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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女心)까지 유혹하는 숙취해소음료… 술자리 필수품으로

[기획-맛 대결⑬ 숙취해소음료]
● '술 권하는 사회' 숙취해소음료 각양각색
1990년대 첫 등장… 지난해 시장규모 2300억 원으로 성장
'컨디션' '여명808' '모닝케어' 3강 각축전… 여성용 제품도 출시
과일 맛·커큐민 등 내세운 신제품, 3강 구도에 도전장
  • 숙취해소음료 시장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각축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제공=메뉴판닷컴
12월 연말이면 직장인들과 더욱 친밀해지는 식품이 있다. 바로 송년회 등 각종 모임에 따라오는 술, 그리고 술로 지친 몸을 다스리기 위해 함께 마시는 숙취해소음료다.

최근에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케이블 드라마 '미생'이 놀랄 만한 인기를 얻으면서 숙취해소음료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직장인들이 겪는 애환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잦은 술자리와 숙취해소음료가 함께 등장하는 덕분이다. 드라마에서 '영업맨'인 주인공들은 술자리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음료를 마시며 숙취를 해소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업무상 어쩔 수 없는 술자리, 친구들과의 친목모임, 대학교 선후배·동기 간의 의기투합 등 다양한 이유로 술을 마시게 된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알코올 섭취량이 동아시아 국가 중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음주 인구가 많은 나라여서 숙취해소음료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돼가고 있다.

숙취해소음료 '술자리 필수품' 되다

숙취는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라는 성분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상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술이 대사되는 과정 중에 발생되는 중간 대사 산물로, 우리 몸에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 중 하나다. 그러나 한국인의 30~40%는 유전적으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인 'ALDH'가 매우 적은 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에게 숙취해소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 숙취해소음료 시장에서 CJ헬스케어 '컨디션'(왼쪽부터)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그래미 '여명808'과 동아제약 '모닝케어' 등 업체들이 뒤따르며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과음한 다음날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해장국 등 시원한 국물 요리를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숙취 해소법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던 중 지난 1992년 CJ제일제당에서 '컨디션'을 내놓으면서 술자리 전후에 숙취해소음료를 마시는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컨디션 출시 당시 17억 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이듬해 300억 원대로 성장했다.

컨디션이 성공을 거두자 1990년대 중반부터는 자연스레 다수의 경쟁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상의 '아스파', 조선무약의 '솔표 비즈니스', 롯데칠성의 '모닝세븐', 삼양사의 '큐원 상쾌환', , 백화 '알지오(RGO)' 등 식품업체뿐 아니라 제약과 주류업계까지 숙취해소음료 시장에 진출했고, 시장 규모는 1,300억 원대로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IMF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시장 규모가 350억 원으로 급격히 축소됐고, 군소 제품은 사라지고 '컨디션' 등 소수 브랜드 제품만 살아남았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각 업체들이 제품 품질 개선에 무게 중심을 둔 본격적인 경쟁 및 마케팅을 펼쳐 시장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그 후 숙취해소음료 시장은 2006년 700억 원에서 2011년 1,500억 원, 지난해 2,3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숙취해소음료를 누군가가 챙겨주는 '센스 있는 선물' 또는 '음주 전 자신을 위한 투자'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컨디션-여명808-모닝케어, '삼국지'

현재 숙취해소음료 시장에는 컨디션-여명808-모닝케어의 3강 구도가 견고히 구축되어 있다. CJ헬스케어 '헛개컨디션'이 45%가량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그래미 '여명808', 동아제약 '모닝케어'가 각각 20%대 안팎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15%가량을 타 업체들이 나누어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컨디션은 '접대가 많은 비즈니스맨을 위한 음료'라는 콘셉트 아래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출시 이후 다섯 차례 리뉴얼로 기능 및 성분을 강화하며 제품명은 '컨디션F', '컨디션ADH', '컨디션 파워', '헛개컨디션 파워'를 거쳐 지금의 '헛개컨디션'으로 변화됐다. 헛개컨디션은 헛개나무열매 및 자리, 황기, 로터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성분들이 알코올 및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효소를 활성화시켜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음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두통, 속쓰림, 구토 등 증상의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업계 관계자는 "컨디션은 비교적 일반 음료수처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맛을 지니고 있다"면서 "컨디션 등장 이후 숙취해소음료 시장이 크게 확대됐고, 여전히 음주 후 컨디션을 찾는 이들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컨디션과 함께 숙취해소음료로 자주 언급되는 여명808은 발명가 남종현 회장이 807번의 실패를 거듭한 후 808번째에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여명808은 오리나무, 마가목 등 천연재료만으로 구성됐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성분들은 간 기능 개선과 위점막 보호에 효과가 있어서 음주 전후 숙취 해소뿐 아니라 평상시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그래미는 여명808 제조 기술로 미국, 일본 등 세계 11개국에서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여명808의 효능을 2~3배 향상시켰다는 프리미엄 제품 '여명1004'를 내놨는데, 제품명은 '가정과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하는 이들이 천사와 같다'는 발상에서 나왔다.

여명808은 애주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명808은 한약과 유사한 특유의 맛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술 깨는 데는 여명808이 가장 낫다'는 평이 나오면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제약이 '박카스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2005년 말 내놓은 모닝케어는 주성분이 미배아 대두 발효 추출액이다. 원료인 미배아 대두를 효모균으로 발효한 액체 물질로, 체내 알코올 대사 작용을 활성시켜 알코올 분해 효과를 나타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밀크씨슬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이 첨가돼 간 손상을 보호하는 효과도 첨가됐다. 또한 벌꿀, 자일리톨, 말티톨 등 성분과 백봉령, 진피, 감초 등의 약초 추출물들이 들어있어서 진하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업체들은 최근 여성용 숙취해소음료를 출시하며 상품 다각화에 나섰다.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로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이들의 숙취해소음료 소비율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 집계에 따르면 숙취해소음료 구매자 중 여성 비율은 지난해 20.7%에서 올해 22.8%로 높아졌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CJ헬스케어와 동아제약은 최근 '컨디션레이디'와 '모닝케어레이디'를 각각 내놨다. 기존 주요 성분과 함께 피부 보습에 좋은 히알루론산, 콜라겐 등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포장도 핑크색으로 차별화했으며, 모닝케어레이디의 경우 기존 100ml용량이 여성에게는 많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용량을 75ml로 줄였다.

더불어 이들 업체는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 선두주자 CJ헬스케어는 올해 들어 헛개컨디션으로 중국과 일본, 베트남 등에 진출하며 적극적인 해외 공략에 나섰다. 그래미는 미국, 일본, 중국 등 다수의 국가에 여명808을 수출하고 있다.

커큐민-과일 맛 신제품, 3강구도 흔들까

컨디션과 여명808, 모닝케어 등 3강 회사가 시장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 뛰어든 후발 제품들은 새로운 맛과 성분을 강조해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가 출시한 숙취해소음료 '술깨는비밀'은 자몽 과즙을 함유해 부드러운 음용감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포도당과 비타민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마름, 헛개나무열매 추출물 등을 원료로 해 숙취해소 효과를 높였으며 식이섬유 첨가로 배변 활동을 향상시켜 장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지난 4일에는 커큐민을 주성분으로 한 '우콘파워 드링크'가 국내에 상륙했다. 업계에서는 색다른 성분의 등장이 기존 숙취해소음료 효능에 만족하지 못했던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커큐민은 카레의 원료로 알려진 울금의 주성분이다. 미국 과학논문 사이트 유레칼레트는 커큐민 성분이 숙취해소를 비롯해 면역력 증가, 알츠하이머 예방, 암 예방, 비만 예방 등에 도움을 준다고 밝힌 바 있다. 우콘파워가 더욱 위협적인 이유는 이 제품이 일본 숙취해소음료 시장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인기 제품이기 때문이다. 일본 숙취해소음료 시장은 국내의 2배 이상인 5,000억 원대에 이른다.

한독도 최근 커큐민 성분이 함유된 '레디큐'를 출시하며 숙취해소음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레디큐는 '음주 전 준비하라'는 의미의 '레디(Ready)'와 '커큐민'의 '큐(Q)'를 합한 이름이다. 이 제품은 젤리 형태로도 출시돼 젊은층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성공한 신제품을 찾기 어려웠던 숙취해소음료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제품들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음주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숙취해소음료 시장의 매력도가 높기 때문에 신규로 진출하는 기업들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시장 규모를 넓히고 있는 숙취해소음료는 실제 숙취 해소에 얼마나 힘을 발휘할까. 업체들의 설명대로 숙취해소음료에 포함된 성분들이 알코올분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효과 차이가 크며 일정량 이상의 음주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전문가는 "숙취해소음료에 알코올 분해를 돕거나 간 기능을 보호하는 각종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해도 의약품이 아니라 일반식품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면서 "숙취해소음료의 효능만 믿고 과음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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