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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뭐든지 배달… 대한민국은 배달공화국

패스트푸드·편의점 제품도 배달로…'맥세권' 신조어도 등장
패밀리 레스토랑 음식도 스마트폰으로 편히 주문
배달 상황·배달원 얼굴까지 확인돼
  • 배달 서비스의 범위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사진=맥도날드
[신수지 기자] 서울 용산구에서 자취 생활 중인 직장인 민 씨(28)는 "배달 서비스가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업무 특성상 회의가 많다보니 평일 점심이면 근처 햄버거집의 배달 서비스를 자주 찾기 때문이다. 마침 회사가 유명 햄버거 매장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민 씨는 단골 배달 고객이 됐다. 뿐만 아니라 요즘같이 추운 날 갑자기 이전에 찾았던 맛집의 음식을 먹고 싶을 때에는 집에 편히 앉아 스마트폰 앱으로 배달을 시킨다. 매장 자체에서 배달 주문을 받는 식당이 아니더라도 몇 천 원의 배송비만 결제하면 따끈한 식사를 먹을 수 있다. 민 씨는 "앱을 통해 주문한 식사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확인 가능해 배달원에게 전화를 거는 수고로움도 없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배달 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배달 서비스의 범위가 다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계의 배달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며 편의점에서도 자체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조짐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배달 어플리케이션(앱) 시장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본래 배달을 하지 않던 유명 식당 음식들을 전달해주는 전문 서비스까지 등장했고, '결혼 축의금 대신 전해주기', '여성용품 배달' 등 '안되는 게 없는' 잔심부름 배달업도 성행하고 있다.

매장 가서 먹던 햄버거, 이제는 전화로 주문

국내 배달 시장 규모는 2001년 6,000억 원 수준에서 2011년에는 6조 3,000억 원, 올해는 12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이 가운데 패스트푸드 업계의 후발 업체들이 여기에 가세하며 더욱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맥도날드는 10월초 기준 전국의 370여개 매장 중 290개의 '딜리버리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서비스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높였고, 전화로만 주문을 받던 시스템을 최근 온라인과 모바일 앱으로 확대했다. 이 서비스가 맥도날드 햄버거가 배달되는 지역을 일컫는 '맥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으며 인기를 얻자 롯데리아와 버거킹도 배달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얼마 전에는 KFC까지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KFC는 현재 사무실과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영등포구 동여의도점과 경기 성남시 정자점 등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시행하다 반응이 좋자 배달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다.

  • 배달 주문을 받지 않는 레스토랑 음식도 배달해주는 배달앱 '부탁해!'.
편의점 업계에서도 배달 서비스 경쟁이 심화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CU에 이어 세븐일레븐까지 4일부터 배달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해당 점포에 전화 또는 방문해 1만 원 이상 구매하면 원하는 곳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서비스는 점포 입지 기준 300m 반경 이내로 제한되지만 주문은 24시간 가능하며 오전 9시부터 밤 9시 사이 배송 받을 수 있다. 점포 입지에 따라 세 바퀴 자전거와 카트 배달이 병행되며 상품 변질을 막기 위해 보온/보냉 박스도 활용한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척'…레스토랑 음식도 집으로

일반 음식점들은 배달 앱을 통해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출시 초기 생소하기만 했던 배달앱은 성장 일로를 거듭해 이제는 연간 1조 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클릭 한 번으로 끝나는 간편함이 시장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객은 일일이 음식점 광고 전단지를 찾을 필요 없이 배달 앱에 접속해 인근의 원하는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메뉴를 주문하면 된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배달 앱은 50여 개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중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주요 세 개 앱이 전체 음식 배달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배달 주문을 받지 않는 레스토랑으로부터 음식을 받아 고객의 집 앞까지 전달해주는 앱 서비스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푸드플라이'와 '부탁해!'다. 이들 서비스에 등록된 업체들은 주로 자체적인 배달 인력이 없는 지역 맛집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봉추찜닭, 놀부부대찌개 등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다. 자체적인 배달 인력이 없는 업체는 인건비를 절약하며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배달이 안 되던 음식점의 메뉴까지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탁해!'의 경우를 예로 들면 배달료는 거리에 따라 1,500원에서 3,000원 선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고객들이 모든 배달 금액을 부담해 이용료가 8,000원 이상으로 넘어가던 기존 심부름 업체들과는 달리 식당 측으로부터 15~20%(카드수수료, 부가세 포함)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운영 중인 메쉬코리아의 이희수 사업본부장은 "배달 기사를 위한 별도의 앱을 통해 기사가 주문 내용을 고객 요청 즉시 바로 알 수 있도록 했으며,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가는 경로를 제공, 배달 기사가 같은 시간동안 더 많은 배송지를 돌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소비자 부담액이 적은 이유로 들었다.

이 앱 서비스는 주문자에게 배달음식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배달 기사의 연락처와 생김새는 어떤지 확인이 가능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부탁사항을 따로 메모로 남길 수도 있다.

법이 허락하는 한 뭐든지… 여성용품˙결혼축의금도 배달

최근에는 여성용품과 피임약 배달까지 해주는 잔심부름 배달업도 성행하고 있다. 실체 한 업체의 광고를 보면 '마트장보기, 편의점, 유명맛집 구매대행 등 소소하고 자잘한 잔심부름을 24시간 해준다'는 문구 아래 생리대 등 여성용품을 구매 대행하는 업체 직원의 사진이 담겨있다. ‘법이 허락하는 한 뭐든지 배달해준다’는 문구를 내세운 업체도 있다.

한 심부름 업체 관계자는 "젊은 맞벌이 부부 등 직장 생활로 바쁜 이들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대학생이나 좀더 나이가 있는 손님에게도 자주 연락을 받는다"면서 "피임약을 배달 주문하거나 '급히 여성용품이 필요한데 밤이 늦어 밖으로 나가기 무섭다'며 대신 구매를 요청하는 손님들도 있고, 결혼 축의금을 전달해달라는 의뢰도 받아봤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국내에서 배달 시장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수성과 '빨리빨리' 문화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한국은 인구 밀도가 매우 높은 국가이므로 이러한 지형적 특수성이 배달 문화가 성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한국인들의 성향도 함께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 앱의 폭발적인 성장과 더불어 대기업 등이 연이어 배달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배달 서비스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배달원들의 낮은 인건비와 신속 배달 전쟁으로 인한 안전 문제도 지속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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