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집중취재] PB상품이 인기 치솟는 이유

합리적 소비 추세로 PB 상품 대세로…
경기 불황으로 저렴한 PB 제품 선호
질적 성장 두드러져 소비자 신뢰 커져
아이스 군고구마 등 차별화된 제품 출시돼
온라인몰·백화점도 속속 PB상품 사업 확대
  • '삼양불닭볶음면'을 제친 세븐일레븐 PB상품 '강릉 교동짬뽕'.
유통업체가 직접 기획해 자체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PB(Private Brand) 상품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일반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PB상품은 날이 갈수록 판매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온라인몰과 일반 백화점 등 다양한 시장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 3사의 PB상품 매출은 전체의 22% 이상을 차지하며 점차 그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형 마트 3사에서 PB상품의 매출액은 10조원에 육박했고, 이달 말까지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의 PB 상품 매출 비중(담배 제외)은 각각 27%, 36%, 35%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롯데마트는 PB제품 매출 비중이 2012년 상반기 24.7%에서 올 상반기 25.8%로 1.1%포인트 늘었다. 특히 한 개에 500원인 '통큰 초밥'을 비롯해 '통큰 아몬드', 통큰 호두' 등이 인기를 얻었다. 홈플러스도 2012년 23.7%였던 PB제품 매출 비중이 이달 말까지 25.6%로 2%포인트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는 올해 PB제품 매출 비중이 22%가량으로 집계된다. 특히 반값 홍삼정 인기가 높아 지난해 10월 출시 후 1년만에 매출 150억원을 달성했다.

편의점 업계에서의 PB상품 위상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CU가 지난 7월 출시한 PB탄산수는 월평균 20% 이상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으며, GS25에서는 '위대한' 식품 시리즈의 매출이 작년 대비 80% 이상 늘었다.

최근에는 PB상품이 일부 NB(제조업체 브랜드, Nation Brand) 베스트셀러 상품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현상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0월 23일 출시한 PB '강릉 교동짬뽕'이 2주 만에 20만개를 판매하며 '삼양불닭볶음면'을 제치고 컵라면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PB상품 '체다치즈맛팝콘' 매출은 9월 농심 새우깡을 제치고 스낵 판매 1위를 기록했다. GS25의'라벨리 팥빙수'가 1위 아이스크림인 메로나(빙그레)를 제치기도 했다. CU의 '자이언트 떡볶이'는 간편식 전체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GS25가 내놓은 '아이스 군고구마'.
대형마트의 경우에도 PB상품이 NB상품을 위협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자체상표 제품 '초이스엘 지리산수'(2ℓ)와 '칠성 아이시스 8.0'(2ℓ)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던 일반 브랜드 생수 판매량을 제쳤으며, 이마트는 파스퇴르와 함께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 분유'가 분유 시장 판매 1위인 '남양XO'의 판매량의 3분의 1수준까지 치고 올라갔다.

PB상품 인식, '싼 게 비지떡'에서 '품질도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친 PB제품의 가장 큰 매력은 일반 제조사 브랜드보다 20∼50% 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불황으로 인해 합리적인 구매를 지향하는 소비 패턴이 생겨나면서 조금이라도 싼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자체브랜드(PB)제품을 찾는 알뜰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마트 입점수수료 및 마케팅비용, 물류비 등이 소비자 가격에 포함되는 NB상품과 달리 PB상품에는 마케팅비와 중간 물류비가 생략된다.

높은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과 유통업체의 협력을 통해 고객들의 니즈를 끌어낼 수 있는 제품들이 출시된 것도 올해 PB상품이 대세로 떠오른 이유 중 하나다. 특히 PB상품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오명 속에 놓여 있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질적 성장이 두드러졌다.

이 가운데 제품을 직접 써본 소비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입소문을 내면서 PB상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편의점·마트 상품을 맛보고 시식평을 올리거나 다른 제품과 섞어 먹는 등의 '모디슈머' 트렌드가 활성화되면서 PB상품에 대한 호기심과 신뢰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PB에 대한 인식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닐슨코리아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체 조사대상의 절반에 가까운 49%의 한국 소비자가' PB제품이 제조사 브랜드를 대체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42%의 소비자들은 '일부 PB 제품은 제조사 브랜드 제품보다 품질이 좋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PB는 그저 값싼 제품이 아니라 오히려 유명 제품 못지않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제품으로 인식되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PB제품의 놀라운 진화

PB상품의 인기가 거세지면서 과거에는 주로 타사와 유사한 제품이 가격만 싸게 판매되었던 것과 달리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경우가 많아졌다. CU는 최근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20~30대 여성을 위해 기존 요구르트의 4.5개 수준인 270ml로 용량을 늘린 'CU BIG 요구르트'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딸기우유 등 가공유가 200~300㎖ 용량 제품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해 대용량 우유도 내놨다.

CU는 겨울 대표 PB 음료인 '핫 델라페 아메리카노'와 '롯데 빼빼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델라페 빼빼로'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커피를 담을 수 있는 컵 안에 스틱 커피(아메리카노)와 초코빼빼로가 함께 있는 것이 특징이다. BGF리테일 대학생 인턴사원 아이디어로 탄생한 이 제품의 가격은 2000원. 핫 델라페 아메리카노(1200원)와 롯데 빼빼로(1200원)를 별도로 구매하는 것보다 400원 저렴하다.

GS25 또한 차별화된 PB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GS25가 9월 말 출시한 '홍라면'은 출시 한 달 만에 100만개 넘게 판매됐다. 홍라면은 GS25가 이태원에서 퓨전요리 레스토랑 CEO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홍석천과 함께 개발해 만든 PB 라면이다. 매우면서도 고소한 '매운치즈볶음면'과 각종 해산물 맛이 어우러진 '매운해물볶음면' 두 가지 형태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볶음면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더불어 GS25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인기 웹툰 '미생'의 저자와 손잡고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담긴 종이컵과 맥주컵, 노트 등'콜라보레이션 상품들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최초로 '아이스군고구마'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맥반석에서 구운 전북 고창 고구마를 영하 40도에서 급속 냉각해 맛과 영양을 그대로 살렸다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11월 한 달 동안 5만여개가 판매되며 GS25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세븐일레븐은 여성 패션 브랜드 '트라이엄프(Triumph)'와 손잡고 바지 전용 스타킹인 'PB 팬츠삭스'를 선보였는데, 전체적인 길이를 앵클삭스와 판타롱의 중간 정도로 만들어 바지 아래로 밴드가 보일 수 있는 기존 앵클삭스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또한 조여주는 밴드 부분을 기존 판타롱 보다 2배 가량 넓게 하여 착용감이 편안하고 흘러내림 현상을 최소화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 국내 유수의 제조사들도 PB 상품 개발에 뛰어드는 추세다. 지난달 13일 유한킴벌리는 이마트와 손잡고 '이마트 크린베베 기저귀'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1주일 만에 이마트 내 테이프형 기저귀 상품군에서 점유율 10%를 돌파하며 화제의 PB 상품이 됐다. 롯데마트도 지난 6월에는 하림과 함께 PB 닭고기 부분육을 출시해 전체 부분육 판매량의 30% 이상을 기록했다. 롯데제과가 만든 PB제품인 '초이스엘 롯데자일리톨 껌'도 해당 분야에서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CU가 롯데제과와 손잡고 PB 커피인 핫델라페 안에 빼빼로를 넣은 '델라페빼빼로'를 출시했다.

온라인몰·백화점도 가세

대형 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PB상품은 최근 온라인몰과 백화점에서도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티켓몬스터는 2012년 말 식품 PB인 '맛의교과서'를 내놓은 이후 2년 만에 제품 수를 37개까지 늘렸다. 지난달에는 겨울을 맞아 자체 제작한 '몬스터 핫팩'을 내놔 출시 3주 만에 40만개가 팔리는 히트를 쳤고, 물티슈 '몬스'라는 제품도 매달 3만개 이상씩 판매되고 있다. 위메이크프라이스도 올해 식품과 리빙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PB 제품 확대에 나섰다. SK플래닛 11번가는 지난 5월 팔도와 협력해 출시한 PB 라면인 '그녀라면'을 출시 3일 만에 2,000상자 판매했다.

백화점 업계에서도 PB확대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3월 남성 셔츠 PB인 '밴브루'를 출시한 데 이어 올 들어 남성 정장 PB브랜드 '분더샵'과 아동 티셔츠 '분주니어'를 내놨다. 업체 관계자는 "PB상품은 마진율이 통상 일반 제품보다 3~4%정도 높은데다 유통업체의 단골 고객 확보에도 유리해 앞으로 판매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더불어 그는 "제조업체들은 상품의 판매 확대를 노릴 수 있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선되어야 할 점도 있다. 유통업체들이 여전히 인기 제품을 베낀 '미투(me too)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심 '새우깡'과 유사한 홈플러스 '왕새우', 오리온 '초코파이'와 비슷한 롯데마트의 '통큰 초코파이'가 대표적인 미투 상품으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하려는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소비자들도 PB상품에 더욱 신뢰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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