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현대증권 정부기금 유용 의혹 속 '꼬리자르기' 논란

'조직적 관행' vs '개인비리' 진실은?
정부기금 운용수익 유용 의혹 관련 적발된 직원 형사고발, 구상권 청구
“마냥 개인비리로 치부할 수 없다”
CP 등 어음 유동성과 거래량 낮아 저가 판매 업계에서 자연스런운 일


현대증권이 최근 불거진 정부기금 운용수익 유용 의혹에 연루된 직원을 형사고발하고 구상권을 청구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문제의 직원 개인비리로 규정하는 ‘제스처’를 취했다는 평가다. 실제 현대증권은 그동안 직원의 개인비리일 뿐이라는 입장을 지켜온 바 있다.

그러나 마냥 직원들의 ‘개인비리’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기금 운용수익 유용이 조직적이고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정황이 일부 나오고 있어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의 기금운용방식에 따른 자연스런 거래였다는 주장이다.

초과 수익 다른 고객에 전가

현대증권 정부기금 운용수익 유용 의혹의 진원지는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12일 현대증권이 천억원대에 달하는 정부 운용기금 수익을 다른 기업체 운용팀 계좌로 넘겨주는 식으로 이익을 전가시켜 줬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문제는 현대증권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용노동부와 우정사업본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로부터 위탁받은 랩어카운트(14조원) 운용과정에서 벌어졌다.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맡긴 돈을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운용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다.

현대증권은 정부기관들과의 기금운용 계약 당시 랩어카운트의 연수익률을 기간별로 3.8%에서 4.2% 이상 보장하겠다는 약정을 담은 이면계약을 체결했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자에게 손실이나 이익을 보장하는 건 명실상부한 불법행위다.

현대증권은 랩어카운트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약정한 수익률을 초과한 경우 정부기관에 알리지 않고 초과수익을 이용해 또다른 고객들의 손실을 보전해줬다. 일반 고객들의 수익률을 관리해 줘야 고객 수를 늘리고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과 기업어음(CP)를 시가보다 낮은 장부가에 넘기는 방법이 동원됐다. 금융사가 채권을 매매할 때 가격결정은 시장금리를 기준으로 하게 돼 있다. 그러나 랩어카운트를 통한 CP와 ABCP 매매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김 의원은 이런 방식으로 정부기금 계좌에서 빼돌려진 수익금 규모가 5년간 1,2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김 의원은 또 이를 통해 현대증권이 부당하게 챙긴 수수료도 연간 1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직원 개인비리? 조직적 관행?

현대증권은 즉각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업계 기금운용방식을 준용했으며 고객의 수익을 유용하지 않았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이후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부문검사 당시 현대증권 랩어카운트 등 정부기금 일임계좌에서 위법행위를 발견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현대증권은 입장을 일부 선회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일부 직원의 배임사례가 발견되기는 했으나 회사 차원에서 저지른 일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문제가 된 직원을 형사고발하고 구상권을 청구했다.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현대증권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구상권을 청구당한 직원들은 주변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을 ‘개인비리’로 치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구상권을 청구에 대해서도 ‘꼬리자르기’라고 울분을 토했다는 전언이다.

실제 일각에선 정부기금 초과수익을 이용해 다른 고객을 지원사격하는 일이 조직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 예로 현대증권이 우정사업본부의 수익 일부를 떼어 자사 기획상품을 만드는데 활용하고 수수료를 챙겼다는 의혹이 있다.

문제가 된 상품은 우정사업본부 랩어카운트에 있던 4% 고정금리 CP다. 이를 당시 시중금리인 3.5%에 팔면 0.5%P의 채권 매매차익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대증권은 2012년 6월 신한금융투자에 요청해 신탁상품을 만들고 CP를 4%에 넘겼다.

이 시기 현대증권은 창립 50주년 상품을 출시하고 자금을 유치했다. 이후 해당 상품 랩어카운트 자금 2,000억원을 신한금융투자와 만든 신탁상품에 맡겼다. 이로 인해 0.5%P에 해당하는 우정사업본부의 채권 매매차익은 현대증권 50주년 상품 가입 고객에게 돌아갔다.

우정사업본부 랩어카운트에 편입된 만기를 앞둔 정기예금을 고객에게 저가에 판매했다는 의혹도 있다. 정기예금을 만기 전에 매매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특히 현대증권은 정기예금 거래에 필요한 전산망도 별도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음 저가 매매 당연한 일"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ABCP나 CP의 경우 유동성이 떨어지고 수요가 적어 평가사에서 정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번 유용 의혹도 투자 포트폴리오 재구성 차원에서의 매매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조직적으로 정부기금 초과 수익 1,200억원을 빼돌렸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개인비리를 저지르고 퇴사한 직원을 형사고발하고 구상권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사실이 왜곡돼 확산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현대증권이 조직적으로 정부기금을 유용했는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은 어렵다. 그러나 곧 시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0일부터 현대증권 연기금 위탁자금 운용 실태 검사에 착수한 때문이다. 검사 기간은 오는 12월3일까지다.

금감원은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해당 회사나 제3자의 이익을 도모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이번 사태로 현대증권의 기업이미지는 이미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현대증권이 명예를 회복할지 여부에 증권가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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