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집중취재] 유통업계 "'역(逆)직구족' 잡아라"

역직구족 올해 5,000억 원 규모 이를 듯
중국 하이타오족 영향 커…국산 유아용품, 화장품 및 의류 선호
유통업체들, 외국어판 쇼핑 사이트 내놓고 고군분투
  • '역(逆)직구족'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매출 비중 과반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하이타오족들은 유아동 및 뷰티 용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롯데닷컴 제공
[신수지 기자] 해외 직구(직접구매)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역(逆)직구족'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역직구란 국내 소비자의 인터넷 해외직구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외국인 소비자가 인터넷을 통해 한국 제품을 사는 것을 말한다.

19일 대한상공회의소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 9개 온라인쇼핑몰의 역직구 실적은 약 3,7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5,0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갈수록 늘어나는 역직구족 덕분에 각 쇼핑몰과 손잡은 물류 업계는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CJ대한통운은 2012년부터 이베이코리아의 물량을 일부 맡으면서 매달 1만건 이상의 물량을 배송하는데, 지난달 국제 특송 물량이 전년 동월에 비해 30% 늘었고, 월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진의 경우 역직구 배송 물량이 올해들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월평균 20∼30%씩 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우체국 EMS와 합작으로 지난 6월부터 역직구 국제 특송을 시작해 월평균 5,000건 정도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이처럼 역직구 물량이 늘어난 데에는 중국 '하이타오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타오는 '해외'를 지칭하는 '하이'와 '사다'라는 뜻의 '타오'가 합쳐진 말로, 인터넷을 통해 쇼핑에 임하는 중국의 해외 직구족을 의미한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해외의 상품 정보를 검색하고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해 구매한다. 지난해 하이타오족은 1,800만 명, 시장 규모는 352억 달러에 육박했다. 4년 뒤인 2018년에는 3,600만 명, 시장규모는 1,6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종합몰 최초로 해외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글로벌 롯데닷컴에 따르면, 총 19개국 중 해당 쇼핑몰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비자는 중화권에 거주하는 이들로 전체의 과반수를 넘는다. 특히 중국 소비자들의 역직구는 구매건수 기준 약 33%, 매출 기준으로는 전체 매출의 40%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국산 제품은 유아용품이나 뷰티 용품, 잡화류인데, 각각 중국 역직구 매출 비중의 26.8%, 23.7%, 14.9%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아 용품에 중국 고객의 호응이 높은 이유로 “한국산 기저귀, 물티슈 등 유아용 제품이 위생적이라는 입소문이 퍼져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다"면서 "아동용 의류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 브랜드들의 제품이 가격 대비 퀄리티가 높다는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방문하는 요우커들이 국산 브랜드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고 돌아가 역직구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한국에서는 중저가 브랜드로 알려진 화장품 브랜드들이 중국 내에서는 한류 열풍 등을 타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어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에도 홍콩과 미국, 싱가폴, 호주 순으로 역직구 고객들이 몰리고 있는데, 홍콩의 경우에는 현지에서 판매되는 스포츠 의류 상품이 주로 인기 모델이나 인기 사이즈에만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한국 쇼핑몰로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미국 등 영미권 국가는 중화권만큼 역직구족이 많은 나라는 아니지만, 한국의 여성의류와 잡화류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많은 편이다. 이중 미국의 경우 여성의류는 전체의 23.1%, 가방은 20.4%의 매출 비중을 차지한다. 호주의 경우에는 ‘톰앤래빗’, ‘디어제인’등 여성 트렌디 의류 상품군이 31%가 넘는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싱가폴의 경우 MCM 등 국내 브랜드 가방이 효자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롯데닷컴 관계자는 "한국의 트렌디 의류와 잡화 상품은 개성과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며 판매가 대비 퀄리티가 높아 영미권 및 싱가폴 고객들에게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역직구족의 성장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외 직구시장에 빼앗긴 국내 소비자의 빈자리를 해외 역직구족으로 채우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이들 업체들은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주요 외국어를 지원하는 쇼핑 플랫폼을 내놓는 한편 역직구족을 겨냥한 판촉행사까지 마련하는 등 역직구 시장선점을 위한 경쟁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먼저 롯데닷컴이 올해 2월부터 해외 소비자 공략에 나선 데 이어 이달 6일에는 인터파크가 중국어와 영어로 된 글로벌 쇼핑 사이트를 오픈했다. 중국은 물론 동남아·북미 등 한국 상품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를 겨냥했고 패션·뷰티·유아동·식품·리빙·디지털 등 600만개 상품을 준비했다. 오픈마켓인 G마켓과 11번가 역시 역직구족을 겨냥한 글로벌관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홈쇼핑업계에서는 GS샵이 이달 처음으로 해외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외 소비자가 GS샵 인터넷몰이나 모바일을 통해 주문하면 미주·유럽·아시아 등 전세계 103개국으로 상품을 직접 보내주는 서비스다. 올 10월 문을 연 판다코리아닷컴은 중국인 역직구족을 대상으로 화장품·패션 등 국산품을 주로 판매하는데, 지난 11일 중국의 광군절에는 중국인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료 배송과 50% 쿠폰 지급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개별 제조업체들도 역직구족 잡기에 열심이다. FnC코오롱은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워너비K'를 시험운영 중이며 LG생활건강은 알리바바 산하 티몰 글로벌 사이트에서 오휘, 후, 숨, 빌리프 등 6개 브랜드의 화장품 500여종을 50% 할인 판매했다. 그 결과 예약판매 10일 만에 후 화장품 5,000개 세트가 매진됐을 정도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제일모직도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역직구 사이트 준비에 한창이다. 중국에 160개가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는 빈폴을 비롯해 내년 안으로 중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일 제조·유통일괄형의류(SPA) 브랜드 에잇세컨즈 등 다양한 옷을 직구 몰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패션 잡화 브랜드 MCM도 역직구 온라인몰 제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페이, 애플페이 등 규격화된 결제 시스템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한·중 FTA에 따라 화장품, 패션의류 등의 관세가 인하되면 한국산 제품 역직구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며 "역직구는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판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19년 09월 제2794호
  • 이전 보기 배경
    • 2019년 09월 제2794호
    • 2019년 09월 제2793호
    • 2019년 08월 제2792호
    • 2019년 08월 제2791호
    • 2019년 08월 제2790호
    • 2019년 08월 제2789호
    • 2019년 07월 제2788호
    • 2019년 07월 제2787호
    • 2019년 07월 제2786호
    • 2019년 07월 제2785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