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요동치는 맥주 삼국지… 카스-하이트-클라우드

[기획-주류 천하 ② 맥주편]
카스·하이트 양강 구도에 최근 클라우드 급부상
신세계 에일맥주로 도전… 춘추전국시대로 가나
치열한 마케팅 전쟁… 생사를 건 '넌제로섬 게임'
  • 맥주의 거품은 맥주의 향과 고유의 맛을 느끼게 하는 핵심 요소다. 자료사진.
[동효정 기자] "맥주 거품이 너무 많은 것 아냐? 느끼해서 어떻게 먹나. 신입사원 잘못 뽑았네!" 신입 사원 임모씨는 회식 자리에서 상사의 이같은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맥주의 생명은 거품'이라고 생각했는데 거품이 많다고 타박을 들었다. 맥주는 거품이 차도록 따르는 게 맛있을까? 아니면 거품이 없게 가득 따르는 게 맛있을까?

맥주 제조업계 전문가는 이에 대해 "거품은 맥주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품은 맥주 고유의 향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 잔을 비울 때까지 깊은 풍미를 즐길 수 있게 한다. 거품은 맥주가 빠르게 산화되는 것을 막아 맥주의 차가운 온도와 탄산을 유지하면서 고유의 맛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그는 "맥주잔에 들어간 홈까지 맥주를 따르고 윗 부분은 거품을 채우는 것이 가장 맛있으며 맥주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귀띔했다. 맥주의 거품은 탄산가스와 질소가 결합해 치밀하고 부드러운 입자가 나오는 것으로 부드러운 목넘김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도 '구름 같은' 거품을 강조한 클라우드가 맥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맥주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소비자의 입맛도, 맥주를 소비하는 문화도 달라졌다. 이제 '취하도록 마시는' 시대를 넘어 '즐기며 마시는' 시대가 된 것. 여기에 하이트진로와 OB맥주가 주도해오던 맥주 시장에 롯데 '클라우드'가 새로 뛰어들면서 맥주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정체기에 접어들었던 국내 주류 회사들도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론칭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맛을 내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이른바 '맥주 삼국지 시대'가 열린 것이다.

두 형님(카스·하이트) 위협하는 아우 클라우드

28일 롯데주류에 따르면 클라우드는 맥주 출시 6개월 동안 약 6,000만병 (330ml 기준)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하루 평균 약 33만병으로 사람이 눈을 한번 깜빡일 때마다 1병씩 팔린 셈이다.

  • 카스는 지창욱을 내세운 광고로 생기 넘치고 활동적인 느낌을, 하이트는 현빈을 모델로 기용해 깨끗함과 맥주의 품질을 강조했다. 클라우드는 전지현을 앞세워 깊은 맛과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사진=OB맥주/하이트진로/롯데주류 제공
이제 걸음마를 막 뗀 클라우드는 형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만큼 위협적이다.클라우드의 인기 비결에 대해 묻자 롯데주류는 "소비자가 그동안 원하던 맥주"라고 답했다. 실제로 롯데주류는 클라우드 출시 전에 국내 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불만 요인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기존 맥주에 대한 불만 요인으로는 '특징이 없는 맛', '싱거운 맛'을 꼽았다. 맥주 선택시 중요한 요소는 '깨끗한 물'과 '풍부한 거품'을 꼽았다. 이에 롯데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으로 클라우드만의 풍부한 거품과 맛을 창조했다. OB와 하이트가 하이그래비티 공법으로 알코올 도수를 높게 만들고 물을 타서 유통 도수를 맞추는 것과 달리 클라우드는 발효한 맥주 원액에 물을 타지 않고 처음부터 물과 맥을 섞어 알코올 농도 5도를 맞추고 맥즙을 발효시켜 나온 제품을 담아내는 제조 방법을 택했다.

사실 하이트진로와 OB는 클라우드의 등장에 미리 대처했다. 하이트진로는 클라우드 출시에 앞서 지난 3월 제조 공정부터 상표 디자인까지 모든 것을 교체한 '뉴하이트'를 출시했다. 뉴하이트만의 특징인 청량감을 구현하기 위해 보다 안정된 빙점여과 공법도 적용했다. 전체 공정의 온도를 0도 이하로 유지시켜 최적의 상태에서 맥주의 불순물과 잡미를 제거해 신선함을 소비자의 입안까지 전달하겠다는 전략이다. 병과 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브랜드 로고도 로마체로 바꿔 국내 최초 맥주회사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강조했다.

OB는 카스의 라인업을 강화해 라이트를 출시했고 뉴하이트 출시와 비슷한 시기에 가수 유희열과 모델 이태임을 기용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 코리아가 성인 대상으로 브랜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2014년 3월 1.8%였던 오비맥주의 저칼로리 맥주 카스 라이트의 브랜드 선호도가 유희열을 모델로 발탁한 광고를 방영한 이후부터 꾸준히 증가해 7월은 5.1%까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대 층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여 2014년 7월에는 7%까지 3배 이상 치솟았다. 새로운 모델 기용(4월)을 기점으로 모델의 인기도가 상승하면서 브랜드 선호도까지 높아진 것이다.

판매량 역시 대폭 증가했다. 카스 라이트의 2014년 상반기 판매량은 242만 상자(1상자당 500ml 20병)로 전년 동기 판매량 221만 상자 대비 9.5% 성장하며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카스 라이트는 식당 및 유흥업소 등을 제외한 가정 채널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따뜻한 감수성과 유쾌한 유머 감각을 지닌 유희열과 건강미인 이태임의 신선한 조합은 깔끔한 맛과 저칼로리를 동시에 갖춘 카스 라이트의 매력과 일맥상통한다”며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유행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것이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모델 기용에서도 클라우드는 독자적 행보를 이어갔다. 클라우드는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우며 '맥주 모델=남자 연예인'이라는 공식을 깨뜨렸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함으로서 ‘클라우드’가 편안한 파티에서 여러 사람들과 즐기며 풍부한 맛을 음미할 수 있는 맥주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축제에 어울리는 맥주, 발효 원액에 물 타지 않는 맥주임을 강조하며 ‘클라우드’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OB맥주의 카스는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광고 역시 에너지 넘치는 남자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2013년에는 이종석과 김우빈을 캐스팅해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며 맥주를 마시는 광고로 청춘의 도전과 경쟁을 담았다. 2014년에는 떠오르는 스타 지창욱을 기용해 생기 넘치고 건강한 청춘들의 맥주임을 강조했다.

하이트 진로는 제품 출시부터 가장 강조해온 '깨끗함'을 내세우고 있다. 하이트맥주의 광고는 기존 맥주 광고의 불타는 청춘과 넘치는 에너지, 맥주가 넘치도록 강하게 표현된 건배 장면이 아닌 서정적인 느낌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했다. 하이트 맥주는 현빈과 이연희를 내세워 두 사람의 풋풋한 로맨스와 함께 '순수, 깨끗함'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맥주의 맛과 품질은 언제 어디서나 변하지 않아야 합니다"라는 문구를 선보이고 있다. 맥주의 품질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 진로의 이번 광고 문구는 OB맥주를 은근히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OB맥주의 산화취 논란이 이어지자 품질을 강조하며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주시장 상생은 없다, 생사를 건 넌제로섬 게임

OB맥주와 진로하이트의 불꽃 튀는 경쟁은 OB동양맥주와 조선맥주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 6월, 오비맥주 카스는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소문에 시달리면서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특히 경찰 수사까지 의뢰된 상태에서 이 소문이 경쟁사인 하이트진로를 통해 나왔다는 정황이 포착되며 하이트진로 사옥이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카스 맥주의 악취가 인체에 유해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올해 4월만 해도 국내 맥주 시장의 60%를 차지하던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6월 50%대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빠진 10%전후의 점유율이 롯데맥주의 클라우드로 옮겨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롯데주류가 주류시장에 뛰어들 때만 해도 3%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기 힘들었지만 오비맥주 사건으로 양사가 흔들리자 16%의 점유율까지 끌어올렸다는게 롯데주류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료는 조사를 의뢰하는 곳에 유리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 믿을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사실 맥주의 시장점유율이나 판매량과 관련한 공식 자료는 2013년 3월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췄다. 대부분 업계 자체 조사 결과이거나 대형마트 한 곳의 점유율일 뿐이다. 실제 기자가 전화를 걸어 '시장점유율'이라는 말을 꺼내자 "정확한 판매량이나 시장점유율 등 자료를 공개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공식적인 자료가 중단된 그 무렵이 OB가 하이트를 추월하기 시작한 때다. 주류산업협회가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서라는 표면적인 이유로 시장점유율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한쪽을 편들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서로 시장점유율 51%라고, 1위라고 우기는데 모두 껄끄러워지니 자료를 발표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소주 경쟁과 마찬가지로 노이즈 마케팅이 각자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올린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가 산화취 논란이다. 맥주 업계에는 상생이 없고 서로 밟고 일어서려는 치열한 넌제로섬 게임 경쟁만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삼국지 넘어 춘추전국시대로 가나… 에일맥주 도전

11월에는 신세계가 에일맥주를 주종으로 하는, 소규모 양조장이 소량 생산하는 수제 맥주인 '크래프트 비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의 자회사인 신세계푸드는 서울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뒤편 반포복개천 공영주차장 인근에 1,322㎡ 규모의 크래프트 비어 전문점을 운영하기 위해 공사 중이다. 오는 11월 중 문을 열 예정이며, 정식 명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신세계가 선보이는 '에일맥주'는 국내 맥주시장에서 보기 드문 종류다. 맥주는 싹 틔운 보리의 전분을 당으로 바꿔 홉을 첨가해 맥주 효모로 발효시켜 만든다.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맥주는 크게 '에일'과 '라거'로 구분한다. 에일은 맥주가 발효되면서 거품과 함께 발효통 위쪽으로 떠오르는 효모로 만든 맥주다. 이를 상면발효맥주라고 한다. 이와 달리 낮은 온도에서 효모가 저장통의 바닥에 가라앉는 것을 발견한 독일 뮌헨 양조장에서 시작된 것이 라거다. 에일은 21도의 높은 온도에서 3~6일 정도, 라거는 4~10도의 저온에서 6~10일 동안 발효시킨다. 숙성을 거친 에일은 향긋한 과일향이 나며 맛이 진하다. 라거는 에일에 비해 침전물이 없으며 빛깔이 투명하고 맛이 깔끔하다.

국내 소비자들이 라거맥주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어 에일맥주 시장은 이제 출발 단계이다. 현재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맥주 제품 대부분은 라거맥주이며, 에일맥주는 1~2개에 불과하다. 올해 1~8월까지 대형마트에서 에일맥주 매출 비중은 최고 2%대를 넘지 못했다. 하이트진로 ‘퀸즈에일 브론드’와 ‘퀸즈에일 엑스트라 비터’ 병 제품의 경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지난 5월 단종됐다.

때문에 거대한 유통 공룡인 신세계가 에일맥주를 앞세워 맥주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 국내 맥주시장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류업계는 신세계가 크래프트 비어 전문점 개점을 시작으로 에일맥주의 성장 가능성을 확보하면 본격적인 맥주 시장 진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는 올 3월 공시를 통해 ‘맥아 및 맥주 제조업’을 정관에 추가하는 등 사업 가능성을 열어놨다.

신세계푸드측은 “유학이나 해외여행 중 외국에서 다양한 맥주를 맛본 젊은 소비자들이 에일맥주를 찾고 있는 것에 착안해 시장 개발에 나선 것"이라며 "신세계가 양강 구도인 맥주시장을 흔들어보자는 것은 아니며 라거맥주로 획일화된 국내 맥주시장에 다양성을 불어넣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국내 최초 에일맥주 생산 중소기업인 ‘세븐브로이’의 경우 마니아층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신세계가 에일맥주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면 결국 또 대기업 독식 체제가 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과당경쟁을 넘어 출혈 경쟁까지 이어가고 있는 맥주 시장에서 결국 누가 제왕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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