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뚜기는 식품업계의 숨은 강자다. CJ제일제당, 대상, 동원F&B, 롯데삼강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빅5’로 꼽힌다. 특히 다른 4개사가 대기업을 등에 업고 비교적 손쉬운 유통 이익을 챙기는 반면에 오뚜기는 순수 식품기업으로 최초, 1등 기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회사 설립연도인 1969년 국내 최초로 즉석카레 생산에 성공한 데 이어 토마토케첩, 마요네즈, 3분류 레토르트 등을 줄줄이 국내 최초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선점한 시장인 만큼 지금도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요네즈와 케첩, 분말카레, 3분류 레토르트 시장에서 모두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참기름은 58%, 드레싱(상온)은 3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6월 오뚜기의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50만원을 돌파하며 시가총액이 농심을 뛰어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현재 주가는 59만원 내외. 시가총액은 2조296억원에 달한다. 최대 지주는 올해 84살의 함태호 명예회장으로 17.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장남 함영준 회장이 15.38%, 장녀 함영림씨와 차녀 함영혜씨가 나란히 3.31%를 갖고 있다. 함 명예회장의 동생 상미식품 함창호 회장, 함승호씨도 각각 2.70%, 0.89%를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오너 일가 15명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주식은 총 63.42%에 달한다.

오뚜기의 계열사 조흥의 경우도 (주)오뚜기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오너 일가의 지분은 65.20%이다. 오뚜기라면은 함 회장이 24.70%로 대주주이며 (주)오뚜기가 24.20%, 함 명예회장이 10.93%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오뚜기는 올해 라면의 나트륨 과다 함량 등으로 언론의 지탄을 받았다. 특히 오뚜기 라면은 타사 제품에 비해 고혈압과 심혈관계 질환의 주범인 나트륨 함량이 높아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설문조사를 통해 선호도 높은 유탕·국물 봉지라면 12개 제품을 선정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오뚜기에서 판매하는 진라면(매운맛)이 조사 제품 중 나트륨 함량이 가장 많았다. 진라면의 나트륨 함량은 1봉지 당 1,860㎎으로 조사 대상 제품의 전체 평균인 1,729㎎에 비해 100㎎이상 더 첨가됐다. 이는 1일 나트륨 허용 기준치(2,000㎎)에 육박하는 양이다.

참고로 나트륨 함량이 높은 제품은 삼양식품의 삼양라면(1,840㎎), 팔도의 꼬꼬면(1,810㎎), 농심의 신라면과 안성탕면(1,790㎎) 및 오뚜기의 참깨라면(1,790㎎) 등이었다. 상위 6개 제품 중 오뚜기 제품이 2개나 포함됐다.

소비자원은 “나트륨 섭취가 많으면 각종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라며 “소비자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라면 제조업체의 적극적인 나트륨 저감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도 “당초 나트륨 함량 1위였던 삼양라면과 2위였던 신라면이 나트륨 함량을 낮춘 리뉴얼 제품을 출시하는 등 이들 두 라면업체는 그동안 꾸준히 나트륨 저감화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오뚜기는 나트륨 줄이기에 동참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덕분에 조사에서 나트륨 함량순위 3위였던 진라면이 나트륨 함량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라고 꼬집었다.

오뚜기는 이 외에도 다른 라면 제조·판매회사들과 상품 가격 인상을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라면 업체들이 상품 가격을 일정 수준 인상하기로 합의했다는 의혹이 있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2년 3월 오뚜기 등 4개 라면 제조·판매사가 9년간 라면값 공동 인상을 밀약했다며 1,3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오뚜기는 올 상반기 매출액 8,859억원을 달성, 지난해보다 362억원어치나 더 잘 팔렸다. 영업이익은 635억원으로 전년 동기(562억원) 대비 12.3% 올랐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5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1% 증가했다. 특히 라면 등 면제품류의 매출 상승이 두드러졌다. 매출만 2,46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오뚜기라면은 올 상반기 지난해(14.0%)보다 1.3% 상승한 15.3%의 점유율로 업계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0월 삼양식품을 따돌리고 2위에 오른 후 영역 확장에 주력해 올 6월에는 판매량 기준 점유율을 18.4%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장원수 기자 jang7445@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