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제식구 챙기기' 비리 원흉?국감서 비리 관련 여야 질타… 중에도 직원 비리 검찰 수사끊임없는 각종 비리 '고질병'… 비리로 파면된 직원에 퇴직금퇴직자 개인 회사에 일감 몰빵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LH 사옥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감 단골손님이다. 비리가 만연한 때문이다. LH는 올해도 어김없이 국감 무대 위에 올랐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LH 부채감축 계획부터 내부 비리까지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국감이 한창이던 이 시기에도 LH는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었다. LH가 발주한 조경공사 과정에서 입찰 비리 혐의가 포착된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최근 대구경북본부 소속 차장급 직원이 최근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LH 안팎에선 비리가 끊이지 않는 원인을 '제식구 챙기기' 관행과 연관짓는 시선이 많다. 비리를 일으켜도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에 그치는 데다, 설사 파면되더라도 회사를 설립하거나 재취업해 일감을 몰아 받는 등 별다른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감 와중에도 비리 수사

대구지검 특수부는 최근 LH가 발주한 대구시 동구 신서동 혁신도시 내 조경시설물 공사 입찰 과정에서 하청업체인 N조경업체에게 입찰 편의를 봐준 대가로 3,000만원을 챙긴 대구경북본부 소속 조모 차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이달 초부터 LH 출신인 A대표가 운영하는 N사가 대구혁신도시 내 조경시설물 공사를 독점적으로 따냈다는 의혹을 잡고 수사를 벌여왔다. A대표는 LH로 통합된 대한주택공사에서 20여년 간 조경관련 업무를 담당해 온 인물로 알려졌다.

검찰은 LH 대구경북본부와 조경업체 A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 조경시설물 공사 계약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이후 대구경북본부와 N사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 차장의 비리 혐의가 포착됐다.

검찰은 현재 관련 수사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특수부가 사건을 맡은 만큼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리란 견해가 많다. 특히 검찰이 추가 혐의자를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분석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각종 비리 끝없이 이어져

LH의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장 지난 8월에는 뇌물 혐의로 수사를 받던 직원이 투신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직원은 수사 과정에서 뇌물로 추정되는 돈을 입금받은 내역이 나오자 극단의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5월엔 분묘 이장 보상금을 노린 브로커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연고자가 확인되지 않은 분묘 정보를 넘긴 일도 있었다. 지난 4월엔 매입임대주택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현금수납 과정에서 억대의 공금을 횡령하다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시공사 소장에게 술 접대 및 골프접대를 받고 7억원 상당의 설계변경을 부당하게 실시하거나, 토지소유자로부터 보상액을 높여달라는 청탁을 받고 현금 1,700만원과 130만원 상당의 향응을 수수한 직원이 적발된 사례도 있다.

솜방망이 처벌이 화의 근원?

LH 전 임직원은 2011년 초 'LH 부패 추방 및 청렴 실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후 간부직원에 대한 재산등록 및 청렴도 평가, 클린심사제, 국민권익위원회와 공동으로 부패영향평가 등 강도 높은 부패방지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자구노력에도 LH에서는 비리 근절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런 까닭은 무엇일까. LH 안팎에서는 그 원인으로 '솜방망이 처벌'에서 '전관예우'로 이어지는 '제식구 챙기기' 관행을 꼽는다.

LH에서 '솜방망이 처벌'은 비리에 수식어처럼 따라 붙는 단어다. 실제 한 직원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본인과 가족명의로 상가를 낙찰받은 사실이 적발됐지만 징계는 견책에 그쳤다. 특히 해당 직원은 낙찰받은 상가를 현재까지 그대로 운영하고 있어 논란이 됐다.

이밖에도 유흥업소에서 6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수수한 직원에 대한 처분은 정직 1개월에 불과했고, 만취상태에서 버스와 추돌해 인명피해와 550만여원의 손괴를 일으키고 도주한 직원은 감봉 3개월이 전부였다.

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뇌물수수나 공금횡령 등 직무상 비리로 파면ㆍ해임된 직원들에게 감액없이 퇴직금 전액을 지급해오기까지 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비리로 파면·해임된 직원 19명에게 총 5억1,274만여원의 퇴직금 전액을 지급했다.

설사 비리로 파면되더라도 '전관예우'관례는 여전하다. 실제 비리에는 전직 직원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퇴직한 직원들이 직접 법인을 설립하거나 업무 연관성이 있는 회사에 재취업해 LH로부터 일감을 몰아 받는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대구신도시 조경시설물 공사 입찰 비리 사건도 LH 출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게 골자다. 또 앞서서는 LH 퇴직자가 대표로 있는 감리업체에 360억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H는 징계가 솜방망이 수준인데다 물의를 일으켜 퇴직하더라도 이후 전관예우를 받기 때문에 처벌에 대한 부담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모니터링 강화는 물론 처벌 수위를 강화해 비리 근절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