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인증 깐깐히…남북경협 구상도"

한국산업표준인 'KS'는 산업 발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정된 것으로 1962년 KS마크 제도가 시행된 이래 정부가 주도해왔다.

그런데 내년부터 국가표준(KS)으로 관리해온 가열아스콘혼합물(KS F2349) 품질 인증은 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이하 아스콘연합회) 스스로 실시한다. 이는 정부가 2008년부터 국가표준의 민간 이양 정책을 추진한 뒤 첫 번째 결실이다.

이렇게 정부가 지정하고 관리하던 KS 등 각종 표준을 민간단체로 넘기면 절차는 간소화하고 품질관리는 엄격해져 생산자는 물론, 수요자도 유리해진다.

이러한 첫 사례를 아스콘연합회가 이뤄낸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중소 업체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향후 민간단체가 국가 표준을 담당하는 분야가 확장될 수 있어서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성택(57) 아스콘연합회장은 "민간으로 KS 제도가 넘어오는 첫 번째 사례가 아스팔트 관련 제품이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며 "제대로 성과를 내 다른 업체들이 계속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회장은 중소기업의 어려운 상황을 언급하면서 남북경협을 통해 중소기업의 새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중소 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경공업이 북한에 적합하고, 새로운 시장개척은 물론, 통일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배경에서다.

박 회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LG그룹에 입사해 6년여간 근무하다 1990년 산하물산을 설립했다. 2012년 11월부터 아스콘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국가표준(KS)이 민간으로 이양된 것은 아스콘연합회가 처음인데 의의를 말한다면.

"정부가 관리하던 KS제도를 민간에 이양한 것은 국가적으로, 산업적으로 대단한 변화다. 그만큼 우리나라 산업화가 고도화되고 중소기업의 역량도 상당한 수준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내 최초로 KS제도를 민간에 넘긴 것이 가장 큰 의의라 할 수 있다."

-국가표준(KS)을 민간으로 이양한 배경을 설명한다면.

"그동안 정부가 KS를 통해 제품별 표준에 대한 인증과 관리를 직접 관장했지만, 품목만 2만 2,000종이 넘는 실정에서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려웠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수동적인 품질 관리보다 업계 스스로 자율적ㆍ능동적으로 품질을 관리하는 것은 규제 개혁과 민간 중심이란 정부 정책의 방향과도 일치한다고 본다."

-KS제도의 민간 이양과 관련해 많은 분야 중 아스콘연합회가 최초라는 게 궁금하다.

"우리 업종은 중소기업형 업종이고 국가 안전, 국민 건강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1차적으로 이양이 가능했다. 그리고 우리 업체들이 4∼5년전부터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왔기에 회장 임기 동안 관철시키려고 노력했다. 경비 절감이란 측면도 있지만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산업은 도로의 포장재를 생산하는 제조업으로 도로교통의 원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국가적 필수산업이다. 그런데 기존 KS로 품질관리를 하다 보니 이상 기후에 따른 도로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우리 연합회는 기후 변화 등도 고려해 꾸준히 품질을 향상시켜 왔는데 연합회가 책임지고 품질관리를 하는 게 낫다고 보고 정부 측과 협의를 통해 성과를 이뤄냈다."

- KS인증을 이양 받음에 따라 연합회 차원에서 이득이 된 점은.

"그동안 KS 품질인증을 받으려면 기술표준원, 표준협회, 심사기관, 연합회 등을 거쳐야 했으나 이제 회원사들은 합회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개별 업체가 부담하는 인증 및 간접비도 연평균 2,000만원에서 절반인 1,0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 무엇보다 연합회가 품질관리나 기술개발과 관련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점을 평가할 수 있다."

-KS인증을 이양 받게 된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연합회의 책임이 무거울 텐데.

"KS 제도가 축소되고 민간으로 표준 관리가 넘어오는 첫 케이스가 아스콘 제품이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 제대로 성과를 내야 다른 업체들에도 KS 민간 이양이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연합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KS인증을 민간에 이양함에 따라 공정한 품질관리가 더욱 중요한데, 해법은?

"KS 기준을 쓸 때는 심사할 때만 품질관리를 하지만 단체표준으로 바뀌면 책임을 지는 단체가 수시로 품질을 점검하기 때문에 품질은 더 좋아질 것이다. 연합회에서는 품질 점검시 불합격 업체에 대해서는 철저한 교육과 수시 점검을 통해 관리 능력을 높이고, 품질검사에 3회 이상 불합격하면 인증을 취소하는 '삼진아웃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품질 심사와 관련해선 국토부ㆍ기술표준원ㆍ지방자체단체 등 외부 전문가와 엽합회 등 모두 10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운영해 단체표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 기업의 경제상황이 갈수록 어렵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사정과 타개책에 대해.

"중소기업의 국내외 사정은 무척 어렵다. 일부 업종은 고사 직전에 있고 문을 닫은 업체들도 부지기수다. 기술력, 자본, 투자, 국내외 시장 등 모든 면에서 대기업과는 비교할 바가 안된다. 기업 자체의 역량도 문제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시장구조, 경제 패러다임은 중소기업에 매우 불리하다. 특히 50년 넘게 이어온 공급자 중심 산업정책은 이제 수요자,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공급자 중심 경제정책은 대기업 위주가 되고, 내수보다 수출이 강조되고, 환율보호 정책 등으로 인해 많은 부작용을 수반한다. 심각한 양극화 현상, 가처분 소득 축소로 소비가 줄고 내수 시장이 위축되는 문제, 환율 문제, 저소득층 증가에 따른 복지 문제,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등등. 산업화 초기에 적합한 서플라이(Supply, 공급) 중심 정책이 50년이 지난 현재에도 유지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이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생하고, 중소기업이 안착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어려운 중소기업이 헤쳐나갈 타개책의 하나로 남북경협을 생각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사업 성격과 북한 사회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관계에 있다고 본다."

- 남북경협을 위기의 중소기업의 새 돌파구로 보는 것은 신선한 발상이다.

"국내 기업의 95% 이상이 중소기업이고 대부분 경공업 분야다. 경공업이 북한에 적합하고 국내외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남북경협이 통일의 기반을 다지고 장차 통일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영 노하우는 북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중소기업 차원에서 남북경협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기회가 된다면 남북경협과 관련한 TF팀을 만들어 중소기업이 시행착오 없는 투자를 하고, 북한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업종을 선별하는 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