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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시장 다변화 바람… 컬트와인·스파클링와인도 인기

[기획-주류 천하 ④ 와인 편]
낯선 와인? 와인 전문가 "소주처럼 마셔라"
이건희 회장· 장동건도 즐긴다는 '컬트 와인' 눈길
여성 입맛 사로잡는 스파클링 와인, 인기 상승세
  • 와인이 아직도 낯선 대중들에게 와인 전문가들은 "소주처럼 마셔라"고 말한다.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지 말고 편하게 즐기라는 것이다. 자료사진
[이민형 기자] "먼저 향을 깊이 한번 들이마신 뒤, 와인을 천천히 입 안에서 굴리며 음미하듯 넘겨라." 친구가 주최하는 와인 파티에 초대 받은 주부 A씨는 인터넷에서 '와인 예절'을 검색해 위의 내용을 찾았다.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할지, 와인 잔은 어떻게 잡아야 할지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신의 물방울'이라는 칭송을 받는 와인은 아직 한국인에게 격식을 갖춰야 할 것 같은, 그리 친숙하지 않은 존재다.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부터 '부르고뉴'와 '보르도'까지 낯선 이름의 품종부터 수백 개에 이르는 와인 생산지, 양조 용어 등을 접하고 나면 머리가 지끈거려 "에잇, 여기 소주 한 병이요"를 외치고 싶어진다.

"소주처럼 마셔라" 와인 전문가들은 말한다.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지 말고 편하게 즐기라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와인이 대중화되면서 금기나 예절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부터 와인 입문서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 와인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오랜 기간 유럽 중심으로 형성돼왔던 와인 산업이 점차 미국, 호주, 아시아로 확대되고 있다. 2007년 기록적으로 70% 수입 증대를 기록한 뒤 국제적인 경기 침체 영향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던 국내 와인 시장은 최근 2년 수입이 10% 증가하면서 회복세로 돌아섰다.

2012년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되면서 유럽산 와인 외에도 미국산 와인 수입이 늘어났다. 또 기존에 금양인터내셔널, 나라셀라, 아영FBC 등 와인전문업체들이 선도하던 와인 시장에 캘리포니아·프랑스·이탈리아 등 기존의 와인 생산지뿐 아니라 칠레·아르헨티나·호주와 같이 신흥 유통망을 확보한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의 와인을 내놓으면서 와인 시장은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KITA)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체 와인 수입 금액은 1억3,388만7,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3% 성장했다.

와인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막상 주부들은 와인을 사려고 하면 종류가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여진다고 말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와인은 토양 및 기후환경, 가격, 품질, 브랜드, 마케팅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생산 기후에 따라 포도 맛이 달라지고, 이것은 곧 와인 맛으로 직결된다. 와인의 양조나 숙성 방법에 따라서도 와인 가격은 달라진다. 고급 와인들은 통상 좋은 오크나무로 만든 통에서 오래 숙성되고 빈티지(포도 수확 연도)가 묵은 와인이다. 양조 과정에서 인공효모가 아닌 자연효모를 사용한다거나, 와인의 찌꺼기를 걸러내는 정제 과정에서는 벤토나이트 화합물 대신 과거 전통 방식인 계란 흰자를 띄워 정제하게 되어도 와인 가격은 올라간다. 이 밖에도 마개까지도 와인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고급 와인들은 오래 두고 묵히기 위해 길다란 자연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데, 이것도 비용이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 '몬테스(왼쪽부터)'는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누적 판매량 600만병을 돌파했고 '1865 시리즈'는 숫자 마케팅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칠레산 'G7'은 2009년 국내 최저가인 병당 6,900원에 판매를 시작해 5년 만에 누적판매 200만병을 돌파했으며 칠레산 와인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는 지난달 31일 할로윈데이에 가장 주목을 받은 와인이다. 2005년 선보인 호주산 '옐로우 테일'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을 표방하며 지난해까지 국내 누적 판매량 315만병을 기록했다. 사진=나라셀라/금양인터내셔널/신세계L&B/아영FBC/롯데주류 제공
한국인이 선호하는 와인은?… 칠레산 '몬테스' 누적 판매 600만병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와인시장에 가장 많은 양의 와인이 수입된 나라는 칠레, 가장 많은 수입액을 기록한 나라는 프랑스다. 칠레 다음으로 많은 수입량을 기록한 나라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남아공, 호주 순이다. 수입액으로 따지자면 프랑스 다음은 칠레, 이탈리아, 미국, 스페인, 호주다. 대륙 단위로 따지면 유럽(프랑스)과 북미(미국), 남미(칠레), 대양주(호주)의 4파전 구도로 볼 수 있다.

와인 전문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와인은 선택의 폭이 넓고 브랜드 자체가 다양하기 때문에 국내 누적 판매량이 70만병이 넘으면 대중적인 브랜드로 여겨진다. 그 중에서도 나라셀라의 '몬테스'는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누적 판매량 600만병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1년 월드컵 조추첨 행사 만찬과 2003년 칠레 대통령의 방한 국빈 만찬,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공식 지정 만찬 등 굵직한 국제 행사의 만찬 와인으로 선정된 몬테스는 최근 3년 동안 매년 평균 75만병 이상 팔리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할로윈데이에 가장 주목을 받은 와인은 아영FBC의 칠레산 와인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다. 스페인어로 '악마의 와인 창고'(Devil's Cellar)를 뜻하는 이 와인은 100여 년 전 와인 도난을 막기 위해 설립자 돈 멜쵸(Don Melchor)경이 와인 저장고에 악마가 출몰한다는 소문을 퍼트려 도둑들로부터 와인을 지켰다는 재미있는 전설을 갖고 있다. 이 와인은 전세계 칠레 와인 판매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아영FBC의 '빌라엠'은 지난 1997년 국내 시장에 출시한 이래 국내 모스카토 와인 열풍을 이끌며 사랑의 고백을 위한 와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금양인터내셔널의 '1865 시리즈'는 숫자 마케팅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골프 좋아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18홀을 65타에 치라'는 의미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2006년 APEC의 공식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1년 미국의 권위 있는 3대 매거진 'Wine Enthusiast'가 '올해의 와이너리'로 선정하여 칠레뿐 아니라 유력한 수상 후보인 전 세계 뉴월드 와이너리들과의 경합에서 최종 선발되어 칠레 와인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세계L&B가 도입한 칠레산 'G7'은 2009년 국내 최저가인 병당 6,900원에 판매를 시작해 5년 만에 누적판매 200만병을 돌파했다. 최단 기간 최다 판매율을 기록한 것이다. 롯데주류가 2005년 선보인 호주산 '옐로우 테일'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을 표방하며 지난해까지 국내 누적 판매량 315만병을 기록했다. 올해 말부터 발효되는 한국·호주 FTA를 통해 롯데주류는 호주 와인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와인도 실속형… 소량 고품질 '컬트 와인'에 눈길

그동안 와인이라고 하면 무조건 값비싼 와인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국내 시장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인 '컬트 와인'들이 국가 정상 만찬이나 대기업 행사 등에 등장하면서 와인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국빈 만찬에는 10만원대 '핑구스 PSI 2011'이 식탁 위에 올랐다. 스페인 중부에 있는 도미니오 드 핑구스에서 만든 이 와인은 80년 이상 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술로 이른바 컬트 와인이라고 불린다. 컬트 와인은 연간 생산량이 최대 2만4,000병을 넘지 않아 희소성이 있는 부티크(boutique·작은 점포) 와이너리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와인을 지칭한다.

지난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20주년 기념 만찬'에 등장한 와인도 독일 발타사 레스의 '모노플 리슬링'으로 6만원선의 컬트와인이다. 와인 애호가인 이 회장이 10만원도 안 되는 와인을 만찬에 올린 것은 업계에서 한참 동안 회자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72세 생일잔치에서도 20만원대 컬트 와인인 미국 팔메이어 샤도네이 화이트와인을 올리기도 했다. 배우 장동건이 즐겨 마신다는 프랑스 '롱그독'의 가격도 3만5,000원이다. 2010년 G20 정상회의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동아원이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운영하는 소규모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의 레드와인으로 13만5,000원에 판매되는 '바소'가 쓰였다. 바소의 라벨에는 구본창 작가의 달항아리 사진이 그려져 있다. 2012년 카자흐스탄 대통령 방한 때도 20만원 안팎의 미국 소노마 3대 컬트 와인으로 알려진 키슬러 피노누아 레드와인이 쓰였다.

여성 입맛 사로잡는 스파클링 와인 인기 상승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은 1531년 프랑스 남부 리무 지역에서 탄생했다. 당시 해당 지역의 수도사들은 미사에서 사용할 와인을 준비하던 중에 와인병 안에서 거품이 생기거나 폭발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발효가 미처 끝나지 않은 와인이 병에서 2차로 발효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처음 2차 발효가 발견된 지 4세기가 지나 해당 지역의 와이너리 '쉬르 다르크'는 지역 토착 포도 품종인 '모작'을 전통 방식으로 양조한 스파클링 와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이라는 의미를 담은 '버블 넘버원'은 레이블에도 이를 상징하는 숫자 '1'을 새겨 넣었고, 이로 인해 시작과 출발의 의미가 담긴 축배 와인으로 잘 알려졌다.

스파클링 와인하면 샴페인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샴페인은 프랑스 상퍄뉴(Champagne) 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에 지역명을 붙여 부르는 이름이다. 베네딕토 수도원 와인제조 책임자였던 돔 페리뇽 수사가 17세기 후반 상파뉴 지역의 추운 날씨 때문에 발효를 멈췄다가 봄에 발효가 시작되어 터져버리는 와인을 보고 스파클링 와인을 연구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파클링 와인은 와인의 떫은 맛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색다른 맛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스파클링 와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스파클링 와인 수입 금액은 총 1,696만 9,000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48만6,000달러에 비하면 17% 증가한 수치다. 스파클링 와인의 성장세가 전체 시장 상승세의 2배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2012년 대비 2013년 스파클링 와인 성장률도 15.2%였다. 최근 2년 간 해마다 두 자리 수 이상의 높은 상승세를 기록 중인 셈이다.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전체 와인 수입량 중 스파클링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5.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0.8%로 확대되면서 사상 처음 두 자리 수를 넘어섰다.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산 '버니니'의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띈다. 가볍고 작은 와인병을 그대로 즐길 수 있고, 와인잔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서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버니니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350만병 수준이었고, 올해는 450만병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돼 증가율이 28.6%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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