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적 지위로 중소 밥그릇 독차지중소기업 개발 기업메시징서비스에 발 들여독점적 지위 활용해 시장 80% 이상 잠식

기업메시징부가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 10월 14일 KT와 LGU+에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호소하는 궐기대회를 진행했다.
기업메시징서비스업계가 KT·LGU+와 맞서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시키는 이번 갈등은 '돈냄새'를 맡은 KT와 LGU+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을 잠식하면서 촉발됐다. 이 때문에 정작 시장을 창출한 중소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해당 사안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제재를 앞두고 있다. 공정위는 당초 지난 9월2일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오는 11월 말경경으로 연기됐다. <주간한국>이 입수한 고발장을 바탕으로 KT와 LGU+의 횡포를 짚어봤다.

KT·LGU+ 독점에 중소 고사

기업메시징서비스는 기업의 컴퓨터에서 사용자의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해주는 서비스다. 용어자체는 생소하지만 신용카드 사용이나 은행 입출금, 증권거래, 쇼핑 주문배송 등의 알림 문자서비스로 생활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이 처음 열린 건 1998년. 한 중소기업이 국내 최초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면서다. 이후 2005년까지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1,000억원대 시장이 형성됐다. 해당 서비스는 금융사고 방지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갈등의 단초는 이 시기 KT와 LGU+가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다. 당시 100%이던 중소기업 시장점유율은 이듬해인 2006년 81%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감소세를 이어가다 2012년 말 기준 17%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KT와 LGU+의 점유율은 83%까지 치솟았다.

그 사이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줄도산했다. 업종을 전환해 간신히 명맥만 이어오고 있는 업체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업계는 KT와 LGU+가 시장에 진입한 이후 중소업체들에게 발생한 누적 피해액이 소매가 기준 2조원 안팎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KT와 LGU+가 공정한 경쟁 과정을 거쳐 시장의 선택을 받은 게 아니라는 데 있다. 2009년 KT와 KTF가, 2010년 LG데이콤과 LGT가 각각 합병한 이후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통해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물론 그동안 중소기업들도 마냥 넋 놓고 있던 건 아니다. 이들 회사에 호소와 민원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지난해 8월엔 기업메시징서비스 업체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기업메시징부가통신사업자협회(이하 협회)가 공정위에 KT와 LGU+를 고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아랑곳 않고 불공정행위를 계속해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시장을 창출하고 성장시킨 중소기업들은 정작 고사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주간한국>이 입수한 공정위 고발장에는 이런 내용들이 빼곡하게 담겼다.

중소 공급가 묶고 저가 판매

고발장에 따르면 KT와 LGU+는 기업메시징서비스의 필수 원재료에 해당하는 SMS의 중소기업 공급가를 평균 9.2원으로 묶어두고 자신들이 직접 시장에 진출해 중소기업들의 기존 고객들에게 낮은 공급가를 제안하여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이렇다 할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메시징서비스 시장은 KT와 LGU+, SKT 등 이른바 '통신3사'가 원재료인 SMS나 MMS 등 독점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는 독점사업자인 셈이다.

따라서 가격결정권도 이들 회사에 있다. 중소기업들로선 일방적으로 설정한 가격과 조건으로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경쟁 자체가 불가능함은 물론 독점력을 이용해 중소기업들을 경쟁에서 배제시킬 수도 있는 구조다.

협회 관계자는 "밀가루와 설탕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제분제당회사가 직접 빵집을 운영하면서 경쟁 빵집에는 밀가루와 설탕을 10배 이상의 가격으로 공급하는 상황"이라며 "정상적인 경쟁이 가능한 구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협회는 KT와 LGU+ 불공정행위의 불똥이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에까지 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9년 이래 폭발적으로 증가한 스팸메시지가 바로 그 사례다. 시장 독점 이후 대출ㆍ도박ㆍ성인ㆍ불법의약품ㆍ유흥주점 등의 메시지를 전송하려는 고객을 유치한 때문이다.

실제 스팸 메시지 대부분은 KT와 LGU+를 통해 발송했다. 이들 회사가 발송한 스팸메시지의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90.6%와 80.8%에 달했다. 특히 한국은 한 보고서에서 '세계에서 스팸이 가장 빠르게 급증한 나라'에 선정되기도 했다.

협회 관계자는 "스팸은 도박이나 성매매 등 불법행위를 부추기기도 하지만 해킹이나 디도스공격 등의 통로가 되기도 해서 통신망 보안 문제와 직결된다"며 "KT와 LGU+의 부도덕한 영리행위가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행위명령 담겨야

공정위는 KT와 LGU+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하기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난달 2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엄정히 조사한 결과에 따라서 엄정한 조치를 취해주실 거라고 믿어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공정위는 오는 11월 말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는 공정위가 연초부터 KT와 LGU+의 사례를 포함해 기업들의 '불공정행위 뿌리뽑기'를 천명한 이후 단행되는 첫 제재 조치여서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협회는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간 공정위의 제제 수위가 대부분 '과징금 부과' 또는 '원가 이하 판매 금지' 등 구체적인 행위명령을 담지 않은 형태여서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협회 관계자는 "'단순 부작위명령'으로는 근본적인 시정이 불가함은 물론 향후 유사 불공정행위 재발도 막을 수 없다"며 "시장을 창출하고 키워 온 창조 중소기업의 회생 자체를 더욱 요원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공정위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시정명령을 바라고 있다. 먼저 기업메시징서비스 사업 부문을 분리해 계열사에 이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SMS 공급가를 공정경쟁이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협회 관계자는 "'시정조치 운영지침'에 강력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회생하여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배려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