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로 관광객 '싹쓸이' 나서롯데면세점 여행객 많이 끌어오는 여행사 선정해 2억원 가량 제공해여행가이드에도 고비율 리베이트신라면세점 관광객수에 따라 지급중소 면세점들 설 자리 줄어들어

롯데면세점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의 롯데백화점 전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작은 사진). 주간한국 자료사진
재벌 면세점이 여행사에 제공하는 리베이트의 실체가 공개됐다. 국회 기획재정위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통해 입수한 롯데ㆍ신라면세점의 내부문건에는 재벌 면세점이 여행사에 주는 리베이트 규모, 지급기준과 방법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내부문건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최근 '여행사 매출왕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총 2억원이 넘는 리베이트를 내걸었다. 신라면세점도 여행사에 '파격적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도 담겼다. 면세점의 리베이트 금액과 방법 등이 외부에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이들 면세점의 리베이트 행태는 공정거래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데 있다. 사실상 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이들 면세점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리베이트를 앞세워 관광객을 '싹쓸이'할 경우 중소 면세점이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순위 매겨 현금 지급

롯데면세점의 '월드타워점 OPEN 기념 프로모션'이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에는 오픈일인 10월16일부터 12월31일까지 77일 동안 월드타워점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여행사 5곳을 선정, 순위별로 현금 리베이트를 지급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리베이트 지급 규모는 1등 1억원, 2등 5,000만원, 3등 3,000만원, 4등 2,000만원, 5등 1,000만원 등이다. 내년 1월 여행사 인센티브에 반영할 계획인데, 이는 '월드타워점 오픈 프로모션'이 기존 리베이트 제도와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여행가이드에게도 상당한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ㆍ동남아 여행사 가이드 인센티브 지급 안내'라는 문건을 보면 롯데면세점은 2014년 8월 한달간 소공동점ㆍ잠실점ㆍ코엑스점 3개점을 합친 매출을 기준으로 여행가이드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

리베이트 지급 기준인 매출은 월 20만달러, 15만달러, 13만달러, 10만달러 등 19단계로 분류했다. 여행가이드가 월 20만달러를 올리면 1,000만원(매출 대비 리베이트 4.88%), 15만달러는 800만원(5.21%), 13만 달러는 500만원(3.76%), 10만 달러는 420만원(4.10%)의 리베이트를 준다. 매출 하한선은 월 3,000달러로, 리베이트는 15만원(4.88%)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기업간 정당한 거래로 현행법상 금지하는 법률이 없으며 지급이 가능한 정상적인 사업상 행위"라며 "여행객이 발생시킨 매출에 대하여 일종의 매매 알선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형태를 불법 리베이트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라면세점도 인센티브 제공

신라면세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신라면세점 여행사 인센티브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매출별ㆍ구매객별 리베이트의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대상점은 신라면세점 서울점, 기간은 2014년 10월1일부터다. 종료일은 없다.

문건에는 월 매출의 등급을 25만달러, 15만달러, 10만달러 등 7개로 분류해 놨다. 월 구매객이 50명 미만일 경우엔 이를 기준으로 차등적 리베이트가 지급된다. 월 25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면 리베이트는 1,000만원(매출 대비 3.77%), 20만달러는 800만원(3.77%), 15만달러는 525만원(3.30%) 등이다. 월 매출 3만 달러가 하한선인데, 리베이트는 90만원(2.83%)이다. 평균 리베이트 비율은 3.23%로, 매출이 많을수록 상승한다.

월 구매객이 50명 이상이면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입한 여행객 수만큼 리베이트를 지급한다. 여행객의 평균구매액이 1,400달러 이상일 경우 1인당 8만4,000원, 1300달러 이상은 7만8,000원, 1,200달러 이상은 7만2,000원 등의 리베이트가 제공되는 식이다.

중소면세점 매출 확대 제한

리베이트의 주된 목적은 관광객 유치를 통해 수익의 증대를 위해서다. 문제는 이들 면세점의 리베이트 행태가 공정거래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데 있다. 재벌 면세점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관광객을 '싹쓸이'할 경우 그만큼 중소 면세점의 입지는 좁아지게 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이 2009년에서 2014년 8월 외국인 관광객을 데려오는 조건으로 여행사와 여행가이드에게 지급한 리베이트는 1조1,655억원 규모다. 그중 83.8%(9,768억원)가 롯데면세점(5,510억원)과 신라면세점(4,258억원)에서 나왔다.

리베이트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09년 1,010억원에서 2012년 2,201억원으로 3년만에 117%나 늘어났다. 특히 올해 1월에서 8월 누적 리베이트 규모는 3,046억원으로 지난해 2,966억원을 8개월 만에 뛰어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매출 대비 리베이트 비중도 증가세다. 롯데면세점의 리베이트 비중은 2009년 6.9%에서 2014년 9.4%로 증가했다, 신라면세점도 같은 기간 8.7%에서 13.6%로 두배 가량 늘었다.

중소 면세업체들은 재벌 면세점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지방 중소면세점의 관광객 매출에서 리베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지급이 어려운 만큼 관광객을 빼앗겨 매출 확대 기회를 제한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재벌 면세점 리베이트 행위에 따른 중소 면세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윤 의원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리베이트가 필요하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과하지 않은 적당한 선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정도의 양창영 변호사도 "재벌 면세점의 과도한 리베이트가 공정행위에 저촉될 순 있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위법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매출 혹은 객단가 등으로 리베이트 지급의 명확한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 35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