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계열사 잃고, 오너 경영권 심대한 타격동부, 주력계열사 동부제철 잃어… 김준기 회장도 압박STX, STX조선 100대1 감자, 강덕수 회장 경영권 상실

최근 일각에서 산업은행이 동부그룹과 STX그룹 구조조정에 너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그룹의 주력 계열사를 잃고, 오너의 경영권에 심대한 타격을 준데 따른 평가다.

실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채권단의 압박에 주력 계열사인 동부제철을 잃었다. 채권단은 동부제철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김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 13.29%를 담보로 요구했다.

당시 동부그룹 안팎에선 금융분야 알짜 계열사인 동부화재 지분을 인질 삼아 동부제철에 대한 경영권 포기를 강요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동부화재는 사실상 금융 계열사의 지주회사다. 따라서 산업은행의 요구는 그룹을 해체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김 회장은 ▦차등 무상감자(대주주 100대1, 일반주주 4대1) ▦당진 전기로 열연공장 가동 중단 ▦530억원 출자전환 ▦신규 자금 6,000억원 지원 ▦금리인하 등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동부제철은 김 회장의 손에서 떠나게 됐다.

동부제철 대표이사 사퇴 직후 김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회사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 왔으며, 차입금 1조, 3000억원에 대해 개인보증을 서고, 전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최선을 다해왔다”며 산업은행의 무리한 요구를 에둘러 표현했다.

최근에는 산업은행은 현재 동부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에 대한 협조융자를 놓고도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당초 자회사인 동부발전당진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인수가 무산되면서 유동성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동부그룹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자금지원을 위해서는 자구계획 이행 증빙자료, 계열사 또는 김준기 회장이 향후 5년간 소유자금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동부그룹은 과도한 조건이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보다 못한 금융당국이 중재에 나섰으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기존 입장을 지키고 있어서다. 만일 양측이 끝내 입장을 좁히지 못하게 되면 최악의 경우 동부건설은 법정관리 신청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전언이다.

이는 동부그룹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은 해체된 STX그룹의 주력 계열사이던 STX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산업은행은 강경했다. 워크아웃보다 채권단의 개입단계가 낮은 자율협약 단계임에도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대표 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을 요구했다.

결국 채권단은 STX조선의 대주주에 대한 100대 1 감자를 실시했다. 이로 인해 강 전 회장의 경영권을 잃게 됐다. 강 전 회장 사퇴 후 채권단은 정성립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를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해 강 전 회장의 복귀를 원천 봉쇄하기도 했다.

STX노조는 당시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에 대해서는 박삼구 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한 반면, 상대적으로 경영권 간섭이 약한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우리 회사에 경영진 교체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