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일구고, 경제 중추로 우뚝… 벤처 신화 쓰고,차세대 주자 수업양(羊)은 행운과 재물복을 의미… 이명희 회장 재계 최고 여성부호최성원 회장은 1979년생 최연소… 담철곤 회장 유일한 사위 경영인차세대 양띠들 물밑 경영수업 중

2015년 을미년(乙未年) '청양(靑羊)의 해'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양띠 최고경영자(CEO)들이 주목받고 있다. 온순함의 대명사인 '양(羊)'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평화와 행운은 물론 재물과 복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떤 양띠 경영인들이 새해 경제를 풍요로움과 번성으로 이끌어 나갈까. 확인 결과 현재 주요 대기업 양띠 회장들 중에서는 1943년생이 최고령이며 1955년생이 주류를 이뤄 재계를 이끌고 있었다. 1967년생 '젊은 양띠'들의 양진도 눈에 띄었다.

1943년생 양띠 회장 '최고령'

주요 대기업 양띠 회장 가운데서는 1943년생이 최고령이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1967년 결혼 후 한동안 가정주부로 생활했다. 그러던 1979년 37세의 나이로 신세계백화점 영업담당 이사로 임명되며 경영에 나섰다.

이후 1980년 신세계백화점 상무와 1997년 신세계백화점 부회장을 거쳐 1998년 신세계그룹 회장에 올랐다. 이 회장은 가장 성공한 여성 기업인이기도 하다. 한국 여성 주식 부호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2002년 1위에 오른 이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허동수 GS칼텍스 이사회의장도 1943년생 양띠다. 1973년 호남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한 이후 40년간 줄곧 한 회사에 몸담았다. 허 의장은 GS칼텍스가 GS그룹 매출(2012년 70조원)의 66%를 차지할 만큼 회사를 성장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때문에 허 의장은 GS그룹 내에서 사촌동생인 허창수 GS그룹 회장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허창수 회장의 동생인 허진수 부회장에게 GS칼텍스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줬지만 GS칼텍스와 지주사 GS에너지의 이사회 의장으로 변함없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1955년생들 주류 이뤄 활동

'양띠 회장'들 중에서도 내년에 환갑을 맞는 1955년생들이 주류를 이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바로 그런 경우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 회장은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하면서 그룹에 첫발을 들였다.

2년 뒤인 1990년 한국 롯데로 자리를 옮긴 이후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임명됐고 2004년부터는 정책본부 본부장을 맡아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해 왔다. 그리고 부회장에 오른 지 21년 만인 2011년 회장 자리를 이어받아 그룹을 지휘해 오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도 신 회장과 동갑내기다. 고 박두병 회장의 다섯째 아들인 박 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약 2년간 외환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했다. 이후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은 뒤 1982년 두산건설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며 경영 수업을 받았고 2012년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에 이어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박 회장은 한국의 대표 기업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며 정치권과 재계·민심을 잇는 충실한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955년생 회장 중 유일한 '홍일점'이다. 현 회장은 21세에 현대가에 시집온 이후 27년을 전업주부로 내조에 전념해 왔다. 그러던 2003년 남편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타계하면서 지휘봉을 이어받아 그룹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고(故) 정인영 한라그룹 창업주의 차남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도 양띠다. 1979년 현대양행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고 1997년 회장에 올랐지만, 이듬해 무리한 조선사업 추진으로 그룹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현재는 과거의 위상을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다.

범삼성가인 한솔그룹의 조동길 회장도 1955년생이다. 한솔그룹은 1997년부터 장남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이 금융, 차남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 정보통신, 3남 조동길 회장이 제지를 맡는 3각 경영을 해왔다. 2001년부터 조동길 회장 중심 체제를 구축했다.

LS그룹 E1의 구자용 회장 역시 같은해 출생했다.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 회장은 1979년부터 LG전자에서 근무하다 2001년 LG칼텍스가스 상무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고, 2005년 E1 사장에 오른데 이어 2010년 회장으로 승진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양띠 회장 중 유일한 사위경영인이다.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둘째 사위인 담 회장은 1980년 동양시멘트에 대리로 입사해 이듬해 동양제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1989년 34세에 동양제과 사장에 올랐다.

이외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7남인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과 김호연 빙그레 회장,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구자철 한성 회장,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김량 삼양홀딩스 부회장 등도 1955년생 양띠다.

1967·1979년생 젊은 회장도

1967년생 '젊은 양띠 회장'도 눈에 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회장은 30대 초반에 정보통신(IT) 분야 벤처회사를 설립해 맨땅에서 거대기업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거부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먼저 이 의장은 1992년 삼성SDS에 입사해 근무하다 1999년 퇴사한 뒤 네이버컴(현 네이버)을 설립했다. 2000년 한게임과 합병한 후 NHN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02년 네이버를 포털사이트 업계 1위로 올려 놓은 이후 지금까지 왕좌를 지켜오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박사과정 중 엔씨소프트를 창립했다. 이후 온라인 게임에 대한 탁월한 감각으로 '리니지'와 '아이온' 등을 연이어 글로벌 히트시키며 엔씨소프트를 세계 굴지의 게임회사로 성장시켰다.

1979년생 30대 양띠 회장도 있다. 최성원 동양고속 회장은 30대 초반 비교적 이른 나이에 수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부친인 고(故) 최윤신 회장이 2011년 별세한 때문이다. 최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동양고속은 연예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향후 그룹 이끌 차세대 양띠

차세대 주자 중에서도 양띠가 적지 않다. 모두 1979년생으로 아직 나이가 적은 만큼 물밑에서 경영수업에 열중하며 수면 위로 올라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상무가 대표적이다.

허 상무는 2002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한 이후 2005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겨 2012년 상무보를 거쳐 최근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아들이자 허윤홍 상무의 육촌인 허철홍 GS 과장도 동갑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 박서원 빅앤트인터내셔널 대표도 차세대 양띠 주자다. 박 사장은 다른 재벌가 후계자들과 달리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학창시절 문제아로 통하던 박 대표는 오랜 방황 끝에 산업디자인에서 꿈을 찾았다.

2006년 광고회사인 빅앤트인터내셔널을 설립하고 한국인 최초로 세계 5대 광고제를 휩쓸며 광고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박 대표는 지난 10월 두산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책임자(CCO)로 입사하기도 했다.

이밖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아들 새봄씨와 최창영 고려아연 회장의 아들 정일씨,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의 아들 석표씨, 단재완 한국제지 회장의 아들 우영씨 등도 향후 그룹의 앞날을 책임질 차세대 양띠 경영인이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25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