠쿠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제품은 업그레이드된 압력으로 차진 밥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밥의 식감을 잘 구현할 수 있다. 내솥 또한 기존 제품보다 입구는 작게 하고, 몸통은 크게 만들어 무쇠 솥과 흡사한 형태를 갖췄다. 이 모델의 10인용 제품에는 근거리 무선통신(NFC)기능도 탑재됐다. NFC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밥솥과 연결해 요리 선택 등을 할 수 있는 기능으로, 소비자가 보다 쉽고 다양하게 밥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기존 전기압력밥솥은 대부분 1.8기압이나 1.9기압에 불과했는데, 이 제품에는 초고압인 2기압을 적용했다”면서 “내솥 또한 초고압에 맞게 형태를 변형해 밥알과 물의 대류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가전 강대국인 일본이나 국내 경쟁사인 쿠첸에서도 아직 2기압 압력밥솥은 나오지 않았다”며 “디자인이나 특수기능만이 아닌, 밥맛에서 프리미엄을 느낄 수 있는 모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올해 함께 출시된 다른 모델의 LCD 기능에 대해서는 “밥솥 전체의 큰 스펙과 패러다임 변화라기보다는 간단한 편의성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김 씨는 “세척을 위해 내솥 커버를 분리할 때마다 조금 힘이 드는 점은 아쉽지만, 제품이 전체적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면서 “친정에 있는 오래된 밥솥과 비교해 보니 밥맛도 확실히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쿠쿠 잡는 쿠첸' 될 수 있을까… 컬러 LCD 밥솥 인기

인천시 중구에 사는 곽모(42)씨는 최근 밥솥을 바꾸기 위해 사전 정보 없이 매장을 찾았다가 놀라운 제품을 발견했다. LCD 화면으로 취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쿠첸의 ‘트로이(Troy)’였다. 컬러풀한 화면으로 다양한 요리법까지 찾아 볼 수 있는 기능에 마음을 빼앗긴 곽 씨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제품을 구매했다. 쿠쿠전자에서도 LCD 밥솥이 나온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LCD 탑재 밥솥 중에서는 쿠쿠보다 먼저 출시된 쿠첸 제품이 더 인기가 있다는 점원의 이야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묵직한 느낌의 내솥도 마음에 들었다.

리홈쿠첸은 지난해 밥솥 시장에서 쿠쿠전자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업체다. 제품 클린 커버가 쉽게 파손되는 문제로 밥솥에 김이 새는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해 일부 구매자들 사이에서 “내구성이 약하다”는 비난을 들었다. 이에 쿠첸은 총 세 차례에 걸친 개선 작업을 통해 지난해 10월 신규 커버를 내놨다. 커버 개선과 더불어 올해에는 특히 소비자의 편의에 신경을 더 쓴 제품을 출시했다. 최근 출시된 제품은 스마트 LCD가 적용된 ‘트로이’와 와이파이 기술을 담은 ‘클래식 와이파이’다. 쿠쿠에서도 유사한 기능의 밥솥이 나왔지만, 출시는 쿠첸이 더 빨랐다. 리홈쿠첸 관계자는 “스마트 LCD와 와이파이 기술은 쿠첸이 국내 최초로 적용한 것”이라며 “제품에 최신 기술을 담는 데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매번 새로운 기술로 쿠쿠전자에 도전하는 쿠첸의 전략이 주효했는지, 쿠첸의 밥솥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8.1%,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0.7% 오르는 등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쿠첸의 신제품 트로이는 국내 최초로 고화질 TV나 노트북 등의 화면 표시 장치로 쓰이는 풀 컬러 TFT LCD를 장착한 모델이다. 쿠첸은 간단한 숫자나 메뉴만이 단색으로 표현되던 밥솥에 총천연색 LCD를 적용해 취사 메뉴 선택과 진행 상태 등을 직관적으로 구현했다. 조작 가능한 메뉴는 요리, 예약취사, 자동세척, 고장신고 전 대처 방법 확인 등으로 다양하다. 이 가운데 요리 메뉴에서는 LCD 화면을 통해 조리 방법, 칼로리 등을 확인할 수 있어서 주방이 익숙지 않은 신혼부부들에게 반응이 좋다. 고장 증상별 대처 방법도 화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사용 설명서를 일일이 참고해야 했던 불편함을 덜었다.

트로이와 함께 올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클래식 와이파이’는 NFC가 적용된 밥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제품으로, 쿠쿠 제품에는 없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바로 제품 이름과 같은 와이파이 기술인데, 이를 통해 외부에서도 밥솥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 받아 최초 1회만 밥솥과 연결해 주면 먼 거리에서도 취사가 가능하다. 위의 두 밥솥에는 쿠쿠와 마찬가지로 분리형커버가 적용됐으나, 손잡이를 돌려 빼는 쿠쿠와 달리 쿠첸은 커버 위쪽의 버튼을 눌러 분리하는 원터치 방식을 택했다. 내솥은 2000℃ 용사기법으로 만든 무쇠 가마내솥이다. 묵직한 무게만큼 밥의 윤기와 차진 식감을 구현하는 데 적합하다.

현재 두 제품 중 트로이를 사용 중인 곽 씨는 “주변에서 쿠쿠에 비해 쿠첸 제품은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도 없고 만족스럽다”고 언급했다. 그는 “분리형 커버가 조금 약해 보이기는 하지만, 밥맛도 좋고 내솥의 무게감이 마음에 든다”면서 “밥솥에 장착된 화면을 보며 손쉽게 찜요리를 할 수 있는 점도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업계 판매 관계자는 "여전히 ‘밥솥은 무조건 쿠쿠’라며 매장에서 쿠쿠 밥솥으로 직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프리미엄 군을 놓고 보면 실제 기능이나 밥맛에서 양사 제품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밥솥이 최고

쿠쿠와 쿠첸의 밥솥은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에게 필수 쇼핑 품목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중국 현지 업체가 생산하는 전기밥솥은 주로 저가형에 머물러 두 업체가 기본적으로 구비하고 있는 IH가열방식(전자기 유도를 이용해 내솥 전체에 열이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하는 방식)과 여타 편의기능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밥솥에 아예 중국어와 한국어가 병기돼 출시될 정도로 ‘메이드 인 코리아’의 명성은 높다. 실제로 지난해 쿠쿠전자의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116.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체 면세점 신장률이 7%에 머물렀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쿠첸 또한 면세점 매출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발맞춰 쿠쿠전자는 지난 2003년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일찌감치 현지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다. 중국 내 AS 센터 24개 지점을 운영하며 1년 무상 AS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쿠쿠는 중국내 백화점, 마트, 가전제품유통매장 등 800여 개의 매장에 입점하는 성과를 냈으며, 브랜드숍도 11호점까지 오픈했다.

쿠쿠전자는 중국에서의 인기가 홍콩, 마카오에도 이어지면서 지난 4월 홍콩의 최대 전자유통대리점인 포트리스를 비롯한 백화점 등에 진출하며 유통망을 확대했다.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특히 안남미(날리는 쌀)를 주로 이용하는 베트남에서는 밥을 지었을 때 밥알이 뭉치는 느낌을 상대적으로 감소시킨 제품을 선보였다. 쌀이 주식이 아닌 러시아 등 유럽국가에서는 쿠쿠전자의 압력 기술을 활용한 멀티쿠커 제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쿠쿠전자보다는 진출 시기가 늦었지만 리홈쿠첸도 중국, 동남아, 러시아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다. 지난 2012년 동북삼성 지역 총판대리상 계약을 시작으로 중국 전역에 유통망을 확보했다. 브랜드숍은 쿠쿠보다 적지만, 지난 4월 중국 최고 가전 업체인 메이디(MIDEA) 그룹과 온라인 총판대리상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6월에는 중국 국영면세점 CDFG와 가전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입점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밖에도 중국내 ‘베스트바이’와 ‘리콰이’ 매장에 입점하는 등 판로를 다양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쿠쿠전자는 쿠첸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들어가는 제품에 요리 메뉴를 일부 달리했고, 제품 컬러 등에도 신경을 썼다. 리홈쿠첸 관계자는 “쿠첸은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는 단계”라면서 “중국에서 국산 밥솥을 ‘명품’으로 부르며 선호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장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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