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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지진 이후 외면받는 日 화장품

  • 일본 화장품 브랜드들의 자존심이 꺾이고 있다. 사진=한국 오르비스
엔저 기조에도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들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이후 갈수록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아직도 옛 명성을 되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화장품 수입액은 2012년 2억 1,926만달러(약 2,389억원)에서 지난해 1억 8,065만달러(약 1968억원)로 줄었다. 2010년 21.1%였던 전년 대비 수입액 증가율도 원전 사고가 터진 2011년 4.56%, 2012년 -3.78%, 2013년 -17.6%로 3년 연속 하락했다. 화장품 원료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중에서도 특히 클렌징용 제품과 스킨, 로션, 에센스 등 기초 화장품이 직격탄을 맞았다. 각 브랜드들은 "수차례의 방사능 검사를 진행하며 방사능에 오염된 원료나 제품이 발견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2012년까지 1억 달러를 훌쩍 넘겼던 일본 기초화장품 수입액이 지난해 전년 대비 36.27% 하락한 6,897만달러(약 751억원)에 그친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해 가네보 화장품의 백반증 파문이 불거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 화장품 기피 현상은 더욱 커졌다. 가네보는 자사 미백 제품을 사용하던 국내외 소비자들이 백반증(흰 얼룩) 피해를 호소하자 지난해 7월 한국에 수출한 자사 제품 중 일부를 자진 회수했으나 현재 국내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이 여파로 대표적인 일본 화장품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오르비스는 지난 8월 주요 유통 채널로 활용하던 통신 판매 종료를 공식 선언한데 이어 최근 오프라인 매장까지 접으며 한국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결국은 국내 진출 14년 만에 내년 2월부로 한국법인을 청산키로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비스는 2001년 한국에 진출해 클렌징, 선크림, 파운데이션 등의 제품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던 화장품 브랜드다. 업계에서는 오르비스가 판매 실적이 곤두박질 치면서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판단하에 사업을 철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클렌징 오일로 유명세를 얻었던 DHC의 경우에도 홍대, 강남 등 핵심 상권에서 직영매장 10여곳을 잇따라 철수하고 현재 공식 온라인몰, CJ올리브영, GS왓슨스 등에서만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시세이도도 백화점 개편 시기마다 매장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30대 여성 사이에서 ‘면세점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브랜드'로 꼽히며 인기를 얻어왔던 SK-Ⅱ의 경우, 롯데면세점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1~7월에도 내국인 매출 빅5 브랜드에서 밀려났다.

SK-Ⅱ는 2012년까지만 해도 루이비통, 샤넬, 까르띠에 등 명품 의류·잡화·시계 브랜드를 제치고 내국인 매출 1위를 차지하던 브랜드다. 이런 분위기 속에 백화점만 고집하던 업체들도 홈쇼핑, 대형마트 등으로 새로운 유통경로를 모색하는가 하면 노세일 원칙을 접고 가격 인하에 나섰으나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화장품 브랜드들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이라 제품 품질과 관계없이 사세 회복에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최근 해외직구 활성화로 가격 경쟁력까지 상실해 사업 축소가 지속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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