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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맥주, 수제 맥주 열풍… 맥주 시장 뒤흔든다

[기획-주류 천하 ⑥ 수입 맥주 편]
성인 1명당 수입 맥주 연간 소비량 4.1병
2014 맥주 수입량, 수출량 앞지른 첫 해
단조로운 맛 탈피한 다양한 맛과 향으로 승부
  •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수입 맥주 열풍이 거세다. 사진=동효정 기자
[동효정 기자] 서울 상암동에 사는 40대 직장인 장모씨는 일본 수입 맥주인 산토리 프리미엄 몰트만 마신다. 국내 맥주는 물론 다른 수입 맥주에 비해서도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한 잔을 마시더라도 입맛에 맞는 맥주를 마시자는 생각에서다. 그는 "진한 맛과 목 넘김이 부드럽고 거품이 풍부하다"면서 "마시고 나면 잔에 '천사의 거품'이라고 불리는 엔젤링이 새겨지고 최고급 원료만을 사용한다니 몇백 원 비싸더라도 이 제품만 찾게된다"고 말했다.

"난 이 맥주만 마셔" 매니아층 형성한 수입 맥주

언제부턴가 사람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맥주가 생겼다. OB와 하이트 일색이던 맥주시장이 수입 맥주 열풍이 불며 다양해지자 '소극적' 으로 맥주를 소비하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맥주를 찾고 있다. 지난달 관세청의 품목별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올해 1∼9월 맥주 수입량은 8만9,397톤, 수입액은 8,412만 달러로 전년 대비 각 18%, 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량은 8만879톤, 수출액은 5,312만 달러에 그쳤다. 맥주 수입량이 수출량을 앞지른 것은 처음이다. 이제 성인 1명당 수입맥주 연간 소비량이 4.1병 꼴이 됐다.

맥주 분야의 무역수지 적자는 3,099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적자 규모(1,454만 달러)보다 2배 이상 늘어나며 사상 최대 규모를 보였다. 2012년에 577만 달러로 첫 적자를 기록한 후 지난해(1,741만 달러)에 이어 3년 연속 적자를 보이면서 갈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수입 맥주의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맥주 무역수지 적자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네덜란드, 독일, 중국, 아일랜드 등의 맥주 수입 증가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이네켄ㆍ아사히 등 기존 스테디셀러 맥주들의 수입뿐이 아니라 저렴한 외산 맥주 수입량이 늘고 있다.

수입 맥주의 인기는 소비자들의 선호와 함께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관세인하 효과로 가격경쟁력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맥주 매니아 사이에서 국산 맥주 맛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던 차에 카스맥주 냄새 논란이 발생한 뒤 식약처의 관리 소홀과 늑장 대응이 수입맥주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수입 맥주 시장이 3∼4년 전부터 국내에서 팽창했다"면서 "오랜 기간 단조로운 맥주 맛에 익숙해 있던 소비자들의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자기 취향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 풍부한 거품과 부드러운 목넘김으로 사랑받고 있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사진=오비맥주
최근에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이 ‘수입 맥주 균일가전’, ‘묶음 할인’ 등 외산 맥주에 대한 활발한 마케팅에 나서면서 일부 수입 맥주들이 오히려 국산 맥주보다 가격이 저렴한 ‘가격 역전’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산 맥주가 시장에서 부진한 원인에 대해 "저렴한 외산 맥주가 대량 수입되면서 가격 경쟁력도 갖췄고 새로운 맛을 내세운 마케팅 효과가 주효하다보니 국산 맥주가 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아사히·삿포로 더이상 1위 아니다… '원조' 독일 맥주 급상승

국가별로 살펴보면 원전 사태에 따른 방사능 유출 우려에도 올해 상반기 한국에 가장 많이 들어온 수입 맥주는 삿포로 등 일본 맥주(1만3,818톤)였다. 하이네켄 등으로 대표되는 네덜란드 맥주는 8,887톤이 수입돼 1년 사이 수입 규모가 38.0% 증가하며 2위를 차지했고, 역시 수입량이 1년 사이 60.9% 급증한 독일 맥주(7,825톤)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5위였던 중국 맥주는 상반기 5,067톤이 수입돼 4위로 올랐고, 10위권 안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한 미국 맥주(4,214톤)는 5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흐름이 바뀌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수입 맥주 1위였던 일본 맥주의 비중(20.8%)은 독일(29.9%)에 밀려 2위로 밀렸다. 그 다음은 네덜란드(11.5%)와 미국(7.6%), 벨기에(7.2%)가 뒤를 이었다. 1위를 기록한 독일 맥주에서부터 매출 2위로 밀려난 일본 맥주, 네덜란드· 벨기에 등의 맥주 브랜드들은 국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 캠핑족이 늘면서 맥주를 즐기는 문화가 번져 수입 맥주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독일 맥주는 일본 맥주의 인기에 밀려 지난 5년 동안 1위에 한번도 오르지 못했다. 특히 2010년에는 '맥주의 본고장'임에도 수입 맥주 순위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었다. 당시에는 버드와이저와 밀러 등 미국 맥주가 1위, 2011년부터 작년까지는 삿포로와 산토리 등의 브랜드를 지닌 일본 맥주가 선전했다. 그러나 수입 맥주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맥주의 본고장에 생산되는 독일 맥주가 매출을 늘리면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국내 주류 상품 기획자는 "수입 맥주 시장이 성숙하면서 새로운 맥주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늘어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한 독일의 새로운 맥주가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수입 맥주 판매 1위를 기록하던 아사히가 주춤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롯데아사히주류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6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고작 0.55% 늘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한때 국내에서 매출 성장률이 수년 간 30%가 넘을 정도로 고속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춤해진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독일산 맥주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상대적으로 일본산 수입 맥주 판매량은 주춤했다"며 "수입 맥주의 종류가 크게 늘어나 일부 기업이 파격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등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국산맥주 클라우드를 출시하면서 상대적으로 롯데아사히주류 응원에 소홀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 전력이 대부분 클라우드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아사히맥주 성장에 힘을 실어줄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국산 맥주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국내 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마당에 아사히맥주가 공세적으로 국내에서 마케팅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다.



프리미엄 열풍이 맥주에도… 크래프트 맥주 인기

이마트가 9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도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란 대형 주류회사가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 개발한 제조법으로 만든 맥주를 말한다.

이태원 경리단길을 중심으로 유행이 된 크래프트 맥주는 물, 맥아, 홉, 효모 등 재료의 혼합 비율과 발효법에 따라 각기 다른 맛과 향을 지니고 있어 애호가들이 즐겨 마신다. 크래프트 맥주는 에일맥주가 주종을 이룬다. 에일맥주는 발효통 위쪽으로 떠오른 효모를 발효해 만든 맥주로 붉은색 계열의 짙은 빛깔을 내며 진하고 쌉쌀한 맛이 특징이다. 제조법에 따라 자몽, 포도, 오렌지 등 과일향이 나고 홉의 쌉쌀한 맛이 강하게 풍긴다. 황금빛 색깔이 나고 청량감 있는, 시원한 맛을 내는 라거맥주와 대조적이다. 대량 생산하는 맥주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수제 맥주’로도 불린다.

이마트는 성수점, 영등포점, 왕십리점 등 15개 점포에서 미국산 크래프트 맥주 18종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가 크래프트 맥주를 들여와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마트 식품본부장은 “국산 맥주 맛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수입 맥주로 옮겨간 데 이어 보다 독특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크래프트 맥주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 ‘도그피시헤드 90 임페리얼 IPA’ ‘시에라네바다 페일에일’ ‘파이어스톤 유니언잭 IPA’ 등이 500병 이상 판매됐다. 크래프트 맥주 가격이 330㎖짜리 한 병에 8,500~1만500원으로 일반 수입 맥주의 3~4배인 점을 감안하면 기대를 뛰어넘는 판매 실적이라고 이마트는 설명했다.

크래프트 맥주의 주요 구매층은 20~40대 초반의 젊은 층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 사이에서 술을 음미하면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다양한 맛의 수입 맥주 중에서도 크래프트 맥주가 유행하고 있다"며 "유학이나 해외여행 중 외국에서 다양한 맥주를 맛본 사람들이 국내에서도 개성과 취향에 맞는 크래프트 맥주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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