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무게추 금융으로 넘어가나

금융계열사 일제히 구조조정 진행
12월 초 삼성카드도 진행 예고돼
삼성자산운용만 인력 보강해 눈길
비제조 분야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
가능하다는 판단에 자산운용 주목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이 주목받고 있다. 증시침체와 과당경쟁으로 몸살을 앓아온 증권사와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 문제에 봉착한 보험사에서 체질개선을 위한 다이어트에 돌입한 가운데서도 오히려 몸집을 불리고 있어서다.

이는 제조보다 비제조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그룹 차원의 판단이 배경이 됐다는 전언이다. 삼성그룹 안팎에선 머지않아 도래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 밑그림의 핵심이 자산운용을 중심으로 그려지리란 분석도 나온다.

금융계열사 전반 구조조정

금융권엔 인력 감축 바람이 불고 있다. 외환위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매섭다. 재계 맏형인 삼성그룹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실적이 저조한 회사를 시작으로 체질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이 금융계열사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파가 가장 먼저 휩쓸린 건 삼성증권이다. 지난 4월 근속 3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희망자에 대해선 투자권유 대행인 전환을 추진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전체 임원 30명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6명을 줄이는 방안도 내놨다.

지점수와 규모도 줄였다. 소매부문의 점포를 95개에서 72개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또 리테일 권역을 12개에서 10개로 줄이고, 점포를 상권 특성에 따라 대형·일반형·독립형·소형으로 나눠 영업방식을 차별화하기로 했다.

같은 달 18일 삼성생명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직원 동의를 전제로 내달 말까지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로 이동시킬 계획을 밝혔다. 삼성생명서비스는 보험심사, 고객상담 등 업무를 하는 고객관리서비스 전문회사다.

삼성생명은 동시에 평사원·대리급을 중심으로 직원을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관계사로 옮겨 유사 직무를 하게 하는 전보와 전직지원·희망퇴직도 공모했다. 삼성생명은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전직지원을 시행한 바 있다.

삼성화재도 지난해 11월 ‘창업지원 휴직제’ 신청을 받았다. 창업지원 휴직제는 임직원이 창업과 동시에 자신이 정한 기간(1년이나 2년) 동안 휴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앞서 지난해 말에는 전직 지원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다.

삼성카드엔 아직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 닥치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삼성카드는 “당분간 대규모 인력조정이나 조직개편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삼성카드 내부에선 조만간 구조조정이 진행되리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삼성카드 고위관계자는 “오는 12월 중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역 영업조직을 20~40% 가량 통폐합 및 축소하고 비핵심분야를 분사시키는 구조조정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속 삼성자산운용 보강

이처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일제히 인력 축소와 조직의 집약을 목표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은 오히려 역량 강화에 나섰다. 먼저 지난해 말부터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이 한창이 던 지난 6월까지 애널리스트들을 대거 영입했다.

삼성자산운용은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신 박희운 상무를 포함해 총 7명의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영입해 리서치센터 인력을 11명까지 늘렸다. 미래에셋자산운영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다. 이들의 평균 경력은 17년으로 상당한 베테랑이다.

삼성자산운용이 리서치센터 인력을 대폭 보강한 것은 모델 포트폴리오(MP) 시스템의 안착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 포트폴리오란 하우스내 리서치센터가 제시하는 종목 포트폴리오를 실제 운용에 적용하는 것으로 리서치 내용이 주로 판단 근거가 된다.

삼성운용은 또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 8년간 아시아 롱숏펀드를 운용했던 성창환 펀드매너저를 영입하기도 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스탠퍼드대 경영과학 박사 출신인 성 펀드매니저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 펀드매니저의 영입은 해외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서다. 그는 현재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에 배치돼 펀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내놓을 아시아 롱숏펀드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로 빅데이터를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생명과 통합시 핵심사로 부상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자산운용은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인력 통합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5월 삼성전자와 함께 그룹 내 양대 핵심을 이루는 삼성생명이 지분 100%를 사들이면서 자회사에 편입된 바 있다.

이후 삼성생명은 지난 6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새롭게 개편될 조직방안을 구상해왔다. 현재 삼성생명 안팎에선 인력 통합 작업은 삼성생명의 자산운용본부 인력 다수가 삼성자산운용으로 이동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인력 통합 작업이 완료되면 삼성자산운용은 향후 그룹의 핵심 운용조직은 물론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주요 회사로 자리잡게 되리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나치게 삼성전자에 쏠려 있던 무게 중심이 금융분야로 분산되리란 견해도 있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제조분야보다 비제조분야, 특히 자산운용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해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라며 “향후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선 삼성자산운용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