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비리, '윗물'이 흐려서?

대구 혁신도시에 세워진 한국가스공사 신사옥 전경과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작은 사진). 주간한국 자료사진
사업부지 매입 과정서 조작한 평가액 이용해 매매대금 착복
"수사 중, 밝힐 입장이 없다"
오래 전부터 각종 비리 줄이어… 사장도 비리혐의로 검찰 수사

한국가스공사 직원의 비리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최근 한국가스공사 팀장급 직원 장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사업부지 매입 과정에서 정상가보다 낮게 조작한 감정평가액을 이용해 매도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매매대금 일부를 착복한 혐의다.

문제는 한국가스공사의 비리가 비단 이번만이 아니란 데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된 비리만 144건이다.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최근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놨지만 이마저 무색하게 됐다. 장 사장 본인의 비리 정황이 포착된 때문이다.

부지 매입 과정서 돈 빼돌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한국가스공사가 사업에 필요한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브로커 조모씨와 공모해 감정평가액을 실제 가격보다 낮게 조작한 뒤 토지 매도인 10여명에게 위조된 평가액을 알리면서 돈을 더 받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

장씨는 이후 정상가로 계약서를 작성해 토지 매도인들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이 중 일부를 되돌려 받는 식으로 7억원 가량을 챙겼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가스공사 내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가스공사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장씨는 관련 비리로 이미 퇴사처리가 된 상황"이라며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해당 사안에 대해선 확인해 주거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도 끊이지 않는 비리

한국가스공사의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감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총 144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이 때문에 한국가스공사는 공기업 비리 10위권에 드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비리는 올해도 이어졌다. 당장 지난 7월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통합정보시스템 열량단위업무 개발 프로젝트' 과정에서 문제가 벌어졌다. 100억원 안팎의 사업비가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요금산정 기준을 부피에서 열량으로 바꾸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검찰에 따르면 차장급 직원인 김모씨는 사업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011년 5~8월 2차례에 걸쳐 A업체로부터 2억6,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김씨는 A업체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뇌물로 용인에서 2억4,000만원 상당의 땅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지난달 "공기업 직원이 수행하는 업무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하게 훼손했다"며 김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2억6,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비리가 있었다. 해양경찰청이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고 해외계약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입찰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를 잡고 한국가스공사 성남시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를 전개했다.

그 결과 가스공사 부장급 간부 등 4명의 입찰비리 혐의가 포착됐다. 이들은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LNG 물량 검정용역 사업 입찰 과정에서 사전 입찰 정보를 특정 회사에 알려줘 사업 수주를 도와준 혐의(입찰방해 및 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비리 척결" 장 사장 수사

이처럼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자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지난 9월 부정부패 척결에 칼을 빼들었다. 부패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해 시행키로 한 것이다. 이번 대책은 부패를 유발하는 관행이나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 목적을 뒀다.

당시 장 사장은 전 임직원에게 "맑고 깨끗한 물가에 사람들이 모이듯이 가스공사 역시 맑고 깨끗한 물과 같은 투명한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국민과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글로벌 한국가스공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가스공사가 내놓은 이번 대책에 모두 17개의 중점 추진과제가 담겼다. 엄정한 처벌 관행의 확립과 반부패 관리시스템 운영, 직무 운영과정의 투명성 확보장치 마련, 청렴교육 강화를 통한 반부패 문화확산 등이 골자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클린가스'를 선포한 직후인 지난 10월 정작 장 사장이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액화천연가스(LNG) 물량 검정용역 사업 입찰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장 사장이 과거 비위 혐의가 포착된 때문이다.

장 사장은 가스공사와 사실상 독점적 관계를 맺고 있던 통영예선 대표로 재직할 당시 접대비를 쓰면서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 1억원 이상의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35차례 걸쳐 가스공사 관계자 등에게 골프 접대를 한 혐의(뇌물공여)도 받고 있다.

해경은 앞서 지난 4월 세월호 참사에 인력이 집중되면서 이 사건을 인천지검 형사3부에 이관했다. 그리고 지난달 16일 사안의 중대함을 감안해 특수부로 재배당됐다. 검찰은 향후 장 사장을 소환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국가스공사는 역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장 사장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다만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35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