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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명품 브랜드의 국내 판매 부진 가속 왜?

  • 샤넬의 향수 No.5 광고 모델 지젤 번천.
[동효정 기자] 저녁 메인 뉴스가 끝나고 채널을 돌리려던 A씨는 멈칫했다. 지젤 번천을 뮤즈로 한 샤넬의 광고가 3분 15초나 방영되면서 눈길을 사로 잡은 것. TV광고를 좀처럼 하지 않던 샤넬의 광고를 보고 있자니 '명품도 침체기라더니 샤넬도 TV광고를 하게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에 한참동안 광고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국내 명품시장이 주춤하면서 명품 브랜드들이 매출 증대를 위해 각종 전략을 짜내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찌, 샤넬 등 국내 10개 주요 명품업체들이 지난해 본사에서 들어온 상품액은 총 6,349억원으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전년대비 0.1% 감소한 2012년 6,406억원에서 또 줄어든 것이다. 관련업계는 이를 놓고 2012년 이후 한국 명품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국내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 새 명품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것은 경기 불황 때문이 아니라 한국 명품시장이 질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며 "희소성이 있어야 가치가 높아지고, 더 잘 팔리는 명품의 속성 상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즉 한국시장에서도 한사람당 1, 2개 정도의 명품을 갖고 있을 만큼 대량 판매됐고, 그러다보니 더이상 희소성도 없는 것으로 느껴지고 있는 게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적 명품’ 대신 새로 부상하는 수입 브랜드도 많다”며 “사실 초고가는 인기가 많지만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하던 시기에 주요 고객인 '중간층'이 사라진 게 문제라서 이미 구매할 사람들은 다 구매했다고 본다면 기존 명품 브랜드들이 예전처럼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많은 명품 브랜드들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에 액세서리가 비교적 선방을 하고 있다”라며 “최근 명품업계가 액세서리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도 향후 국내 명품 시장 전망이 밝지 않아 다양하고 차별화을 통해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변화한 것도 한 몫 했다. 한 백화점 명품 MD는 "남들과 같은 브랜드를 맹목적으로 따르기 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중시하는 트렌디한 소비 문화가 형성되고 있어 최근에는 남성 브랜드에서는 '맞춤'이 트렌드고 여성들은 획일화된 매장보다는 각자의 느낌을 살린 편집숍이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병행 수입과 해외 직접구매를 통해 소비자가 해외 상품을 비교적 싸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도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구찌 향수 광고 모델 블레이크 라이블리. 사진=구찌코리아
실제 올해 페라가모와 버버리는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에서 철수했고, 지난해에는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샤넬 등이 현대백화점 부산점에서 빠졌다. 수원에 생기는 롯데몰에도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의 입점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샤넬의 경우 A백화점에서 8개월 영업 기간 중 절반을 마이너스 매출을 냈으며, 나머지 달도 1~2%대의 미미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차례 가격을 올렸음에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보였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샤넬 제품은 그동안 가격에 상관없이 잘 팔렸는데, 올해 들어 마이너스를 내는 점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루이비통은 3년째 계속해서 판매 부진을 보이고 있다. 한 백화점에서 루이비통은 2월과 3월을 제외하고 연속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도 루이비통의 전성기는 지난 듯 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특유의 G로고가 겹친 백으로 유명한 구찌도 하락세다. 2011년 구찌의 영업이익은 460억6,335만원에서 2012년 310억2,197만원으로 32%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283억6,068만원으로 대폭 하락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매출이 저조한 매장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대형 매장을 더 크게 리뉴얼하는가하면 각자 '최고'라는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찌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한국법인의 경영진 교체도 나섰다. 올초 이탈리아 고가 브랜드 구찌는 한국법인인 구찌 코리아의 신임 대표 및 제너럴 매니저(GM)에 루이비통 출신의 카림 페투스 사장을 자리에 앉혔다. 에르메스는 매출을 스스로 조절하고 있다. AㆍB백화점에서 두 자릿수대의 매출성장률을 내고 있지만, 핵심 아이템인 버킨백과 켈리백의 국내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이들 상품의 희소가치가 떨어지면 향후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라는 더 큰 위기를 좌초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샤넬도 한국 영업을 시작한 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매장도 낼 예정이다. 샤넬코리아는 서울 청담동의 한 건물을 700억원대에 사들였으며, 이 자리에 국내 최초의 대형 부티크를 열 예정이다 .버버리도 청담동 명품거리에 10층짜리 초대형 매장을 건립 중이며, 크리스찬디올도 같은 장소에 5층 규모의 플래그십 매장을 재단장하고 있다. 지방시도 올 초 청담동 플래그십 매장을 개장했다. 명품 브랜드들의 이같은 안간힘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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