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고가 건물 매입ㆍ골프장 인수 등김원일 전 사장, 배당금·연봉 3년간 200여억원 챙겨지주사 설립은 경영권 확보? 세금 회피?

골프존은 지난 2011년 코스닥에 주식을 공개하며 상장기업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 후의 행보에 대해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주간한국 자료사진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는 지난달 3일 부채 상환을 목적으로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본사 건물을 363억원에 개인에게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카페베네는 건물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고 다시 이 건물을 3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재정난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본사 사옥까지 팔고 더부살이를 하느냐라며 재무구조와 매각금액 활용에 대해서만 부각하고 토지와 건물을 산 사람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았다. 카페베네 본사 건물을 산 사람은 골프존 창업주 김영찬 회장의 아들 김원일씨로 지난해까지 골프존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카페베네 본사 건물은 개인이 구매하기엔 덩치(자금)가 있다 보니 자연 매각대금에 대한 뒷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김원일씨가 골프존 대표로 있을 때의 연봉이 대략 10억원대였으니 보유 주식을 팔지 않고서는 구매 대금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 더구나 주식은 회사 경영권과 연관이 있어 시장에 내다팔 수도 없다. 자연 배당금에 시선에 갈수밖에 없다.

김 전 대표가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3년간 배당금과 연봉으로 수령한 금액은 총 205억원 가량.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김 전 대표는 급여 8억1,100만원, 상여 8억1,900만원 등 근로소득 16억3,000만원과 기타소득 1,700만원 등 총 16억4,700만원을 받았다. 3년간 골프존에서 김 전 대표에게 지급된 배당금을 보면 2011년 43억7,897만원, 2012년에는 65억6,845만원(총배당금 141억6,400만원), 지난해엔 59억7,887만원(147억4,000만원)이 지급됐다.

너무나 과한 배당률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골프존 측은 "지분율에 따른 배당금으로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골프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익을 내는 코스닥 상장기업들도 상대적으로 적은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오너일가의 몫을 챙기기 위한 과한 배당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골프장 운영, 독이 든 성배?

골프존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 84.1%를 차지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스크린골프 국내 1위 업체다. 전국에 약 4,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GS 시스템)의 판매와 설치, AS로 매년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골프장 운영과 컨설팅 사업, 그리고 골프용품 판매와 골프게임 개발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골프존은 골프존카운티를 중심으로 선운산CC 인수에 이어 지난해 골프클럽Q햄튼(안성H)과 골프클럽Q안성(안성Q)을 인수했다. 지난 6월에는 경기도 안성의 웨스트파인GC(안성W)를 610억원에 인수했다. 2015년에는 경북 영천의 골프장을 포함해 5개의 골프장 운영을 전담하며 본격적인 골프장 운영사업자로 나설 전망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기대하는 쪽의 증시 전문가들은 "골프장의 경영 실적이 하락세가 지속하고 하지만, 고객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세금부분만 해결되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골프존은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골프장을 인수하더라도 재무적으로 큰 부담이 없고, 경기 권역에 위치한 퍼블릭 골프장들은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사업성도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스크린골프 사업의 호황이 꺼졌을 경우를 대비해서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라며 "골프장 운영이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걱정하는 쪽은 "스크린골프 사업은 현금이 들어오는 한마디로 현금 장사이고, 골프장은 부동산 개발 등 리스크가 적지 않다"며 "두 사업이 하나로 묶음으로 사업이 진행되면 스크린쪽에서 투자비나 투자위험을 분담해야 하므로 이는 골프존 그룹 전체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골프장 운영이 예전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계륵으로 전락한 지가 오래이며 수익률도 매년 5%씩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자금을 투여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올 3분기 골프존 실적이 악화됐다는 점에서도 사업 다각화에 부정적이다. 골프존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3분기 매출은 1,0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했지만 2분기 1,123억원에 비해서는 4.1%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262억원으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9.8% 늘었지만, 2분기에 비해서는 12%나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당기순이익은 2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으며 2분기에 비해서도 3.1%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존은 업계에서 많은 현금을 보유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R&D(연구개발) 투자보다는 건물을 사거나, 골프장을 인수하는 등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라며 "아무리 오너일가의 지분이 많다고 하더라도 회사를 믿고 투자한 소액투자자들을 생각하면 최근 일련의 과정은 오너일가가 개인적으로 돈을 챙기려는 것으로 밖에는 안 비친다"고 말했다.

지주사 설립의 숨은 뜻은

지난 10월 골프존은 지배구조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지주회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회사를 지주사 역할을 할 골프존홀딩스와 골프존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물적분할을 통해 골프존유통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주사 개념인 골프존홀딩스는 자회사 관리, 골프장 운영 및 게임사업 등 신규사업투자에 집중하며 골프존은 스크린골프 판매 및 유지보수, 골프존유통은 유통사업에만 집중키로 한다는 구상이다. 골프존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경영 안전성을 높이고 각 사업 분야를 따로 분할함으로써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지주사 전환의 목적이 최대주주이자 김영찬 회장의 아들인 김원일 전 대표의 경영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김 전 대표가 이미 골프존의 최대주주로 있지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골프존홀딩스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면 전체적인 지배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또 김 전 대표의 경영 복귀를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도 있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지난해 말 대표직을 내려놓았지만, 경영고문 역을 맡으며 완전히 손을 떼진 않았다. 골프존 주변에서도 외아들인 김 전 대표가 경영권을 가지는 것은 확실하고, 그 시기만 남겨 둔 상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또 다르게 보는 이도 있다.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보통 기업과는 달리 골프존은 굳이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경영권 침해를 받을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 이유로 골프존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50%가 넘는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골프존의 최대주주는 김 전 대표로 38.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김 회장으로 보유지분이 14.99%다. 김 회장이 아들인 김 전 대표한테 지분을 상당 부분 물려준 상태고, 둘의 합이 50%가 넘는 상황에선 후계구도나 지배력 강화를 이유로 굳이 지주회사로 체제로 전환할만한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 골프존은 출자구조를 정비하지 않아도 지배구조가 단순화돼 있다. 골프존이 가지고 있는 국내외 비상장 계열사는 총 16곳이다. 그런데 일부 특수목적기업을 제외하면 골프존은 이들 회사 지분을 모두 100%씩 보유하고 있다. 이미 지주회사 체제나 다름없는 공고한 지배력을 구축한 상태고, 경영권 승계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일각에서는 골프존이 골프장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세금부담 줄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골프존은 '가상 골프'를 넘어 실제 골프장 사업을 꾸준히 키워나가고 있다. 그런데 기존의 체제에서는 골프장 인수 시 2%의 과점주주취득세가 부과되는 반면, 지주회사로 변경할 경우 이 세금을 피할 수 있다. 즉,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세금부담을 피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장원수 기자 jang7445@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